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가 ‘백반토론’ 코너에서 정부정책을 풍자한 것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해당 방송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에 대해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30일 TBS교통방송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 ‘백반토론’ 1월 4일과 5일, 6일, 11일, 13일 방송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이는 “백반토론이 정부정책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말하고 지나치게 대통령을 희화화했다”는 민원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 방송심의소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제5호 “방송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해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해선 안 된다”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TBS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 ‘백반토론’…성대모사 정치풍자 코너

TBS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 ‘백반토론’은 한국사회 다양한 이야기를 점심시간에 함께 나눠본다는 취지로 기획된 정치풍자 프로그램이다. 해당 코너에서는 진행자 배칠수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손석희 앵커, 유시민 작가로 분해 전영미 씨가 분한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는 컨셉으로 기획됐다.

TBS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

방송심의소위에 상정된 방송일자에는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협상과 △북한 핵실험 및 대응과 국제정세, △테러방지법과 노동법 처리 종용, △더불어민주당의 탈당과 국민의당의 새정치 논란 등에 대해 풍자했다.

1월 4일자 방송에서 배칠수 씨는 문재인 대표로 분했다. 배칠수 씨는 “지금 시점에 덕담을 나누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법안마다 의견도 갈리고 위안부 협상도 전면 무효화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 국민들은 어처구니없는 협상 때문에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새해를 맞았다. 제2의 을사조약이니, 병신년이니까 병신조약이라고들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본에 한 푼도 받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거지인가. 굴욕외교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을 연기한 전영미 씨는 “반기문 총장은 나한테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라고 칭찬해줬다”며 “알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안철수 대표 성대모사로 배칠수 씨가 “백반토론에서 개그를 담당하고 있다”며 “저한테도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해달라”라고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연기하는 전영미 씨는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라고 칭찬한 뒤, “실컷 분열해 놓고 새정치가 그런 것이냐. 그게 지역주의인가. 뜬 구름 같은 새로운 거 말고 노동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테러방지법, 선거구 획정안 입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방송은 5일과 6일, 11일, 13일자 방송에서도 유사한 태도를 유지했다.

1월 5일자 방송에서는 JTBC 손석희 앵커로 분한 배칠수 씨는 전영미 씨에 “실내등의 밝기는 어떤가. 형광등 100개를 켠다한들 그게 그것일 듯”이라고 꼬집었다.

한일 위안부 협상 비판…“요즘 ‘MB가 더 낫다’는 말 많이 듣는다”

이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연기한 전영미 씨는 한일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달라. 일본도 꽤나 진전된 사과를 했다”며 “어렵게 성사된 부분에 대해 무효라고만 계속 주장한다면 그 누구도 까다로운 일에 손을 놓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자 배칠수 씨는 손석희 앵커 성대모사로 “일본이 정말 사과할 마음이 있었다면 자기네 나라에 소녀상을 세워 후손들에게도 교육을 시키겠다고 했을 것이다. ‘한번 사과했으니 다시 안 한다’, ‘또 얘기하면 너희는 국제사회에서 끝이다’라고 하는 게 진전된 사과이냐. 협박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또, 배칠수씨가 한일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급한 건 일본인데 왜 우리가 협상을 서둘렀는지 이해하지 않는다’, ‘손 놓고 아무 것도 안 하는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라는 반응이 있다고 말하자, 전영미 씨가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배칠수 씨는 “협상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유언비어는 아니겠죠?”라고 비판했다.

1월 6일자에서는 유시민 작가로 분한 배칠수 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연기하는 전영미 씨에 “대면 토론 자체를 안 좋아하시는 걸로 안다”며 “그러면 코너를 바꿔요. 유선전화 토론. 입맞에 맞게, 얼굴 안보이고. 베일에 싸인 것으로. 짧은 거 좋아하니까 백초토론 이런 식으로”라고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논란’을 꼬집었다. 배칠수 씨는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도 “중국인 95%는 이런 식으로 협상하면 수용 못한다고 한다”며 “그러니까 일본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소녀상 치우게 될 것이라고 언론플레이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전영미 씨는 “아니라고 했지 않느냐”라는 말에도 “떨렁 한 마디. 진짜로 아니라면 강력하게 경고해야했다. 그런데, 정부는 유언비어라고 자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윽박지르고 호통쳤다”고 비판했다.

1월 13일자 방송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분한 배칠수 씨가 “테러방지법과 노동법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 역을 맡은 전영미 씨는 “반대만 해서 어떻게 하냐. 지금 안보위기다.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배칠수 씨는 “그 어떤 최고의 논리도 순수한 억지한테는 못 이긴다. 경험으로 느낀 것이다”라며 “요즘 ‘차라리 MB가 더 낫다’는 얘기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심의소위에서 TBS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 ‘백반토론’에 대한 심의는 일사천리로 의결됐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며 “이 정도도 못하게 하면(안된다)”라면서도 ‘문제없음’이 아닌 행정지도 ‘의결제시’를 주장했다. 그러자 장낙인 상임위원과 윤훈열 심의위원 등이 “저도”, “저도”라고 외쳤고, 전원 만장일치로 ‘의견제시’로 결정됐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2월 TBS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 ‘나는 짐이다’ 코너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복면금지법과 관련해 “헬멧을 쓰고 진압하시는 분들 중에도 위험한 사람이 섞여 있을 수 있으니, 헬멧을 벗겨야 한다”라고 풍자했다가 같은 심의규정 위반으로 ‘의견제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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