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프로젝트 내용을 공개했다. 그 결과,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인 노재헌 씨가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3개 회사를 설립해 스스로 주주 겸 이사에 취임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재헌 씨가 설립한 회사 3개는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 Inc.) △GCI 아시아(GCI Asia Inc.) △럭스 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onal Inc.)인데,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라고 설명했다. 3개 회사는 Akara Bldg, 24 De Castro Street, Wickahams Cay 1, Road Town, Tortola, British Virgin Islands에 세워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 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3개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 김용진 대표 ⓒ미디어스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는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만들 때 설립에 필요한 것들로 본인 신분증 등 증명 자료가 있다. 여기에 한국 주소지를 기재한 이름이 195명 나왔다”며 “하지만 노재헌 씨는 195명 중 1명은 아니다. 한국 주소지를 기재하지 않았는데 데이터베이스에서 한국인 이름으로 보이는 것을 무작위로 검색하다 나온 것이다. 홍콩 ID 사진, 서명, 생일 등을 확인한 결과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 씨와 동일인물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노재헌 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회사를 설립한 시점은 2012년 5월 18일이다. 3개 회사 중 럭스 인터내셔널은 주주가 2명으로 되어 있는데 하나는 노재헌, 하나는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인) GCI ASIA였다”며 “추적하기에 복잡하고 중층적으로 설계한 이유를 저희로선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심인보 기자는 “(노재헌 씨는) 2013년 5월 24일, 페이퍼컴퍼니 이사직에서 사퇴한다. 저희 뉴스타파가 처음 조세피난처 보도를 한 게 2013년 5월 21일이었다. (뉴스타파 보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보도 이후) 사흘 뒤에 사퇴한 셈”이라며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과 GCI 아시아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첸 카이와, 럭스 인터내셔널은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김정환이 (노재헌 씨 이사직 사퇴 후) 이사직을 물려받았다. 아직 두 사람의 신원은 확인 못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의 취재에 대해 노재헌 씨는 “개인적인 사업 목적으로 1달러 짜리 회사를 몇 개 설립했지만 이혼 등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회사를 이용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뉴스타파는 기자회견과 동시에 그간의 취재 내용을 정리한 리포트를 통해, 주소지를 한국으로 기재한 인물 195명을 발견했고 이 중 두 자리수 인원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이번주 내로 1~2차례 추가 발표를 할 계획이다.

뉴스타파가 이날 공개한 조세도피처 자료는 지난해 독일 일간지 쥬트도이체차이퉁(süddeutsche zeitung, 남부독일신문)가 익명의 취재원으로부터 입수한 것으로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내부 자료다. 이 자료에는 모색 폰세카가 1977년부터 2015년까지 관리한 21만4488개의 페이퍼컴퍼니, 신탁, 재단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이 자료의 용량은 총 2.6테라바이트이고 문서 건수만 1150만건에 이르는데, 쥬트도이체차이퉁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자료를 공유했고, ICIJ는 76개국 109개 언론사와 함께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4일 공개된 뉴스타파의 <노태우 아들 노재헌도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 설립>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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