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간 나라 살림을 맡을 ‘일꾼’ 300명을 뽑는 총선은 언론이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선거 출구조사를 담당하는 지상파 3사의 움직임은 더 바쁘다. 각 사 메인뉴스 등 방송 프로그램뿐 아니라, 자체 특별 페이지를 꾸려 선거에 대비한다. 내용과 구성상의 차이가 존재하긴 하나, 방송사가 이렇게 ‘총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같다.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고, 국민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권리 행사인 ‘선거’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방송은 저마다 ‘선거 1등 방송’을 자처하면서도 유권자 및 시청자의 ‘알 권리’를 위해 애쓰지 않는 모양새다. 선거에 대한 ‘정보성’ 보도 자체가 적은 반면, 하루 이틀 일도 아닌 여야의 갈등과 대치 상황 중계는 지나치게 자세하다. 정부여당이 제시한 ‘국회 심판론’이라는 의제를 수용해, 시청자에게 해당 프레임을 선전하기도 한다. ‘정치는 나와 먼 것’이라거나 ‘이번 선거 역시 엉망이겠지’ 하는 무기력함을 주입하는 ‘정치 혐오 유발 보도’로 볼 수 있다. (▷ 관련기사 : 정치에 신물나게 하는 KBS·MBC 뉴스)

선거 때마다 지적되지만 매번 되풀이되는 ‘소수정당 차별’도 여전하다. 내달 13일 치러지는 제20대 총선에는 무려 27개의 정당이 등록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는데도, TV 속에서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아닌 다른 정당을 찾기 쉽지 않다. 5명의 의원을 배출해 현재 원내 제4당의 위치에 있는 정의당조차, 앞선 세 정당 중심 소식에 곁다리로 활용되기 일쑤다. 녹색당, 노동당 등은 아예 노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파다하다.

미디어스는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7일까지 87일 간 지상파 3사 메인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에서 소수정당 3당(정의당, 녹색당, 노동당)이 어떻게 보도되고 있는지(단순언급 포함)를 살펴봤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방송법에 명시된 ‘시청자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이라는 공적책임은, 적어도 소수정당 보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치상의 미미한 차이가 존재할 뿐, 3사 모두 소수정당을 ‘없는 셈 치고’ 보도하는 태도는 다르지 않았다.

◇ 마지막 ‘한 줄 걸치기’, ‘면피’의 모범사례

지상파 방송뉴스가 소수정당을 소화하는 첫 번째 방법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한 줄 언급 처리였다. 다루기는 하지만 깊이 있는 정보까지 가 닿지는 못한다. 시청자는 결코 충분하지 않은 한 두 줄의 언급만 접할 뿐인데도, 방송사는 ‘그래도 보도를 하긴 하지 않았느냐’는 항변이 가능하다는 데 맹점이 있다. 이런 방식에 희생된 대표적인 정당은 정의당이다.

조사 기간 동안, 정의당이 언급된 기사는 KBS <뉴스9>가 19건, MBC <뉴스데스크>가 17건, SBS <8뉴스>가 16건을 기록했다. <뉴스9>가 양은 가장 많았지만 가장 ‘겉핥기식’ 보도를 했다. “정의당도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행위라며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1월 6일 <정치권, 강력 비판…‘규탄 결의안’ 추진>), “정의당은 실망을 넘어 암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습니다” (1월 13일 <與 “고뇌에 찬 호소”…野 “근본적 해법 없어 실망”>), “이런 가운데 더민주는 정의당과 인천지역의 야권연대에 합의하면서 국민의당을 압박하는 등 야권의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3월 3일 <‘야권통합론’ 술렁…金-安 ‘난타전’>) 등 대다수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메인’인 기사에서 정의당의 입장은 이러이러했다고 덧붙여진 내용이었다. 19건 중 2건도 후보 마감과 관련해 모든 정당을 고루 다룬 리포트에 ‘언급’된 수준이었다.

3월 23일 KBS <뉴스9> 보도

정의당이 그나마 비중 있게 다뤄지는 사안은 ‘야권연대’였다. <뉴스9>는 <‘안·천’ 통합 선언…‘문·심’ 협의체 맞불>(1월 25일)에서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통합 소식을 전하며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의 전략협의체 구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의 논평이 뒤따랐을 뿐, 여기서도 ‘정의당 발’ 목소리는 없었다. <각 당의 비례대표 구성 비교>(3월 23일) 역시 “정의당은 전통적으로 진보 인사의 강세가 두드러졌으나 이례적으로 군사전문가가 비례대표 2번을 받았습니다”라는 한 줄 설명이 전부였다. 심상정 대표, 노회찬 전 대표, 정진후 원내대표 등 주요 인사들의 출마 현황을 정리한 <더민주, 이해찬 용퇴 논의…안철수 “연대 없다”>(3월 13일) 보도가 개중 정보가 가장 풍부한 리포트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KBS <뉴스9>보다는 정의당의 ‘목소리’를 더 많이 전한 것이 특징이었다. 심상정 당대표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노출’한 곳도 바로 <뉴스데스크>였다. 지난 총선에서 170표로 당락이 갈렸던 경기 고양 덕양갑 선거구를 다룬 <총선 최대 승부처 '수도권 격전지' 대진표 윤곽>(2월 13일)과 각각 야권통합을 다룬 <'야권 통합' 외치는 野 중진 지역구 사정>(3월 12일), <분열 야권 3당 각개약진, '일여다야' 구도 넘어라>(3월 24일) 리포트에 심 대표의 목소리가 담겼고, <야권 재편,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중심으로 양분>(2월 1일)에서는 심 대표와 노회찬 전 대표의 발언이 동시에 들어갔다.

정의당을 메인으로 다룬 <국민의당 '독자행보', 정의당 지역별 '연대추진'>(3월 25일)에서는 △창원 성산 노회찬 후보의 야권 단일화 움직임 △인천 2개 지역구에서 정의당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배출한 점 등이 소개됐으며, 수도권 지역구 선거운동 상황을 보여준 <944명 후보 등록 후 첫 주말, 본격 '선거전' 돌입>(3월 26일)과 <격전지 동작을, 나경원 벽 넘을까? 변수는 야권 단일화>(3월 27일)에서는 각각 김제남(서울 은평을), 김종철(서울 동작을) 후보가 등장했다.

SBS <8뉴스>는 꾸준히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정의당의 지지도를 보도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1월 1일 보도에서 3.6%(전국), 2월 4일 보도에서 4.4%(광주 광산을), 2월 5일 보도에서 3%(전국)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정의당을 언급한 보도도 3건으로 타사에 많았다. “가계 소득을 올리고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한다. 복지가 확대되는 성장을 통해 희망과 꿈을 키우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며 ‘국민에 희망 주는 정의로운 경제’를 제안한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을 메인뉴스에서 다룬 곳도 <8뉴스>가 유일했다. 이밖에 <8뉴스>는 격전지로 꼽히는 고양 덕양갑, 서울 은평을 선거 판세를 설명하며 심상정 후보와 김제남 후보를 언급했다.

2월 19일 SBS <8뉴스> 보도. 정진후 원내대표가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그러나 3사 간 양적, 질적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절대적인 ‘보도량’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메인뉴스에서 하루 평균 20개 전후의 리포트가 나가는 점을 고려했을 때, 3사 통틀어 정의당 관련 보도가 고작 52건 나온 것은 무너진 보도 균형을 잘 보여준다. 52건 가운데 정의당의 정책과 후보를 리포트의 절반 이상 할애한 보도는 17건으로 32%에 그쳤다. 정의당 후보가 어느 지역구에 출마하는지 알려주거나, 정당 관계자의 멘트가 들어가 있거나, 전체 리포트 분량 중 1/3 이상을 차지할 경우로 범위를 넓게 잡은 결과가 이 정도다.

이번 총선에서 총 67명(비례대표 14명)의 후보를 냈고, 특히 청년 정치인, 언론 전문가, 군사 전문가 등 다양한 개성을 지닌 비례대표로 주목받고 있는 ‘원내 정당’(19대 국회 기준)임에도 최소한의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 정책과 지향점으로 주목받아도 ‘보도 안 하면 그만’

당명에서도 짐작 가능하듯 ‘녹색’을 지향점으로 두는 녹색당은 뚜렷한 기조, 참신한 공약, 재기발랄한 성명 등으로 소수정당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다. 안전과 환경을 우선시해 현재의 핵발전소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탈핵’이 트레이드마크이며,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동물권을 명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지상파 3사 메인뉴스는 한창 뜨는 정당도 단지 ‘소수정당’이라는 이유로 공평하게(?) 소외시키고 있다. 녹색당은 방송뉴스의 ‘묻지마 무보도’의 제물이 됐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는 87일 간 단 한 번도 녹색당 보도를 하지 않았다. 단순 언급까지 모두 따져본 수치다. 방송이 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우연’에 가까웠다. KBS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 무제한 토론) 정국이었던 지난달 말,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벌인 ‘국회 앞 필리버스터’를 소개한 리포트(2월 25일 <뉴스7>과 2월 26일 <뉴스광장>에서 동일 리포트 방송)에 등장한 게 다였다.

KBS는 필리버스터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던 시점이었음에도, 해당 리포트에서 어버이연합과 재향군인회 등 극우단체의 ‘테러방지법 찬성’ 의견을 먼저 보도한 뒤에야 ‘반대 목소리’를 전했다. 이때 “국정원의 국민감시를 수월하게 만드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의 법만 없을 뿐, 이미 우리나라에는 테러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각종 법령과 기구가 다수 존재합니다”라는 녹색당 이유진 공동운영위원장의 발언이 소개됐다.

3월 23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지상파 3사 메인뉴스 가운데 녹색당을 단순 언급이라도 한 보도는 3월 25일 SBS <8뉴스>뿐이었다. 사진은 녹색당의 정보공개 청구소송 선고 결과에 대한 MBC 보도.

MBC는 지난 23일 <이브닝뉴스>에서 단신으로 녹색당의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보고 내용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 선고 결과를 다룬 것이 유일했다. <이브닝뉴스>는 “서울행정법원은 하승수 녹색당 대표가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실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보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대통령비서실장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며 “‘대통령과 비서실장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 기록물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고 전했다.

SBS도 <8뉴스>만이 군소정당을 두루 다룬 리포트에서 녹색당을 조명했다. (관련 내용 뒤에 나옴) 녹색당은 인터넷 기사에서도 이름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는 뉴스에서 이 사실이 녹색당 하승수 공동대표의 정보공개 청구로 인해 드러났다는 점(2월 9일)을 언급하거나,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 내용 관련 정보공개 청구소송 선고 결과(3월 23일)를 전하는 정도였다.

녹색당은 군소정당으로 분류되지만 일찍부터 ‘탈핵 운동’을 전개하고, 기본소득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한편, 동물권을 보장과 탈토건 안전사회를 요구하는 등 분명한 방향성으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탈핵과 관련한 전문성에 있어서도 여느 단체에 뒤지지 않으며,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은 ‘정보공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청와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하승수 공동대표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출마한 상태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은 방송뉴스에서는 ‘사라져’ 있다. 시청자들이 규모가 큰 거대 정당이 아닌 ‘제3의 길’을 가겠다고 앞장서는 정당을 알고 싶어 하거나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해도 방송뉴스가 말하는 정보만으로는, 무엇을 ‘인지’하고 ‘판단’할 근거조차 마련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 총선보다 북한에 열 올려… ‘동명이당’ 열띤 홍보

철저한 ‘무보도’로 일관하면서 ‘북풍 몰이’까지 하는 효율성 높은 방법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총 11명(비례대표 2명)의 후보를 낸 노동당은 녹색당과 마찬가지로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서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반면 휴전선 저 너머 ‘동명의 당’은 비록 단순 언급에 지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전파를 타고 있다.

KBS <뉴스9>에서 북한 노동당은 총 27번 등장했다. “개성공단 자금 70%가 당 서기실 등에 상납된다”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폭탄발언이 있던 2월 14일에는 3개의 리포트에서 노동당이 언급됐고, UN 안보리 제제가 있었던 3월 3일에도 3번 등장했다. 1월 6일(북한 4차 핵실험), 2월 12일에도 각각 2번 언급됐다. MBC <뉴스데스크>는 24번이었다.

당명에도 나타나 있듯 어떤 정당보다 ‘노동 이슈’에 민감한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노동시간 주 35시간으로 단축, 정규직 일자리 창출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당의 정책을 단신으로라도 보도하는 ‘수고’를, 방송뉴스는 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대응으로 재난을 참사로 만들어 버린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는 20대 청년 후보도, 수 년 전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며 알바노조 출신 청년 후보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소수정당 보도는 ‘옛다 관심’이면 충분?

평상시의 보도뿐 아니라, 그저 ‘눈요기거리’로 가볍게 다루는 행태 역시 한계를 지닌다. SBS <8뉴스>는 <“우리도 있어요” 군소 정당 후보들의 생존 경쟁>(3월 25일)에서 정의당, 민주당, 녹색당, 민중연합당을 짤막하게 소개했다. 군소정당을 다루는 몇 안 되는 리포트에서조차 노동당은 배제됐고, 리포트 시간이 1분 46초로 짧아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기에 역부족이었다.

3월 25일 SBS <8뉴스> 보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의당, 민주당, 민중연합당, 녹색당. 노동당은 군소정당을 다루는 보도에서도 빠졌다.

‘5시 칼퇴근법’과 ‘근로자 임금 300만원 시대’(정의당), ‘담뱃값 및 유류세 인하’(민주당), ‘태양광과 풍력으로 에너지를 전환하는 에너지 공약’(녹색당), ‘대학등록금 100만원 상한제’(민중연합당=흙수저당, 농민당, 노동자당 연합 정당) 등 비록 한 줄이라도 어떤 ‘정책’으로 승부를 볼지 나타나 있다는 점이 유일한 소득이었다.

KBS는 2달 여 앞선 지난 1월 19일 <뉴스광장>과 <930뉴스>에서 <총선 변수 될 군소정당들의 생존법>이란 리포트를 내보냈는데,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안철수 의원 신당,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 등 여러 갈래로 분열된 야권 정당을 중심으로 다뤄 ‘소수정당’ 보도로 보기는 어려웠다.

인지도를 좌우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는 ‘언론 노출’은 소수정당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쉽지 않은데, 소수정당을 ‘상수’로 두지 않아 온 그간의 관행(?) 때문인지 뚜렷한 이유 없이 배제되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소수정당 3당 가운데 노동당이 겪은 차별 사례가 알려지는 일이 잦았다. 지역 케이블 방송사 주최로 내달 4일 열리는 <국회의원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빠진 신지혜 후보(경기 고양덕양갑)나 KBS-연합뉴스 공동 여론조사 문항에서 제외된 김한울 후보(서울 종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수정당 소외를 비롯한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는 매 선거에서 되풀이되는 고질적 문제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정동칼럼]언론, ‘깜깜이 선거’ 방치할 텐가>(경향신문, 3월 23일) 글을 통해 ‘매번 반복되고 한층 더 심해지는 깜깜이 선거’의 책임에서 ‘언론이 자유로울까’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언론은 정당들 간이나 정당 내부의 갈등을 보도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그나마 이런 보도의 대상도 두세 정당의 독점적 몫”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정당의 규모나 영향력뿐 아니라 정책의 사회적 의미가 선거 보도의 또 다른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깜깜이 선거’에서 벗어나 합리적 판단에 따라 투표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소수자의 입장과 생각을 대변하는 정당들도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 보도된 정의당 관련 리포트 중 정의당 후보가 어느 지역구에 출마하는지 알려주거나, 정당 관계자의 멘트가 들어가 있거나, 전체 리포트 분량 중 1/3 이상을 차지하는 것만을 추린 결과다. KBS, MBC가 각각 5건이었고 SBS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표=미디어스)

방송은 정말 ‘바람직한 방향’을 몰라서 이런 보도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정책 및 후보에 대한 구체적이고 충실한 보도, 특정 정당에 기울어지지 않은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언론들은 유권자에게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을 제대로 검증해 전달해야 한다”(3월 20일 KBS <미디어 인사이드>)는 ‘옳은 말씀’이나, 지난 1월부터 내놓은 각 정당의 세부 정책 내용은 신기하게도 방송사가 매일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는 ‘뉴스’에는 담기지 않는다. 어느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더 나은 정책인지를 따져보거나, 여야를 대표하는 양당 체제가 공고해 ‘무늬만 다당제’인 현실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소수정당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질 높은’ 보도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최소한 작은 정당들이 무엇을 준비했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정도는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이 나오는 현재 상황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아는 만큼만 실천해도, 지금 같은 최악의 보도는 막을 수 있다.

“특히 언론들은 선거 보도가 정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언론들은 정치권의 갈등과 부정적 측면을 부각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하고 있지 않은지 또, 20대 총선에서는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_ 3월 20일자 KBS <미디어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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