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간의 합의문이 발표된 이후,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미디어법안이 상정일자 조차 정하지 못하고 ‘협의’도 아닌 ‘합의’로 결정된 이후 7일에 이어 8일에도 한나라당 지도부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강도가 더 심해졌다는 사실과 이에 조중동이 입법투쟁을 위해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8일 “‘두나라당’으론 이 나라를 이끌지 못한다”며 “항복문서 서명” 내분에 빠진 한나라라고 공격했다. 중앙일보 또한 한나라당이 “불법과 야합하고 떼법에 굴복했다”며 입으로만 전쟁 치른 ‘웰빙정당’으로 규정했다. 또한 “MB계 57명이 지도부 물러나라고 요구”해 내전 위기에 있다고도 전했다. 중앙일보는 한계 드러낸 여당을 대통령이 설득해야 한다며 청와대의 압력이 필요하다고도 이야기했다. 이러한 한나라당 때리기는 동아일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나라 친이, 지도부 퇴진 요구”라고 했고 몽롱한 한나라당이라고 비꼬았다. 동아일보는 한나라당으로는 부족했는지 청와대까지 그 비판의 대상을 넓혔다.

▲ 1월 8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캡처
조중동의 한나라 때리기는 분풀이에 가깝다. 한나라당은 어렵사리 뒷바라지해줬음에도 신문·방송 겸영 하나 통과시키지 못한 무능력한 ‘하수인’일 뿐이었다. 이에 조중동은 이제 한나라당만을 바라보지 않겠다고 선언한 듯하다. 조중동도 2월 국회를 목표로 투쟁에 나섰다. 대리 입법 투쟁. 조선일보식 쟁점법안 선전이 시작됐고 현 한나랑 지도부에 대한 비난을 넘어 새로운 MB계 의원으로 지도부가 구성되어야 한다며 실명까지 거론했다. 또한 이명박 정권의 개입 필요성도 설득하고 있다. 이러한 삼박자가 맞아야지만 조중동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을 끝낸 듯하다.

그렇게 2월 국회를 향해 돌진하는 조중동.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조선일보, 대리 입법투쟁 시작 : 승리를 상징하는 빨간 넥타이를 맨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조선일보 1면 사진에서 괴로워했다. 그 옆에는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설명은 “7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직자 보고를 듣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활짝 웃는 모습과 당 일각의 인책 공세에 직면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찡그린 얼굴 표정이 대조적이다”였다.

▲ 1월 8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캡쳐
조선일보는 5면기사에서 “협상에서 ‘100 대 0’으로 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자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국포럼 출신의 한 의원은 “협상에 실패한 지도부는 이미 뇌사상태”라며 “분위기 쇄신, 대야전략 수정 등을 위해서라도 교체해야 한다”고 인용했다. 또한 확실한 ‘친이 직계’ 원내대표 필요성도 언급하며 정의화 의원 혹은 안상수 의원을 내세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정치권이 정부 여당이 제출한 주요 법안들을 놓고 20여 일간 폭력사태까지 유발하며 극한 대결을 벌였지만, 정작 법안 내용이 어떤 것이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본 일이 거의 없었다”며 쟁점법안들의 구체적인 내용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여야이 입장과 주장은 무엇인지 법안의 내용과 쟁점을 살펴보았다“고 했다. 이날은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짚었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과 쟁점을 살펴본다고 하면서도 그 속은 온통 금산분리 완화 논리만 있을 뿐이다. 야당이 “국내 은행의 주요 주주 지분이 대체로 10% 이내로 분산돼 있어 10%만 획득해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며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가 될 수 있다는 반대주장은 ‘겨우 6%인데…’라는 말로 치부해버렸다.

조선일보는 앞으로 신문법, 방송법, 사이버모욕죄 등 미디어 쟁점법안도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입법투쟁에 적극적으로 변모한 조선일보이기에 언론노조 파업이 일시 중단됐지만 아직 끝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 중앙일보, 이명박 대통령에게 훈수 두다 : 중앙일보는 “불법과 야합하고 떼법에 굴복했다”는 기사를 통해 “임시국회 내 쟁점 법안의 처리가 사실상 무산된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 안에서 원내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차명진 대변인이 사퇴 회견을 하는 등 내부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신문법 방송법 등 6개 미디어 관련 법안들을 2월 국회에서 상임위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며 “사실은 당장이라도 모든 법안을 상정하고 싶지만 여야 간사 합의를 존중해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제안된 법안을 심의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실상 이번 임시국회는 넘기지만 다음 2월 국회에서 상정하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다.

▲ 1월 8일자 중앙일보 상정시기 2월로 잡은 기사 캡처
취재일기에서는 아예 대놓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선포한 ‘법안전쟁’을 진짜 전쟁처럼 인식하고 대응했다”면서 “하지만 정작 한나라당은 스스로 말해 놓고도 건성으로 행동했으니 잘될 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의 전말에 대한 처절한 반추와 자성을 하지 않는다면 다음 국회도 보나마나다”라며 다음 국회 때는 잘하라고 경고의 메시지도 던졌다.

▲ 1월 8일자 중앙일보 5면 취재일기 캡처
대통령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치없이 경제도 살리기 어렵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국회 파행에서 확인했다”며 “경제 살리기를 위해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회를 설득하는 것”이며 “야당 지도자를 만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곧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 행위”라고 했다. “대통령이 충정 어린 정치 리더십을 발휘하면 설령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더 큰 민심의 후원을 얻을 수 있다”는 훈수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동아일보, 이명박 정권에 대한 정면 도전? : 동아일보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7일자 신문에서 ‘홍보전’에서 졌다는 평가를 내고도 스스로 ‘선전’하는 건 뒷전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무능력함을 비난하는 것으로는 성이 안찬 듯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까지 더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정부가 그제 발표한 ‘녹색 뉴딜’ 사업에는 4년간 50조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경제위기 극복 종합대책’은 14조원짜리 사업, 작년 12월에 확정된 지역발전정책 2단계 사업비가 42조원, 올 9월에 나온 1단계는 56조원이어 합하면 5년간 98조원이 들어간다고도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것 말고도 경기부양 등 국민에게 약속한 사업이 수두룩하다”며 “정부는 재정사업들을 이리 묶고 저리 재분류해 사업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또한 “작년 말 국회 의결에 따라 올해 발행할 국고채 규모가 74조원이고, 올해 발생할 재정적자도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것은 모두 국민의 빚임을 강조했다.

▲ 1월 8일자 동아일보 31면 사설 캡처
‘이것이 그동안 이명박 정권에 충성을 다했던 동아일보의 모습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은 단지 일시적인 ‘화풀이’일 뿐일 공산이 크다. 조중동이 아무리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때려도 그것은 ‘사랑의 매’일 뿐이다. 적어도 85개 MB입법에 대해 이해를 함께하고 있기에, 이들에게 필요한 건 더 강하고 더 말귀 잘 알아듣는 정권이 필요할 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