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의 다음 아고라 신고식은 잔혹했다.

▲ 한나라당 진성호 국회의원 ⓒ미디어스
진 의원은 6일 오후 1시54분, 처음으로 다음 아고라 정치토론방에 ‘민주당 당명부터 바꾸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일부 상임위 회의실과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의 행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먼저 딴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꿔라”고 맹비난하며, 오후 5시 현재 1천개 이상의 비난 댓글을 다는 등 되레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그는 “최소한의 토론조차 막고, 일부 상임위 회의실과 국회 본회의장을 무력으로 점거한 채 국회의 기본 활동을 막아버린 지금의 상황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란 사실을 민주당 의원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아실 것”이라며 “민주당은 ‘민주’란 단어를 사용한 당의 이름부터 폭력당이나 소수독재당, 탈법당, 비민주당으로 바꾸라”고 비꼬았다.

그는 또 “나만 옳고, 당신네들은 틀렸다는 식으로는 결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옳은지 틀렸는지는 4년 후,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며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이런 부끄러운 말은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 주먹(폭력이나 물리력)보다는 법과 상식이 통용되는 성숙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승리하신 민주당 의원님들, 만족하시냐. 계속 이런 식으로 국회를 운영하실 거냐. 언제까지 야당만 하시려고 하냐. 우리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냐”면서 “민주당의, 그 잠시의 승리 때문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지금 회생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고 비난했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 의원의 글은 오후 5시 현재 조회수 16847, 반대 1647를 기록했으며, 1161개의 댓글이 달렸다.

▲ 다음 아고라 정치 토론방 화면 캡처
일부 네티즌들은 “허위 사실 유포로 신고하자”고 하는가 하면 “한나라당부터 딴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꿔라” “뻔뻔스럽다”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등 격한 댓글을 달며, 진 의원을 호되게 질책하고 나섰다. 댓글 중에는 유독 네티즌들의 ‘어이없는’ 심경을 담은 ‘ㅋㅋㅋㅋ’와 ‘ㅎㅎㅎㅎ’가 많았다.

네티즌 박재훈씨는 “위 글에서 ‘민주 사회에서 행동에 대한 엄중한 책임은 져야 합니다’라고 하셨다. 말씀 잘하셨다”라며 “이 정권과 한나라당은 지난 1년여 또는 향후 4년 동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광진씨도 “다음 선거에는 꼭 낙선해라.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이 당신한테는 안 어울리는 것 같다”며 “고향에 가서 농사 지으며 지난날의 과오를 조금이나마 반성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미공주’는 “군사독재보다 더 악랄하고 나쁜 것이 문민독재로 바로 당신들이 하는 짓거리”라면서 “집시법 국가보안법개정 방송법 사이버모욕죄 등이 민생법안이라고 헛소리 말라. 영구 장기집권을 꿈꾸는 당신들, 그러나 경제는 말아먹고 있고 남은 것은 눈과 귀를 막아 독재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 다음 아고라 정치 토론방 캡처
“일단 용기가 가상합니다. 정당하다고 옳다고 생각하면 그 의견 내주세요. 그런 자세에는 박수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고나서는 이 곳의 댓글 꼼꼼하게 읽고 다르게 생각도 해주세요. 당신들만의 생각이 진리이자 자유이고 선진이라는 오만한 생각은 2009년에는 벗어나주시길 바랍니다. 개념 댓글이라는 것에는 꼭 귀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안될 줄 알지만…연초라서 덕담 차원에서 한나라당에게 점잖게 말씀드렸습니다.)” (김민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읽지도 않고 반대 살포시 누르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헬로)

“아고라 떠나야겠다. 아고라에서 항상 좋은 글만 보았는데 이제 별 이상한 글도 다 보는구나. 다음 관계자님 아고라에 진성호씨 글 한번만 더 뜨면 다음 탈퇴운동 할 겁니다.” (초연)

“참 어이상실입니다. 한나라당이 과연 이런 소리를 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MB와 1%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서 일하시는 분이 어떻게 국민을 운운하면서 이런 글을 올리는지 그 용기와 얼굴의 두꺼움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무의미)

진 의원의 혹독한 다음 아고라 신고식 파장과 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다는가 하면, 반대를 누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굳이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이 글을 쓴 의도가 ‘노이즈 마케팅’이라면 그는 인터넷에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다음은 진성호 의원이 다음 아고라 정치 토론방에 올린 글 전문이다.

민주당 당명부터 바꾸세요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6일 "민주당은 민생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오늘 국회 본회의장을 정상화 하겠다"며 열흘 이상 계속해온 국회 본회의장 불법 폭력 점거농성을 풀었습니다. 그는 국회 로텐더 홀에서 발표한 대국민성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살리고 민생을 살리자는 생각 하나로 본회의장의 문을 닫았고, 이제 같은 심정으로 그 문을 열고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 대표는 "한나라당은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장을 다시는 제 발로 걷어차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오늘 민주당의 결단이 즉시 국회 정상화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발언을 듣고 기가 막힐 뿐입니다. 누가 준 어떤 권리로 민주당은 본회의장 문을 닫았다는 것입니까? 민주당 대표가 그렇게 대단한 힘을 가진 자리입니까?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오히려 “민주주의를 죽이고 민생을 더 힘들게 한” 행위 아닙니까? 애국심을 독점하려 하지 마십시오. 국회 정상화란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국회를 작동 불능 상태, 무정부 상태로 만들고,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을 파괴해놓고, 어떻게 그 단어를 사용합니까?

해머로, 등산용 자일로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든 그 총체적 책임은 민주당 대표로서 정세균 의원이 져야 합니다. 물론 소수 정당으로서 이런 식으로 밖에 투쟁할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 사회에서 행동에 대한 엄중한 책임은 져야 합니다.

민주당의원들이 ‘비폭력’ ‘민주수호’란 문구를 들고 농성하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정말 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들이야말로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그 현장에서 어떻게 그런 문구를 들 수 있습니까? 이건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냉정하게 따져봅시다. 민주주의란 무엇입니까? 지금의 선거제도와 국회제도는 오랜 세월 민주화 투쟁을 거쳐 대한민국이 만든 현재로선 최선의 제도입니다. 최장집 교수가 말씀하셨듯이 촛불민주주의는 이상이 아닙니다. 의회민주주의가 흔들리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습니다.

국회는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법을 만드는 곳이니만큼 누구보다 더 국회법을 지켜야 합니다.

지금 국회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국민들이 선출한 의원들이 주인입니다. 국민들은 현재의 여당과 야당 의석수를 선택하셨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인정하고 싶진 않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80여석, 초라한 민주당 현 주소는 국민들의 뜻입니다. 결코 과거 군사 독재 정권이 힘으로 구성한 국회 구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민주당 의원들이 가장 잘 아실 것입니다.

국회의원은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토론도 하고, 의견 개진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폭력으로, 불법적으로 국회 기능을 마비시킬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만약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원 선거는 왜 합니까? 그냥 민주당이 법안도 만들고 통과도 시키시지요.

최소한의 토론조차 막고, 일부 상임위 회의실과 국회 본회의장을 무력으로 점거한 채 국회의 기본 활동을 막아버린 지금의 상황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란 사실을 민주당 의원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아실 것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국민들의 지난 총선 투표에 대해 불복종 투쟁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민주당은 ‘민주’란 단어를 사용한 당의 이름부터 바꾸십시오. 폭력당이나 소수독재당, 탈법당, 비민주당으로 당명 개칭을 하세요.

해머와 등산 자일, 본회의장 내의 식사, 일방적 주장을 담은 문구를 국회 본회의장에 덕지덕지 붙여놓는 이런 방식이 민주당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입니까? 초등학생들에게 조차 부끄럽지 않습니까?

이런 식의 국회 운영은 더 이상 안 됩니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폭력적 물리력 동원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래서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폭력의 전당을 만든다면, 우리 사회도 모든 분야에서 이런 식으로 똑같이 물리적 해결방식을 본받을까 두렵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과거 한나라당도 야당 때 그랬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나쁜 것은 과감히 고쳐야 합니다. 18대 국회가 시작할 때 저희들은 맹세했습니다. 더 이상 싸우는 국회가 아니라 생산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그런데 지금 현실은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지난 1일 신년인사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지금 권력을 갖고 휘두르는 사람은 우리가 감옥가고, 사형을 언도받고, 고문당할 때 뭐했나. 독재자 편에 있거나 방관했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독재와 싸운 민주당의 근성이 이제야 나타나고 있고 기대 이상으로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고도 합니다. 이어 "촛불시위 때도 민주당보고 빨리 국회에 들어가 도와주라고 했지만 이번에도 국회 안에서 싸우니까 (바깥에서 이뤄지는) 방송관계법 문제에 얼마나 힘이 되느냐"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정말 이게 김 전 대통령의 본심입니까?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몸을 던져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신 분이 지금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을 부정하시는 것입니까? 군사 독재 시절 민주주의를 되찾을 당시 사용했던 운동방식과 2009년의 방식은 분명 달라야 합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아직도 저항하던 시절의 그 패러다임을 고수하자는 것입니까? 민주주의는 특정한 세력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제도여야 합니다.

이건 아닙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방법론이 다를 수 있지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법을 지키는 것이고, 선출한 국민들의 뜻을 받드는 것입니다. 어떻게 법안 상정조차 민주당 허가를 받으라는 것입니까? 민주당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도부라도 된다는 것입니까?

물론 진성호가, 한나라당이 틀릴 수도 있고, 한나라당 법안에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토론과 타협을 통해 개선하면 됩니다. 회의장을 힘으로 점거하고, 국회가 일도 못하게 막는 이런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나만 옳고, 당신네들은 틀렸다는 식으로는 결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옳은 지 틀렸는지는 4년 후, 국민들이 평가할 것입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나름대로 애국하는 심정으로 이번 불법 국회 본회의장 점거를 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는 답을 하십시오.

민주당은 아마도 이번 법안전쟁에서 이겼는지 모릅니다. 지난해 말까지 한나라당은 양보만 하다가 속수무책 당했고,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들의 처리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국회 주변에는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것이, 등산 자일을 동원한 것이 누구 누구의 아이디어였고, 쵸코파이가 농성을 지탱해준 일등공신이었고, 국회 본청에서 즉석 회덮밥을 만들어 먹었다는 등의 무용담이 나돈다지요? 이게 오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의 수준이라면 정말 국민들 볼 낯이 없습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끄러운 말은 더 이상 나와선 안 됩니다. 주먹(폭력이나 물리력)보다는 법과 상식이 통용되는 성숙한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민주당은 잠시 승리했습니다. 저희는 졌습니다. 승리하신 민주당 의원님들, 만족하신가요? 계속 이런 식으로 국회를 운영하실 건가요? 언제까지 야당만 하시려고 하십니까? 우리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습니까?

민주당의, 그 잠시의 승리 때문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지금 회생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습니다.

2009. 1. 6
국회의원 진 성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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