오늘자 3면 조선일보에 <이번엔 ‘홍준표 감자탕 UCC’… 또 진실 왜곡한 마녀사냥>이란 기사가 실렸다.

내용은 이랬다. “요즘 포털에서 ‘홍준표’를 치면 ‘감자탕’이 함께 뜨고 검색으로 들어가 보면 동일한 동영상들이 뜬다”며 “한 시민이 서울 여의도 감자탕 집에서 홍 원내대표를 만나, ‘여당이 추진하는 법들에 대해 말하고 싶다’며 대화를 청했지만 홍 원내대표는 거절했고 식당 주인이 그녀를 쫓아냈다. 분노한 시민들이 식당 앞에서 항의하자 경찰이 나타났고, 홍 원내대표는 경찰의 호위를 받고 뒷문으로 도망쳤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지난 2일 밤 여의도 민주당사 앞의 감자탕 집에서 기자가 직접 목격한 ‘홍준표 감자탕’ 사건의 전말은 인터넷과 크게 달랐다”고 했다. 그러곤 기자가 목격한 ‘홍준표 감자탕’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1월 13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캡처
조선일보 기자와 당사자 아주머니가 이야기하는 ‘홍준표 감자탕’ 사건

◇ 조선일보 기자의 이야기 : 조선일보는 “홍 원내대표가 감자탕 집에 들어가자 40대로 보이는 한 여인이 따라왔다”며 “그녀는 ‘한나라당 찍었던 시민인데, 할 말이 있다’고 했고, 홍 원내대표는 ‘뭐냐?’고 답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녀가 “왜 MB 악업을 추진하냐”라는 질문에 홍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 MB악법이 뭔지 지적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이 사람이 원한 건 대화가 아닌 것 같았다”며 “얼마 안 가 “방송법 같은 더러운 악법”이란 말들이 나왔고, 양측의 대화는 단절됐다“고 전했다. 당시 자리에 있던 기자들이 본 모습이라고 했다.

◇ 당사자 아주머니의 이야기 : 아고라에 올라온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아주머니의 “홍준표 의원때문에 감자탕 먹다 쫒겨 났어요”라는 글은 이랬다. 2009년 1월2일 여의도에 있는 사건의 중심 감자탕 집에서 약속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을 마주쳤고 평소 홍준표 의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아주머니는 “홍준표 의원님이신가요?”라며 인사를 청했고, 홍준표 의원은 (반색을 하며)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아주머니는 시민이라고 밝히며 “의원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라고 이야기했고 홍준표 의원은 “뭔데요?”라고 물었다고 했다. 이에 아주머니가 “지금 국회 안에서 공권력까지 동원해 악법들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모습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라고 하자 홍준표 의원은 악수를 하느라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며 신경질적으로 “뭐가 악법인데?”하며 반말 수준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아주머니는 “같은 식탁에 앉아 있던 10여명의 사람들도 일제히 저를 향해 소리를 질러대며 밥 먹어야 하니까 가라고 손짓을 해대며 와글거렸다”고 표현했다. 포털에 올라온 38분짜리 풀 동영상(아주머니가 식당 안에서 겪었던 일을 진술하는 식당 앞 장면)을 보면 아주머니가 손짓을 흉내내며 “‘가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한다. 이에 아주머니가 “저는 홍의원님께 정중히 대화를 신청했으니 다른 분들은 조용히 해 달라”며 “한사람을 상대로 여러분이 한꺼번에 공격을 하는 것은 비겁해 보인다”고 했고 이에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삿대질을 하며 “나도 국회의원이니까 말하는 거야”라며 “여기 다 국회의원이야, 국회의원 자격으로 말하는 거야”라고 고함을 쳤고, 아주머니는 식당 주인의 “영업방해 하지 말고 나가라”는 말에 경호원들과 비서들에 의해 식당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주머니는 ‘수모’당했고 홍준표 의원은 ‘봉변’ 당했다

이 글 자체의 팩트만 보면 조선일보에서 왜 제목을 <이번엔 ‘홍준표 감자탕 UCC’…또 진실 왜곡한 마녀사냥>이라고 달았는지 알 수 없다. 진실을 왜곡했다니. “이 사람이 원한 건 대화가 아닌 것 같았다”라는 조선일보 기사의 내용은 기자의 ‘주장’에 불과하다. 아주머니의 글과 조선일보 기사에서 ‘주장’이 들어간 문구를 빼면 남은 ‘사실’에는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왜곡’이라고 이야기했다. 수모를 당한 것은 ‘아주머니’가 아니라 ‘홍준표 의원’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주장을 “몰려든 사람들은 홍 원내대표를 향해 ‘전두환 노태우의 잔당’, ‘친일파 매국노’라고 편을 들었다”며 홍 원내대표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풀 동영상을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홍 대표를 향해 “이 새끼들아,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 가냐”라고 한 것 맞다. 또한 시민들이 몰려들자 잠시 후 도착한 20여명의 경찰들에게도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부끄러운 줄 알라”며 “민중의 지팡이가 시민들한테 이래도 돼?”라고 했던 것 역시 동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홍준표 의원이 승용차에 오르자 시민들이 도로 한복판까지 나와 차를 막은 것도 사실이고 “합법시위 탄압하는 MB정권 물러나라”고 외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야 말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왜곡시켰다. 홍준표 의원과 밖에 있던 시민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보면, 밥 먹고 있던 홍준표 의원이 봉변당한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당사자 아주머니와 홍준표 의원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야기만 들으면 수모당한 것은 아주머니가 맞다. 결국 당사자 아주머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수모’당한 것이 맞고, 홍준표 의원은 식당 밖의 시민들로부터 ‘봉변’ 당한 것이 맞다.

‘홍준표 감자탕’의 진실이라던 조선일보의 왜곡

그러나 조선일보는 당사자인 ‘아주머니’를 빼고 홍준표 의원을 중심으로 두고 사건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아주머니를 탈색해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조선일보가 마지막에 남긴 것은 “평범한 시민이 식당에서 수모당했다’고 동영상 확산됐으나 알고 보면 ‘집단폭력’에 홍 대표가 수모당하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조선일보는 “네티즌의 이름으로 유통되는 ‘UCC’가 특정 세력에 의해 어떻게 뒤틀려 포장되고 유통될 수 있는지 ‘홍준표 감자탕’ 사건을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멋진 결론이다. 이것만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보여지는 사실은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KBS의 제야의 종소리 생중계에 대한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코멘트가 생각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필자가 본 ‘홍준표 감자탕’ 풀 동영상에는 결코 왜곡은 없었다. 그 동영상은 버라이어티의 박수소리로 교묘하게 지워진 흔적도 없었고 특정한 모습을 일부러 비추지 않으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홍준표 의원에게 퍼붓는 시민들의 욕설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로 인해 아고라에서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 가운데 김영선 한나라당의 말처럼 “개도 밥 먹을 때에는 안 건드린다”며 식당 앞의 시민들이 심했다는 의견도 제법 많은 것은 이를 대변해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조선일보의 마지막 문구는 ‘홍준표 감자탕’ UCC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특정세력’에 의한 포장과 유통의 시사점이라 했을 때 KBS 제야의 종소리 생방송이 예로 맞았을 것 같다. 그러나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또 다른 의문이 든 것은 “이 장면을 목격한 신문 방송사 기자만 5~6명이 달했다”고 했는데 충분한 기사거리였을 이 장면을 왜 하나도 보도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조중동에서 그래왔듯이 촛불 참가자들을 공격하기에 충분히 좋은 소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역시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게재했다. 정치부 기자들에겐 정치게임이 아닌 이런 상황은 기사거리나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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