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송스님을 만난 곳은 서울 시청광장이었다. 스님은 가슴에는 ‘구본홍퇴진’, 등 뒤에는 ‘YTN사수’란 문구를 단 채 YTN 공정방송을 위한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 역시 스님의 삼보일배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직장이 근처라던 몇몇 시민들은 YTN에 구본홍 낙하산 사장이 들어와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언론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YTN노조에 “힘내세요”라며 “꼭 원하시는 일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무송스님의 삼보일배가 YTN 골목으로 들어선 모습ⓒ나난
그렇게 8일 저녁 7시 YTN 앞에서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저지 175일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175일 촛불문화제의 사회는 7일부로 징계가 끝나고 업무에 복귀한 박진수 노조원이 맡았다. 박진수 노조원은 “YTN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200일이 불과 25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돌발영상도 돌려드려야겠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국회가 시끄러운데 돌발영상이 없는 국회가 아쉽다는 글들이 게시판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돌발영상이 있었다면 KBS 제야의 종소리 생방송 조작사건을 어떻게 기록했을까? 국회에 경찰병력이 배치된 것 역시 어떻게 다뤘을지도 궁금하다. 여전히 ‘‘재치’와 ‘풍자’가 가득한 영상이 나왔을 텐데’하는 아쉬움에 ‘돌발영상’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의 모습ⓒ나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등장하자마자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에게 세배라며 큰 절을 올렸다. 현안보고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노종면 위원장은 “‘어청수 경찰청장이 교체된다’는 소식이 방금 YTN을 통해 보도됐다”는 소식부터 전했다. 그는 이어 “구본홍도 갑니다”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그렇지만 그는 교체대상이 구본홍이 아니라 어청수라는 것이 못내 아쉬웠나 보다. “새해가 되면서 구본홍이 쫓겨났다는 말을 제일 먼저 전해주고 싶었다”라던 그의 말은 촛불문화제에 함께한 모두의 소망이기도 했다.

노종면 위원장은 “언론노조 파업을 두고 밥그릇 지키기라고 비판했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최근 세습 경영하겠다고 난리”라며 “그 아들들이 32세에 언감생심 이사가 되고 35세에 주요직에 올랐는데 세습 경영하는 언론사에서 무슨 공정방송을 이야기하느냐”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조중동을 절독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 촛불문화제의 모습ⓒ나난
이날 삼보일배를 한 무송스님은 “YTN해고자 및 징계자들이 고생하시는데 제가 도울 것이 없나 고민하다 삼보일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정권을 잡았으면 조심해서 국민을 잘 모셔야 하는데 장기집권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광우병 촛불이 실패하면서 희망이 없었지만 YTN노조가 희망의 불꽃을 살려서 MB악법을 막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촛불문화제에는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이 참석해 앉아있었다. 현덕수 전 위원장은 “언론노조 총파업을 보며 열흘을 맛깔 나는 뷔페장소에 갔다가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또 “좋은 곳으로 여행 갔다가 다시금 집 현관에 들어선 기분”이라고도 했다. 그는 “즐거운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차분한 마음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며 “지난 언론노조 투쟁에서 얻은 작은 전진이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의 당연한 진리를 보여줬듯이 YTN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현덕수 YTN 전 노조위원장의 발언 모습ⓒ나난
지난 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가 YTN <뉴스 오늘 1·2·3·4부>(2008년 10월24일 방영분) 중 ‘YTN 노조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에 대해 ‘의견진술’ 듣기로 한 것과 관련해, 사회자는 “이것은 중징계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과연 중징계 감인지 판단해달라”며 방송분을 상영했다. 사회자는 영상이 끝나자마자 이를 중징계한다는 것은 “뉴스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라고 했다. 이때 어디선가 “YTN화이팅”이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YTN을 지나가던 한 시민이었다.

지난 7일자로 징계가 끝나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 2명의 ‘복귀신고’가 이어졌다. 박진수 노조원은 “복직 거부투쟁을 했어야 하는데”라며 “안에서 가열찬 투쟁을 하라는 적들의 판단착오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와 함께 업무에 복귀한 김정원 노조원은 “변한 것은 없다”고 했다. 단지 자신이 몫을 채워주었던 선후배들의 짐을 덜어주게 되어 맘이 편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업무에 복귀했다고 해서 할 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박찬호 선수는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자신은 성공한다’고 되뇌었다. 우리도 반드시 ‘공정방송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전했다.

▲ 좌-노종면 노조위원장, 중앙-박진수 노조원, 우-김정원 노조원의 모습ⓒ나난
노종면 위원장은 “업무에 복귀해 취재하던 김정원 기자의 모습에 대해 한 매체가 ‘빛나보였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YTN 투쟁은 반드시 이길 것이다”라며 “우리도 방송으로 돌아가서 멋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촛불문화제를 마쳤다.

촛불문화제 참가자 80여명. 그들은 한 목소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지치지 말자’는 말이었다.

▲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의 모습ⓒ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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