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2시 부산 서면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앞, 그곳에서 투쟁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거리에 모여든 사람들은 언론노조 총파업에 동참하는 언론노동자들과 이들의 투쟁에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지역 시민들이었다. 롯데백화점 앞에 ‘말로만 삼권분립 오호 통재라. 이 나라에 언론마저 쥐새끼가 수중에 두려하네. 이 나라 민주주의는 살았는가 죽었는가’, ‘정권퇴진운동은 언론악법상정 그날부터!’라는 문구의 피켓이 눈에 띄었다. 언론악법을 막고자 하는 부산 시민들의 의지는 서울과 온도차가 없었다.

“이번 언론노조 총파업이 한푼 두푼 더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는 사회자의 말과 함께 ‘MB악법저지·언론장악저지를 위한 부산울산경남지부 결의대회’가 시작됐다.

▲ 1월 5일 부산 서면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MB악법저지·언론장악저지를 위한 부산울산경남지부 결의대회’ ⓒ나난
부산에는 언론노조 총파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언론사 총파업을 통해서 언론악법 강행을 훌륭히 막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서울과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TV와 라디오의 구분 없이, 공영과 민영 구분 없이 방송은 모두 국민들의 재산”이라며 “그러나 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재벌과 조중동에게 넘겨주려는 것이 MB악법의 핵심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1월8일까지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김형오 의장을 말을 전하며 “여론에 밀려서 후퇴하는 것일 뿐, 2월 국회에서는 KBS2TV와 MBC를 옥죄는 ‘공영방송법’까지 가지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게 최상재 위원장은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발언을 마쳤다.

▲ 결의대회에 참석한 시민이 가지고 나온 피켓ⓒ나난
김영호 미디어행동 대표는 “(정부가) 코바코를 없애려 하고 한나라당이 졸속처리한 예산안에서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삭제됐다”며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법안은 곧 ‘지역언론 고사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정부와 한나라당은) 조중동 방송을 통해 미디어 거대그룹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들은 ‘뉴스’만 하지 않을 뿐, 이미 방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렇다면 뉴스를 팔 수 있느냐, 그렇지 않다”며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언론 통제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이고 여론이 다양성을 없애 장기집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결의대회에 참석한 마산MBC 언론노동자들의 모습ⓒ나난
“서울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랬나 본데 지금 이 시간 여기가 가장 추운 곳”이라며 민병렬 부산민중연대 공동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정말 결의대회를 여는 내내 부산 롯데백화점 앞은 햇볕도 들지 않고 바람이 불어 몹시 추웠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 것은 그만큼 열의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살려야 한다고 하는 경제는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가 아니다”며 “(그들은) 국민들이 바보인줄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대표는 마지막으로 “부산시민여러분! 민주화 역사가 있는 여기 시민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며 “MB악법을 막는데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중계방송이 시작됐다. “오늘은 MB선수와 언론인선수의 권투시합 결승전이 있는 날입니다.” 민주노동당 대학생위원회에서 준비한 문화행동이었다. 이들은 “심판은 사돈지간 재벌이 맡았다”고 전했다. MB선수는 반칙을 통해 ‘KBS 시사투나잇’과 ‘YTN 돌발영상’을 없앴다고 전했다. MB가 심판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도 보였다. 공정하지 않은 심판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그로나 이 경기의 승자는 ‘언론인’선수였다. ‘MB’에게 계속 당하기만 하던 ‘언론인’선수가 MB에게 신발을 던지고 네티즌들의 키보드를 통한 공격에 이어 마지막으로 전 국민적인 촛불이 등장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 민주노동당 대학생위원회의 문화행동 모습ⓒ나난
마지막 행사는 노란 풍선에 소망을 담아 날리는 것이었다. 노란 풍선에는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의 소망이 담겨졌다. 마산MBC의 한 아나운서의 소원은 ‘언론장악 저지’였다. 풍선에는 ‘민주언론수호’라는 글씨도, ‘I love MBC’라는 고백도, ‘단결’이라는 굳은 의지도 담겼다. 풍선은 결의대회가 끝나는 동시에 하늘 높이 올라갔다. 이날 풍선 날리기는 비단 부산에서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서울 청계천과 남산에서도 공영방송을 지키고자 하는 소망이 든 풍선이 일제히 하늘을 갈랐다.

▲ 노란 풍선에 결의대회 참석한 언론노동자의 소망이 담겼다ⓒ나난
▲ 노란 풍선을 날리는 모습ⓒ나난

▲ 노란 풍선을 날리는 모습ⓒ나난

이날 집회에는 많은 지역언론 취재진이 몰렸다. 그들의 카메라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하고 있었다. ‘조중동방송이 등장하고 지역 언론이 죽는다면 저 취재진은 어떻게 될까. 한 집회 참가자의 말이 떠올랐다. “지역언론이 죽으면 서울 이야기만 듣고 내가 사는 이 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이 말이 진정 지역 언론이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 결의대회를 취재하는 기자ⓒ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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