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근 10년 전인 2007년,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후보자는 “불체자 23만 명에 대한 사면을 실시해달라”는 요구에 “불체자 문제를 해결해 주면 또 불체자가 생긴다는 부담이 있지만, 반대로 그 분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 내가 사면을 해줄 권한은 없지만 권한이 생긴다면 진지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던 바가 있다. 그리고 그는 ‘I LOVE KOREA’가 대문짝하게 박힌 플래카드 앞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바로 그 이듬해 출입국본부 직원과 경찰등 280여명 규모의 정부 합동 단속반은 마석 가구공단을 토끼몰이식 강제단속을 실시했다. 하루만에 130여명을 단속했다. 이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이주노동자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성실하게 일하면 언젠가 사면이 될 것’이라 믿었던 그의 마음은 차가운 보호소 안에서 산산이 부숴졌을 것이다.

그리고 2016년 3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 이성호 위원장이 똑같이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를 방문했다. 이성호 위원장이 센터를 방문하여 이주민 인권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던 중에 바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마석 가구공단에 출입국이 단속을 들이닥쳐서 차량 한 대를 꽉 채워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그 중에는 14개월이 된 아이의 엄마도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안 인권위원회 측에서 바로 전화를 하니 아이 엄마만 길가에 내려주고 가버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밖에도 경주에서는 단속을 피하던 이주노동자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 등 전국적으로 또 다시 살인적인 강제단속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러한 강제단속의 배경에는 법무부가 3월 28일 발표한 <자진출국 불법체류외국인 입국금지 면제> 조치와 깊은 관련이 있다. 2016년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 간 자진출국하는 미등록이주민에 한하여 미등록체류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한시적으로 전면 면제한다는 것이다. 이 지침은 자진출국을 위한 동기를 적극적으로 부여해 미등록체류이주민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시행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지침 발표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은 과연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클 뿐이다.

더불어 법무부는 단속인력을 총 활용, 지난 어느 해보다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기 위해 ‘수도권 광역단속팀’과 ‘영남권 광역단속팀’을 가동하고 경찰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정부합동단속을 연간 20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 보도자료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 이미 전국에서는 이주노동자 인간사냥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출입국의 단속이 인간사냥이라고 불리우리는지는 지난 10년 간의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사람이 30여명이 넘는다는 것만 보더라도 자명하다.

2004년 4월: 방글라데시 카이살 후세인 강제단속위협, 장시간근무, 임금체불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 / 11월: 부천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출입국단속반이 쏜 ‘마취총’에 맞아 기절한 채 연행됨

2005년 10월: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4층에서 중국 여성노동자 떨어져 사망

2006년 2월: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6층에서 터키노동자 코스쿤 셀림 떨어져 사망 / 4월: 부천에서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던 인도네시아 노동자 누르 푸아트씨 추락사 / 5월: 중국동포 장풍 씨 창원의 한 공장에서 단속 피하려다 2층에서 떨어져 뇌사

2007년 1월: 전남 해남에서 중국노동자 여풍산 씨(32)가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다 심장마비로 사망 / 2월: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일어난 화재로 10명의 이주노동자 사망 / 11월: 발안의 외국인교회에 출입국단속반 난입하여 이주노동자 2명 중상입음

2008년 1월: 중국인노동자 권씨가 단속과정 중 8층 높이에서 추락사 / 4월: 남양주 단속과정 중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3층에서 추락 / 8월: 부산에서 중국 노동자 작홍근씨 단속중 추락하여 중상 / 11월: 마석 성생가구공단과 연천 청상농장 출입국 경찰 합동단속으로 13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연행당하고 부상을 입음

2010년 10월: 서울 가산동에서 베트남 이주노동자 T씨가 출입국 단속과정에서 추락사

2011년 11월: 김포시에서 단속과정 중 중국인 노동자 H씨 심장마비로 사망

2012년 3월: 동해시에서 단속과정 중 중국인 노동자 허씨 단속을 피해 바다에 뛰어들어 사망 / 11월: 부산 기장군에서 단속과정 중 옹벽에서 추락한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중상을 입은 후 사망

미등록체류노동자가 생겨나는 것이 사업장 변경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체류기간을 4년 10개월로 묶어버린 고용허가제도와 이탈신고 전화 한통으로 이주노동자의 비자 박탈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업주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정부가 모르진 않을 것이다. 또다시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에 일하러 들어온 이주노동자가 단속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전국의 이주단체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대상으로 강력한 규탄행동을 들어갈 예정이다.

중도일보 영상뉴스 갈무리

꽤 오래전 사진이지만 2009년 대전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들이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얼굴과 목 사이를 가격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서 충격을 던진 사건이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러한 충격을 계속 받아야 한단 말인가? 이 글을 쓰는 중에도 SNS 상에서 어느 지역에서 단속 때문에 누가 다쳤다라는 이야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미등록체류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간사냥을 제발 중단하라!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무조건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반드시 합법화되서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튼튼한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movement(운동)가 아닌 exercise(운동)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