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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복제가 무기, 우리에게도 '장범준' 같은 음악인 하나는 있어야![블로그와] 박지종의 내맘대로 보기
박지종 | 승인 2016.03.27 13:37

정말 많은 사람의 기대 속에 장범준 2집이 공개됐다. 장범준은 '버스커 버스커' 앨범과 '장범준 1집'을 통해서 이미 가공할 음원 파워를 선보인 바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앨범 파워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전곡 줄 세우기를 통해서 그는 이미 가공할 앨범 파워를 입증했다. 여기에 더해 매년 봄이면 '벚꽃 엔딩'을 통해 그의 대단함을 계속 증명하고 있다. 그러니 그의 2집에 갖는 사람들의 기대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 기대대로 그의 한정판 앨범은 매진됐고 이미 프리미엄이 붙어서 판매되고 있으며, 앨범차트에 줄 세우기를 선보였다. 이미 센세이션을 일으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 OST의 강세 때문에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지만, 그래도 차트 1위에 자신의 노래를 올려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대대로 장범준 2집은 성공을 거뒀다.

장범준 2집 앨범

그러나 '버스커 버스커' 시절에 비하면 사람들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계속해서 똑같은 스타일이라서 아쉽다는 평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그는 <무한도전>에서 스스로 자가복제가 많다는 것을 밝히기까지 했고, 사람들이 장범준의 스타일에 익숙해졌기에 이전처럼 어디에 비교조차도 할 수 없을 만큼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범준이 자가복제를 멈추고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한국은 유독 '변신'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래서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계속 좋은 활동을 하는 것 또한 매우 큰 가치를 지닌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범준의 노래는 서로 다 비슷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앨범이 하나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앨범 하나를 다 들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여타의 앨범에 비해 상당히 크다. 음원의 시대가 됐고, 많은 이들이 곡 단위로 음악을 즐긴다. 가수들은 당연히 그에 맞게끔 노래를 만든다. 그래서 최근 앨범을 들어보면 여기 갔다,저기 갔다, 앨범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범준의 앨범은 다르다. 그의 앨범은 '장범준'이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있다.

가수 장범준 ⓒ연합뉴스

잘 구성된 앨범 하나가 주는 감동은 곡 하나가 주는 감동보다 크다. 장범준의 앨범에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타일이 비슷하기에 앨범 하나가 마치 한 곡인 것처럼 잘 어우러지고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감동은 굉장히 풍성하고 폭넓다.

심지어는 이것이 앨범 단위로도 이어진다. 버스커 버스커의 1집과 1집 마무리, 그리고 2집은 연속성을 지닌다. 이 모두를 함께 들었을 때, 그것도 순서대로 들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앨범 한 장을 들을 때보다 더욱 크다. 장범준 1집과 2집도 마찬가지다. 곡 하나보다는 앨범이, 앨범 하나보다는 두 개를 연이어 들었을 때 그것이 주는 감정의 풍성함은 더욱 커진다. 나는 바로 이 동일한 스타일의 반복적 자가복제가 마음을 울리는 가사와 더불어 장범준이라는 뮤지션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이자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가 애써 그와 맞지 않는 변화를 추구해야 할 이유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가 언젠가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다면, 그때는 얼마든지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장범준 본인이 달라져서 한 선택일 것이고, 그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에도 결국 장범준이라는 동일한 아이덴티티가 들어가서 연속성을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태여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것에 압박을 받아 억지로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굳이 방송에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방송에 나가지 않는 그의 성정 상,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될 만큼 여전히 잘나가므로 굳이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이다.

장범준은 역시 앨범으로 들어야 맛이 나는 뮤지션이다. 그리고 그의 앨범이 모두 동난 걸 보면 이미 대중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언제까지 자가복제를 계속 할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은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그건 그가 언제까지고 자가복제를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박지종  transurfer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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