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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씹을수록 달콤한 송혜교의 커피 고백, 송중기의 우문현답 결정판[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4.01 10:42

<태양의 후예>는 멜로드라마다. 휴먼 혹은 재난이라는 수식어를 가져오더라도 멜로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군인 그것도 특전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이니 액션은 빠질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유시진에 대한 강모연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모티브였기에 더욱 중요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멜로에서는 만점을 기록한 <태양의 후예>의 액션 점수는 거의 빵점에 가까웠다.

차라리 구출작전을 내레이션으로 처리했어도 무방했을 정도로 유시진 부대의 구출작전은 너무도 빨리, 긴장감이라고는 느끼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이 액션신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가 액션드라마도 아니고, 설혹 액션드라마였다고 할지라도 이미 쌓아놓은 송송커플의 달콤함을 핥기에도 바쁜데 비판할 시간 따위는 없을 뿐이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그렇지만 나름 수확은 있었다. 그간 유시진과 함께하며 알게 모르게 사선을 넘나들었던 강모연이 마침내 그 위험의 실체를 알고, 알고도 유시진과의 연애에 더는 주저하지 않을 강철 같은 사랑을 스스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태양의 후예>에 반드시 빠지지 않는 명대사 열전에 또 한 줄을 추가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모든 일들이 정돈된 후에 강모연은 다소 침울해 있는 유시진을 찾아와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그런데 커피는 유시진보고 타오라고 한다. 귀여운 도발이다.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 언뜻 느끼게 되는 것인데, <태양의 후예>의 강모연은 어쩐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오영과 닮은 점이 있다. 아니 세상의 모든 멜로 여주인공들에게 같은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어쨌든 유시진은 군인답게 잔에 넘칠 정도로 커피를 타서 양손에 들고 강모연이 기다리고 있던 회랑으로 나온다. 그리고 한 잔을 강모연에게 건네자 강모연은 다가선다. 그런데 커피를 지나친다. 그리고 양손에 넘칠 듯한 커피를 들어 무방비인 유시진의 가슴팍으로 직진한다. 그것은 강모연 식의 고백이었다.

“내가 불안해 할 권리를 줘요. 대위님이 내 눈 앞에 없는 모든 시간이 걱정이고 불안일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진짜 내가 걱정할 일을 하러 갈 때는 알려줘요. 적어도 당신이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 하하호호 하고 있게 하지 말아 달라구요”

사랑은 모든 이성적 판단을 무너뜨리는 힘을 가졌지만 강모연의 이 고백은 콩깍지식이 아니었다. 불안해 할 권리를 달라는 것은 그만큼 성숙해진 강모연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콩깍지에 쓰여 죽네사네 하는 사랑보다 더 단단하고 강한 것이 분명하다. 불안해 할 권리. 연애대사로는 분명 딱딱한 단어들의 조합인데 씹을수록 달콤함이 느껴지는 진국고백이었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강모연과 유시진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유머감각이다. 이들은 어지간해서는 유머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렇게 우아한 고백을 한 후에 강모연은 팔짱을 끼면서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을게요”라면서 “나에요 조국이에요?”라고 한다. 역시나 사랑은 유치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강모연 역시 그랬다.

그러자 유시진은 “일단 강모연이요”라고 대답한다. “두 번 물으면요?”하곤 다시 물어도 “그래도 강모연이요”라고 대답한다. 좋으면서도 그 좋은 것에 만족하지 않는 것이 여자다. 강모연은 다시 묻는다. 한 번만 묻는다더니 벌써 세 번째다. “그럼 조국은요?” 이제 연애정답자 유시진의 우문현답의 결정판 대답이 나온다. “조국은 질투하지 않으니까”

이쯤 와서는 강모연 구출작전은 모두 잊을 만큼 다시 시청자들의 달콤수치가 한계치까지 올랐음이 분명하다. 이제 백마부대도, 혜성병원 의료팀도 우르크에서 할 일은 다했다. 그래서 지진 피해자에 대한 묵념으로 마무리한 우르크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드라마 전체가 끝나는 것만 같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그 지점에서 끝나도 충분했다. 조금 의아했지만 그래서 남은 4회의 전개와 마무리가 더욱 궁금해진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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