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미네르바’ 구속 이후 주류언론과 더불어 인터넷에서도 ‘진위 공방’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네르바의 나이 경력 등에 대해서 수많은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검찰의 미네르바는 ‘30대의 전문대 비경제학과 출신의 백수’로 알려졌고, <신동아>에 기고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지난 9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검찰의 미네르바’를 면담하고 와서 밝힌 내용 중 핵심은 “신동아와 인터뷰 한 사실이 없다. 신동아가 허위로 조작해서 썼다”고 미네르바가 말했다는 사실이다. 신동아는 12월호에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온다, 환투기세력 ‘노란토끼’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미네르바의 기고문을 실은 바 있다. 이 글이 신동아의 자작극일 수도 있고, 신동아가 미네르바를 만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동아가 만난 ‘미네르바’가 ‘검찰의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건, ‘검찰의 미네르바’의 진술로 보나 기고문 게재 당시 신동아가 소개한 신상으로 보나 확실하다. 자칭 ‘미네르바’가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수없이 등장하고 있고, 오늘도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올라 온 글을 볼 수 있다.

정황상 ‘검찰의 미네르바’ 역시,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로 상당한 글쓰기를 한 것도 사실일 수 있다.

▲ 2007년 11월12일자 매일경제 2면.

여기서 문제는 ‘검찰의 미네르바’ 한 사람만 미네르바냐 아니면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로 한국경제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글, 알려야 할 내용’이 있는 사람들 다수가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느냐에 대한 진단부터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네르바’가 한 사람이라는 전제를 두고 ‘검찰의 미네르바’가 진짜냐 가짜냐를 논쟁하는 프레임은 오류일 수있다. 미네르바는 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일 가능성도 있고, 한 사람의 미네르바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명성이 높아지자 여러 사람들이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활용했을 수 있다. 결국 지금의 '검찰의 미네르바 진위공방 프레임은 ‘논의 프레임 설정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순간 엄청난 추천과 클릭이 확보됨으로써, 아고라에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중, 반드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내용이라고 판단한 네티즌 중 누군가가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사용해서 글을 올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네르바’는 상당히 매력적인 아이디로, 적어도 다음 아고라에서는 통하고 있다.

‘50대의 해외 경험이 있는 증권가 사람,’ 또는 ‘70대 노인’ 각각이 미네르바일 수 있다. 지난 해 11월12일, <매일경제>는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나이는 50대 초반이고, 증권사에 다녔고, 또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남자”라고 보도했다. <신동아>도 지난해 12월호에서, “증권사에 근무한 적이 있고 해외체류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21일,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의 지인이자 자신을 경제학 교수라고 밝힌 ‘readme’도 “최근 지인을 통해 K라는 사람이 미네르바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1% 상위층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0.1% 극상위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미네르바’는 전혀 다른 경력과 계층의 사람이다.

즉, 미네르바의 정체성은 10월 이전의 미네르바와 11월 이후의 미네르바로 나누어진다.

9월 산업은행이 인수하려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예견’, 10월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 및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예견의 시점에서는 한 명의 미네르바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경제예측이 하나하나 현실로 드러나면서부터 미네르바는 더 이상 10월 이전의 미네르바로 남을 수 없을 정도로, 네티즌의 관심과 인기가 폭발했다. 이미 11월 이후 미네르바는 집단지성의 상징적인 ‘아이디(ID)'로 정착되어 갔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지금 ‘검찰의 미네르바’는 올 1월에 올린 ‘기획재정부의 공문서’ 하나 때문에 검거된 것이기 때문에 수많은 미네르바 중 한 사람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제부터 ‘다음 아고라’에 가서 ‘경제관련 글’을 쓸 때는 ‘아이디’를 우리도 ‘미네르바’라고 하자. 불편하면 ‘미네르바 0110-1,’ ‘미네르바 0110-2…’고 구분하는 놀이도 해 보자. 검찰이 아고라 게시판에 노는 우리들을 잡으러 올까 안 올까?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