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숨겼을 뿐이다. 그동안 여야쟁점법안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오늘자 신문은 차분함이 그 ‘도’를 넘어섰다.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미디어법이 통과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라는 충격에 빠진 탓인지 무능한 여당이라며 한나라당에 대한 야속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좌절감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쪽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였다. 조선일보는 ‘무법국회 싸우는 사이 서민들은 전과자 됐다’며 이번에 통과되지 못해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선전’했다. 이미 지난 과거다. 또한 아주 작게 ‘여야, 일단 애매한 합의’라고만 이야기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여, 쟁점법안 대폭후퇴 끝 타결’이라며 한나라당에 대한 푸념으로 시작했다. 6면 기사에서는 민주 “‘악법 낙인찍기’ 구호전, 논리 매달린 한나라 눌렀다”고 평가했다. 이 역시 과거형이다.

충격을 가장 빠르게 털어버린 것은 중앙일보였다. 예상이나 한 것처럼 조선·동아가 ‘홍보전에서 졌다’며 과거에 대한 평가만 하고 있는 동안 중앙일보는 이미 ‘홍보’에 돌입했다. 1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미디어법 빠른 시일 내 합의 처리 노력”으로 뽑아냈다. 이어 2면에서도 ‘당정, 미디어법 2월 통과 위해 전방위 홍보전’이라며 한나라당의 홍보를 대신했다.

어찌하든 7일자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일관된 모습은 ‘홍보전’에서 졌다는 목소리였다. 이제 선전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다. ‘홍보에서 졌다’는 그들의 평가는 일정정도 맞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조중동은 아직 멀었다. 그들이 진정 진 이유를 찾는 데에는. 이번에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그리고 조중동이 진 것은 바로 ‘진실’과 ‘민심’에 있다.

조중동의 오늘자 모습을 살펴보자.

▲ 1월 7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캡처
◇ 조선일보, 공영방송은 매출도 좋아야(?) : 조선일보는 8면에서 “MBC ‘지금 이대로’ 지키려고 ‘방송장악 음모다’여론 호도”라는 제목으로 MBC가 진짜 파업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내용인즉 “MBC 서울 본사에는 1765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똑같이 1개 채널을 갖고 있는 SBS 직원은 884명이지만 2007년 MBC 매출이 7770억원이나 SBS는 6353억원의 매출을 올려 인력은 MBC가 2배나 많지만 매출액은 SBS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는 ‘시장’의 감사도, ‘감사원’의 감사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조선일보는 “MBC가 수십 년째 이런 구조로 버텨 올 수 있었던 것은 KBS·MBC·SBS 3사에만 독점적으로 지상파 종합TV채널을 허용한 ‘독과점’ 체제가 유지돼왔기 때문”이라며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사업자를 시장에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의 말을 빌린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입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이제 조선일보는 남의 입을 빌리지 않겠다는 의지인 듯하다.

조선일보의 MBC 공격은 어이없게도 ‘매출’에 있었다. ‘공영방송’과 ‘매출’은 어색한 조합일 뿐이다. 지난 12월 방영돼 큰 화제를 낳았던 MBC 창사 47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은 촬영기간 9개월, 총 20여억원을 들여 제작했다. 공영방송의 의미를 이런 곳에서 찾아보길 조선일보에 권유해본다.

▲ 1월 7일자 동아일보 6면 기사 캡처
◇ 동아일보, 우린 홍보전에서 졌다 : 동아일보는 미디어법안에 대해서 따로 이야기하진 않았다. 다만 쟁점법안에서 한나라당이 졌다고 이야기했고 그 원인을 ‘홍보전’에서 찾았다. 동아일보는 “4일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밝힌 직후, 한나라당 내에서는 김형오 의장에 대한 성토와 함께 ‘우리는 홍보전에서 완패했다’는 자책이 쏟아졌다”고 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민주당이 ‘법안 전쟁’이 시작되고 내건 구호는 ‘MB악법 철폐’였지만 한나라당이 제시한 ‘민생법안 연내 처리’에 비해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시 ‘재벌에 방송 줄래?’, ‘재벌에 은행 줄래?’ 등을 들고 나와 ‘특권층 대 서민’ 구도”로 바뀌었으며 MBC 등 방송사 파업이 시작되자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에 대한 ‘특혜입법’이라는 주장”을 시작하면서 ‘방송 대 신문’, ‘보수 대 진보’라는 이념 구도로 전선이 넓어졌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 관계자를 통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일반인의 언어가 아닌데 민주당은 이를 ‘마스크법’이라는 소비자 언어로 번역했다”며 “이들 네이밍이 다시 ‘MB악법’이라는 최상위 전략으로 수렴되는 구조를 만든 것 같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의 제목을 “민주 ‘악법 낙인찍기’ 구호전, 논리 매달린 한나라 눌렀다”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는 ‘논리’에 매달린 한나라당은 보이지 않았다. ‘민생법안’이라는 상징에 매달려 사이버모욕죄를 포함한 미디어법안, 금산분리 완화 등을 날치기 통과시키려했던 한나라당만이 있을 뿐이다.

◇ 중앙일보, ‘2월 국회’ 벌써 2차전 돌입 :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비해 중앙일보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예상이나 한 듯 2차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그들이 노린 것은 2월 임시 국회.

▲ 1월 7일자 중앙일보 2면 기사 캡처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제목에서 동아일보처럼 ‘쟁점’이라 하지 않았다. “미디어법 빠른 시일 내 합의 처리 노력”이라며 ‘미디어법’이라고 정확하게 표현했다. 이어 2면 기사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미디어 개정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위해 대대적인 홍보전에 돌입했다”며 “당 정책위에선 일부 방송과 민주당의 공세에 맞설 홍보 논리를 개발했다”고 한나라당 정책위 자료를 그대로 실었다. 또한 이날 당 정책위에 김장실 문화부 1차관과 송도균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당정회의에 문화부 차관과 방통위 부위원장이 어떤 일로 참석했는지 모르겠으나 이제 조중동을 비롯한 한나라당, 문화부, 방송통신위원회, 청와대까지 모두 ‘신문법 개정’, ‘방송법 개정’의 필요성을 ‘선전’해댈 것이 분명해졌다. 다만 한미FTA 비준을 위해 했던 광고처럼 “살림도 어려운데, 신문법·방송법 빨리 통과시켜주세요”, “취업도 어려운데, 사이버모욕죄 법안 빨리 통과시켜주세요”는 하지 말자.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 1월 7일자 동아일보 1면 캡처

▲ 1월 7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캡처
▲ 1월 7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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