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李계 의원들이 지난 6일 작성한 ‘여야합의문’을 ‘불법과 야합’이라며 맹성토전을 펼치고 있다.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 안기부법 금산법 집시법 인터넷모욕죄 신설 등 정상적인 상황에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입법전쟁’을 도발한 친李계.

‘21C 파시즘의 환생’으로까지 비난당하며 반민주적 작태를 백주대낮에 거리낌없이 강행하던 이들이 야당을 ‘불법집단’으로 매도하며, 합의의 당사자인 홍준표 원내대표를 몰아친다. 원내대표 사퇴까지 요구한다. 하지만 더 기가 막히는 대목은 홍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안에서는 온건파로 통하고, 국민들에게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비치게 한다는 점이다.

▲ 1월 8일자 한겨레 1면.
고뇌하는 홍 원내대표. 대부분의 일간지 사진에서 홍 대표는 이마를 감싸쥔 채 머리를 숙이고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항해 중 선장을 내리라고 할 수 없다’며 홍 원내대표를 옹호하지만, 심재철 의원 등이 주도하는 한나라당 내 계파조직 ‘함께 내일로’와 같은 친李계는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수구보수적 정치집단인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7일 서울 명동의 은행회관에서 성대한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정몽준 전여옥 오세훈 등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는 참석자 중 한 사람이 “한나라당 의원 중 적과 동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똥덩어리’보다 못한 의원들이 있다”고 맹비난했다. 여야합의문에 서명한 홍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졸지에 홍 원내대표가 민주인사쯤으로, 온건파쯤으로 비춰지며,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국민들이 인식할 수도 있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사실과 관계없는 전혀 새로운 ‘여론조작’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당직자들을 개 끌듯 끌고 나오고, 심지어 민주노동당 의원들마저 쓰러뜨려 실신케 하고 수술하게 했던 폭력행위를 진두지휘한 자가 ‘빨간 내복의 사나이’ 홍준표 원내대표요, 그의 주구가 국회 사무처 박계동 사무총장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인이 갑자기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이미지메이킹’을 시도하고 있고, 일간지들도 ‘여야합의문’으로 인한 ‘한나라당 내의 정치적 입지 흔들’ 류의 제목으로 홍준표 원내대표를 부각시킨다.

민주주의가 타살 직전까지 갔다. 민주주의를 무덤에 쑤셔 박으려는 자들의 ‘폭력정치’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자위적 저항방식인 국회본회의장 점거를 그들은 ‘불법’이라고 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그들이 늘상 하던 방식이었다. 당시 국민 대다수는 한나라당의 그런 방식에 대해서 질타한 것이 아니라, 수구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대변하고 옹호하기 위해서 사립학교법 등 그들이 기획한 법안 자체에 반대하면서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국민 대다수인 65%이상이 한나라당이 ‘직권상정’ 운운하며 밀어붙이던 법안에 대해서 ‘반대’했다. 그리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국회본회의장 점거농성에 대해서도 우호적이다. 심지어 지난 한미FTA비준 상정과정에서 민주당의 ‘망치와 전기톱’을 비난하는 국민은 예상외로 25%정도에 불과했고, 오히려 한나라당이 문 걸어 잠그고 날치기한 것에 더 책임이 크다고 비판한 국민들이 50%에 가까웠다. 민주주의가 타살 직전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야당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위적 방식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런데 홍 원내대표는 ‘여야합의문’ 이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다시 불법이 판치는 국회가 되지 않도록 반드시 국회법을 바꾸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적반하장식 발언을 한다. 원인제공자가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 민주주의 타살기도를 자행했던 집단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런 앞뒤도 원인과 결과도 구분하지 않고, 청와대의 지시대로 움직이다 엄청난 여론의 역풍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합의문’에 서명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이런 정치인이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조작되어 국민들에게 비쳐지고 있다. 친李계가 자신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오히려 ‘홍준표의 대권가도’에 떨어져 있는 ‘똥·덩·어·리’를 치워주고 있는 덕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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