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tvN <SNL 코리아>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연예인의 이미지 세탁 창구가 되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때 <SNL 코리아>는 이정희 대표의 풍자를 비롯하여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톡 쏘는 사이다처럼 청량감 있는 정치풍자로 잘 버무려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곽한구와 김예원처럼 물의를 빚은 연예인을 은근슬쩍 출연시킴으로 말미암아 비호감 연예인의 이미지 세탁을 하는 창구로 전락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무대, 특히 뮤지컬 무대도 어느 사이에서부터인가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뮤지컬 무대가 <SNL 코리아>가 벌이는 이미지 세탁의 창구를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건 2016년 4월 5일부터라고 표현할 수 있다.

<마타하리>를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는 바로 오늘 뮤지컬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모차르트!>의 캐스팅을 공개했다. 그런데 의외의 배우가 있었다. 엠씨더맥스의 이수가 캐스팅에 포함되어 있었다. 뮤지컬 팬들은 오늘 오전부터 술렁이다 못해 들끓었고 심지어는 <모차르트!> 보이콧 붐마저 일어나고 있다.

대중은 탈세 행각을 벌이다가 들통난 연예인이나 마약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게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자숙하는 이미지를 보이면 없던 일로 치고 넘어가주는 아량을 보인다. 하지만 성매매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게는 앞의 사례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보다 관용이라는 아량을 베풀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연예인에 대해서는 용서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 더더욱 어렵다.

뮤지컬 <모차르트!>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계는 미성년자와 성매매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무대에 오른 적이 전무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역’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하지만 지금 <모차르트!>로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이수는 다르다. 2009년 12월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할 당시 미성년자와 성매매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듬해 그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뮤지컬은 객석에 판타지를 제공하는 장소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판타지를 아름다운 선율로 제공하는 뮤지컬 배우의 연기와 노래로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뮤지컬 공연장에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가 선 전례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였는데 이를 지금 <모차르트!>가 깨고 있다.

제작사는 이수라는 보컬리스트의 가공할 선율로 객석에 감동을 불어넣기 위한 전략으로 그를 캐스팅했는지 모르겠지만, 뮤지컬 배우는 노래만 부르는 싱어이기 이전에 ‘사람’이 먼저 되어야 설 수 있다는 아우라가 상존하는 영역이다. 그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인터뷰 때마다 한결같이 하는 대답이 있다. 배우이기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이번에 이수를 캐스팅한 것은 출중한 보컬리스트라는 스킬을 중시한 제작사의 마인드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EMK뮤지컬컴퍼니가 이수의 가창력을 ‘득템’하는 대신에 몇 가지를 놓치는 것만 같아 아쉬운 마음이 더 클 뿐이다. 하나는 극심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그동안 성역에 가까웠던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EMK뮤지컬컴퍼니가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위해 <SNL 코리아>처럼 이미지 세탁 창구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모차르트!>를 찾는 관객은 어른만 있는 게 아니다. 만일 이수를 모르는 미성년자 관객이 부모에게 저 배우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부모는 저 배우가 어떤 사람이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렇다면 EMK뮤지컬컴퍼니의 <모차르트!>는 슈퍼주니어 규현의 캐스팅을 통해 얻는 것보다 이수를 캐스팅함으로 잃는 게 더 많은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 김준수를 뮤지컬에 데뷔시킨 것이 <모차르트!>의 신의 한 수였다면 이번 캐스팅은 ‘신의 악수(惡手)’임을 확신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