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대박> 3화에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아마도 숙종(최민수)이 중전(오연아)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추국장을 나가는 것이었다. 놀랍고 한편으로는 통쾌한 장면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또한 과연 최민수다. 최민수이기 때문에 저런 장면이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은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요즘 사극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퓨전이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요즘 사극은 허구의 설정이 일반화된 상태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 할 것이다. 드라마인데 역사에 기록된 족적만 따라서는 어떤 문학적 의미도 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상과 허구에도 최소한의 한계는 있어야 할 것이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

<대박>은 근본적으로 숙종과 장희빈 그리고 숙빈 최씨에 대해서 아주 다른 묘사를 하고 있다. 우선 숙종과 최씨가 만나는 것부터 우연이 아닌 이인좌의 음모를 결합시켜 묘한 설득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면서 그 만남은 이미 폐위된 인현왕후에 대한 그리움을 묘사하는 동시에 장희빈에 대한 반감을 암시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숙종은 무수리 최씨에게 지아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과감한 행보를 이어갔다. 도박장에 백만금(이문식)을 꾀어내 도박으로 무수리 최씨를 당당하게(?) 갖게 됐다. 숙종의 이 거칠고 파격적인 행보가 자연스러운 것은 어쩌면 이 역할을 최민수가 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최민수에게 느껴지는 기인의 색깔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로테스크한 숙종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최민수 역시도 새롭고 강렬한 숙종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그의 노림수는 적중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강렬한 숙종의 모습이 절정을 이룬 것은 중전이 된 장희빈의 머리채를 잡고 거칠고 끌고 가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니었나 싶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

그러나 상황만으로 본다면 그럴 듯하다. 아니 굉장히 놀라운 발상이었다. 장희빈이 숙원을 주술로 저주하다가 사단이 나서 궁에서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숙원 최씨를 모함하려다가 거꾸로 당하게 설정한 것은 기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장희빈을 억울하게 그린 것에서 당시 상황을 더 정밀하게 들여다봤다고 할 수 있다.

장희빈(오연아)은 자신만만했다. 숙원 최씨(윤진서)의 첫 번째 아들이 죽은 것이 아니고, 백만금이 키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추국장에 숙종이 나타나도 두려움이 없었다. 게다가 그 아기를 보살폈던 산실청 궁녀들까지 사실 확인을 위해 준비해뒀으니 문제 될 것이 없었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

그러나 그 아이는 숙원의 아기가 아니었다. 그러자 숙종은 장희빈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고 추국장 밖으로 끌고 가 내던져버렸다. 숙원 최씨의 절체절명의 위기가 장희빈이 실각되는 결정적 계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장희빈은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백만금이 아기를 바꿔온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다만 백만금이 어떻게 아기를 바꿔서 이 상황을 대비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그 설명이 없는 한 숙원 최씨의 위기 모면과 장희빈의 몰락이라는 엄청난 내용의 설득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숙종, 장희빈, 숙원 최씨의 관계를 답습하지 않고 어떻게든 새롭게 만들려고 애쓴 작가의 노력과 그 기발함은 인정할 수밖에는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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