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합의에서 가장 위험한 점은 양당이 ‘쟁점 없는 법안’으로 분류하여 1월 중 처리를 마무리하기로 하였다는 법안의 목록과 내용에 대하여 국민에게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85개 법안 중 상임위 상정조차 안 되었던 법안이 48개에 이르고 공청회조차 거치지 못한 법안이 부지기수다. 여당과 야당이 자신만의 판단에 근거해서 국민에게 전혀 알려지지도 않은 수많은 법안을 비쟁점법안으로 치부하고 쉽게 협의와 처리의 테이블에 올린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 국민에게는 ‘쟁점’ 아닌 법안이란 있을 수 없다.”

▲ 7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언론악법 저지’풍선을 띄우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정영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7일 오후 여야간 합의문 발표과 관련 논평을 내어 이같이 주장하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상황에 놓여 있는 언론중재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서를 발표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협의 처리하기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2008. 12. 24. 나경원 의원 대표발의)’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 언론의 사회적 책임 관련 규정 삭제 △언론피해의 자율적 예방 및 구제를 위한 고충처리인 제도 폐지 △법 적용 대상에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인터넷포털, 언론사닷컴 등을 추가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 권고 조항 삭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변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 언론의 사회적 책임 관련 규정을 모두 삭제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조항(제21조 1·4항)을 무시하고 이로 인해 국가권력에 못지않은 ‘언론권력’의 남용과 방종을 방치했다”며 “언론피해의 자율적 예방 및 구제를 위한 고충처리인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언론의 무분별한 허위보도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방법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언론중재위원회가 언론의 보도내용에 의한 국가적, 사회적 법익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사항을 심의해 시정권고할 수 있는 기능 및 피해자 아닌 제3자에게도 시정권고 신청권을 부여한 제32조(시정권고)를 삭제함으로써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방치하고 있으므로 이를 반대한다”면서 “오히려 현재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등에 관한 법률안은 그 명칭(현재의 언론피해구제기관으로서의 언론중재위원회가 아니라, 조정기관으로서의 언론분쟁조정위원회로 변경되어야 함), 위상(독립성을 강화해야 함), 직무범위(지나친 비대화 및 관료화를 방지해야 함)등을 개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여야합의문 중 ‘방송법 등 언론관계 6법에 대해 시한을 정하지 않고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과 관련, 민변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우리는 ‘합의처리’라는 말속에 숨은 타협의 여지를 경계한다”면서 “이들 법안은 내용 자체가 위헌적이고 민주주의를 극도로 제약하는 것이어서 ‘철회’되어야 할 법안이지 어떤 경우에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밖에 출자총액제도폐지 법안(공정거래법), 한미FTA 비준동의안에 대해서는 “‘협의처리’하기로 하여 사실상 일방통과의 길을 열어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민변은 “문제의 본질은 ‘악법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권상정’을 막는 것은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관문이었을 뿐이다”면서 “악법 철회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다. 민변은 앞으로도 쟁점 법안의 위헌성, 법적 혼란을 야기할 위험성을 지적하고, 사회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악법 조항을 알리고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도 6일 여야 합의문 발표에 대해 논평을 내어 “이번 결과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염원하는 일만 팔천 언론노동자들의 총파업과 지지와 성원을 보내 준 국민들의 힘이었다”면서 “‘전파법’과 ‘언론중재법’도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악법으로 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법들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협의 처리하는 것은 여당과 야당의 협의가 아니라 국민과 협의 처리라는 것을 여당과 야당 모두에 일러둔다. 언로가 막히고 언론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개악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재벌방송, 조중동방송을 포기하고 신문시장을 정상화하여 거대족벌 신문의 독과점이 해소될 때까지 파업이 유효하다”고 밝히고 “향후 국회에서 언론법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한눈팔지 않고 지켜볼 것이며 한나라당이 다시 한 번 날치기를 시도하는 경우 그때는 국민과 함께 지금보다 더 높고 강고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