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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역사에 대한 새롭고도 발칙한 도발[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3.30 10:04

조선 21대왕 영조는 52년이라는 긴 재위기간 만큼이나 업적이 많은 왕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영향일지 영조에 대한 인상은 그의 업적보다 다른 것이 더 크다. 바로 아들을 뒤주에 가둬서 죽게 한 사도세자 사건이다. 조선왕 중 가장 긴 재위기간을 누린 왕 영조가 균역법 등 업적도 만만치 않으나 자기 자식을 잔인하게 죽인 패륜적인 인물로 기억에 남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그의 출신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 사도세자의 죽음은 영조의 광포한 성정 때문이 아니라 당시 집권하던 노론이 몰아간 결과라는 사실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그래도 자식을 죽인 아비라는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긴 재위기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던 영조의 아킬레스건 출신문제는 바로 그를 낳아준 어미가 무수리라는 천한 출신이기 때문이다.

SBS 새 월화드라마 <대박>

그런 점은 어쩌면 아비 숙종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일지도 모를 일이다. 숙종은 중전을 두 번이나 갈아치웠다. 그의 두 번째 중전은 악녀의 대명사 장희빈이다. 그 장희빈마저 결국에는 사약을 먹고 죽게 됐으니 자식을 죽인 영조의 아비는 아내를 죽인 남편이라는 점에서 통하는 점이 있다.

이번 SBS 월화드라마 <대박>은 숙종과 무수리 최씨의 만남을 상당히 새롭게 그려냈다.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이인좌에 의한 음모론을 채용한 것이다. 그 모티브는 기록과 매우 비슷하다. 수문록에 의하면 숙종과 최씨의 만남은 드라마 <대박>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SBS 새 월화드라마 <대박>

숙종이 깊은 밤 궁궐을 거닐다가 불빛이 새어나오는 궁녀의 방을 엿보다가 그 궁녀가 쫓겨난 폐비의 생일을 기리는 모습에 반하게 됐다는 것인데, 사실 개연성에 의문이 가는 장면이라 할 것이다. 그날이 인현왕후의 생일이자 공교롭게도 궁에서 쫓겨난 지 꼭 4년이 되는 날이었다는 것이다.

이 기록에 의하면 최씨는 무수리가 아니다. 무수리는 궁녀와 달리 궁 밖에 거주하며 출퇴근을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자기 방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조를 괴롭혔던 숙빈 최씨의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 기록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는 없다.

드라마 <대박>은 이 부분을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궁녀로서가 아니라 무수리로서 숙종을 만나게 한 것은 나름 기록과 야사를 효과적으로 결합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왕과 무수리의 우연한 만남에 힘을 실어주기는 뭔가 부족한데, 거기에 이인좌의 음모론을 접목한 것은 어쩌면 필연의 결과일 것이다.

SBS 새 월화드라마 <대박>

비록 이인좌의 난이 12일 만에 평정되었지만 영조가 숙종의 아들이 아니고, 경종을 독살했다는 내용을 퍼뜨렸고 그것은 영조의 평생 트라우마로 작용했으니, 비록 실패한 반란이었다지만 영조를 오랫동안 괴롭힌 숙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인좌의 난은 끝난 이후에도 작은 불씨를 일으켰고, 나주괘서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영조의 골칫거리였다.

드라마 <대박>은 이 이인좌의 난에 숙종의 또 다른 아들 대길의 존재를 통해 영조가 겪어야 했던 정통성의 고민을 좀 더 자극적으로 만들었다. 이는 분명 기존 역사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자 아주 발칙한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하다. 그러나 위험한 만큼 그 스토리에 대한 자극적인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단지 그 자극 투성이의 상상만으로 끝날지 아니면 거기에 역사를 바라보는 진지함을 끌어낼지가 의문이다. 드라마 <대박>이 기대가 되면서도 우려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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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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