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피 말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태도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집단이 대거 등장한 새해 벽두. 특히 조중동은 김형오 박근혜를 향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배신자’라는 말만 안했지, 배신감을 지면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자기들 편이고 자기들 편이라고 믿었던 터라 더 하겠지만. 조중동은 해줄 만큼 해줬고, 이제 받을 것만 남았는데. 빨리 빨리 주지 않으니, 하찮은 야당들이 농성 좀 한다고…. 뭐 이런 태도가 최근 보도의 일관된 경향이다.

‘빨간 속옷의 사나이’ 홍준표 원내대표의 갈팡질팡은 이제 더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는 점이 있다. 한나라당의 방송법 속에 도사리고 있는 가장 심각한 독소조항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름 아닌 ‘종편채널에 외국인 지분 20% 허용’이 그것.

‘미군의 미선효순 살해 사건’을 기억하는가? 2002년 5월 말 미군 장갑차가 길가는 여중생 두 명을 장갑차로 깔아 죽인 사건이다. 당시 한국의 주류매체인 주요 신문과 방송은 이에 대해서 철저히 함구했다. 한일월드컵의 분위기를 잡친다는 이유였다.

▲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심미선, 신효순 양 ⓒ민중의소리
하지만 당시 <민중의 소리> 같은 인터넷언론들이 집요하게 이 사건을 파헤쳤다. 그리고 수많은 시민단체 운동가들이 현장에서 싸우고, 그 싸움은 다시 인터넷으로 전파 확산되는 과정을 여름 내내 되풀이한다.

더 이상 주류 매체들이 침묵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자 지상파의 탐사프로그램 등에서 이 사건을 다루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광화문 촛불집회’가 만들어지고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정당의 후보들이 촛불의 현장을 방문하며 어린 넋을 위로한다.

하지만 촛불로 붙은 불이 ‘미국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적 항의로 걷잡을 수 없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친미사대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던 한나라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하는 직격탄을 맞은 셈이 됐다.

결국 대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은 ‘지나친 친미사대주의’라는 당의 정체성에 대한 반성보다는 ‘방송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아메바’같은 단세포적 평가를 내린다. 그 때부터 어떻게 하면 ‘지상파’를 장악할 것인지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조중동’에게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를 넘겨주고, 특히 종합편성채널에는 미국의 폭스와 같은 ‘보수미디어재벌’들이 ‘소유지분 20%’를 가질 수 있게 친미사대주의적 법안을 고안함으로써 문화주권과 여론형성주권마저 미국에 헌상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보수미디어재벌들이 한국의 종합편성채널의 지분 중 20%를 장악하게 되면, 그 방송이 미국에 대해서 정당한 비판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미국사람들보다 더 미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의 생명보다 미국인의 생명을 더 존중하여 ‘이라크 파병’을 주장해 온 조중동 등 친미사대주의 신문들인데. 미군이 한국의 여중생을 장갑차로 깔아죽이고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아도 이를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버티다가 국민여론이 분노로 확산되자 좌파 빨갱이들의 선전선동이라고 외려 한국인들을 비난하던 이들인데. 미국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이들은 주한미군이면 절대선이며, 미국이면 우상이다. 이들이 미국의 폭스와 같은 보수미디어재벌과 손잡고 방송을 만든다면 이들은 결코 미국에 대해서 ‘비판의 비’자도 꺼내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조중동TV와 재벌방송들은 ‘성역’으로서 미국을 상정해 두고, 혹여 미국을 비판하는 방송이 있으면 지금 MBC를 향해 비난하는 것처럼 ‘좌파 빨갱이 방송’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여, 그나마 양심적인 나머지 방송들마저 ‘좌파 빨갱이냐 아니냐’는 프레임 속에 가둠으로써 제2 제3의 미군만행을 속출시키는 데는 앞잡이 노릇을 할 것이다.

제2 제3의 미선효순이 사건이 발생해도 더 이상 보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런 참혹한 미래를 알고서도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장악 7대 악법을 허용할 것인가? 한나라당은 한국의 여론을 왜곡시키고,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충성심만 드러내고 싶어 안달하는 조중동과 미국의 보수미디어그룹에게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할 수 있도록 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만약에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면 그 순간 한나라당은 ‘매국노’다.

조중동에 속으면 매국노 된다. 한나라당은 매국노가 될 것인지 말 것인지 신중히 평가하고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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