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 ‘★(스타)들의 지원 유세’, ‘여야 대표 아내들, 불꽃 튀는 선거 내조’, ‘엄마 남편 고모 외삼촌 위해 연예인들도 뛴다’… 종편이 정책 선거보다는 후보를 돕는 가족들의 ‘화제성’에만 집중해 결과적으로 선거를 ‘가십’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4일 낸 방송 보도 일일브리핑을 통해, 후보의 경쟁력이나 정당의 정책 및 비전이 아니라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 등을 부각하는 종편의 가십성 보도를 비판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각 방송사마다 총선 관련 보도가 본격화되면서 TV조선, 채널A, MBN을 중심으로 출마자들의 유명인 배우자를 조명하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다”며 “각 당의 공천 갈등이 선거를 잠식하면서 방송 보도에서 이미 공약과 정책이 사라졌지만 이런 ‘유명인 배우자’를 비추는 보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특정 후보를 홍보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선거를 ‘가십’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월 2일 MBN <뉴스8>

MBN <뉴스8>는 지난 2일 하루에만 이 같은 ‘가십성’ 보도를 내보냈다. <유명 아내 덕 ‘톡톡’>에서는 새누리당 김상민 후보 아내 김경란 아나운서, 새누리당 이재영 후보 아내 배우 박정숙, 새누리당 지상욱 후보 아내 배우 심은하,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후보 조카 배우 이하늬를 묶어 전했다. “단상에 오른 김경란 아나운서는 화사한 미소로 청중의 시선을 남편에게 몰아줍니다”, “배우 박정숙 씨는 드라마 출연 당시 분장까지 해가며 남편 알리기에 열심”, “1990년대 최고 인기 배우였던 심은하 씨의 등장도 관심”, “문희상 후보는 연예인 조카의 덕을 보는 경우” 등의 문구로 특정 후보와 그 가족들을 부각했다. 공약과 자질이 아니라 유명인을 선거에 ‘활용’하는 행태를 충분히 비판할 수 있었음에도 MBN은 친절한 홍보를 택했다.

바로 다음 이어진 <남편 대신 목발 짚고>도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대표의 아내들을 다룬 이 리포트에서 조명한 것은 ‘총선 승리를 위해 애쓰는 아내들의 내조’였다. “목발에 의지해 어렵게 걸음을 내딛지만 악수 한 번, 눈 한 번 더 맞추려 바쁘게 움직입니다”(김무성 대표 아내 최양옥),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시작으로 시장과 지하철역, 상가를 혼자 돌며 남편 빈자리를 채우는 데 열심”(안철수 대표 아내 김미경), “전문가급 식단관리로 김 대표의 건강을 챙기며 유세를 지원”(김종인 대표 아내 김미경)한다는 내용은, 유권자들이 선거 정보를 얻거나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보도가 아니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이 리포트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가족을 총동원한 화면까지 보여준 반면, 야당 대표들의 배우자는 짧게 조명한 점을 들어 “보도의 비중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쏠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종편 시사토크쇼도 마찬가지였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4일 주간 보고서를 내어 종편 시사토크쇼에서도 후보자 가족들의 신변잡기에 몰두하는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채널A <돌직구쇼>는 3월 31일, 4월 1일 양일 간 후보자들의 ‘딸’을 집중 조명했다. <돌직구쇼> 출연자 김병민 씨는 31일 “정치인들이 딸을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한데… 유승민 의원 딸 같은 경우는 보기만 해도 흐뭇하니, 정말 대권주자로서 가져야 될 여러 가지 덕목 중에 최고의 덕목을 가졌다”고 치켜세웠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딸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가 왜 대권주자로서의 덕목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

다음날인 1일에도, <돌직구쇼> 패널 김병민 씨는 “딸 가진 아빠가 열 공천 안 부럽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딸인 유담씨를 보면 어찌 보면 한예슬 씨를 닮은 거 같기도 하고 보면 볼수록 참 매력적…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 매력을 그대로 따라다니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같은 날 채널A <직언직설>은 유승민 의원 딸 재산부터 재학 중인 대학과 학과, 지난 학기 성적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이를 두고 “이른바 ‘신상털기’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TV조선 <신통방통> 역시 3월 31일 방송에서 유 의원 딸을 언급하며 “새로 발굴된 딸이 새로운 자산이 된다”거나 “엄청난 무기를 발굴”했다며 “젊은 네티즌들한테 상당히 유용하게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4월 1일 채널A <돌직구쇼>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