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박성제) 노조원 500여명의 손에 들려 있던 풍선이 노조원들의 “안 돼”라는 외침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 노조원들은 “조중동방송 안돼” “재벌방송 안돼”라고 적힌 풍선을 날리면서 크게 환호했다.
지난 5일 오후 3시30분 서울 남산 팔각정에서, 한나라당이 강행하려고 하는 언론 관련법에 반대하는 MBC노조의 풍선 날리기 행사가 진행됐다. 풍선 끝에는 노조원들이 적은 소원 혹은 한나라당의 이른바 ‘언론 악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선전물이 매달려있었다.
익숙한 얼굴, <PD수첩> 제작진이 웃으면서 팔각정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힘들지 않냐”고 묻자 “힘들지 않다. 상쾌하고 좋다”며 환하게 답했다. 멀리서 다른 노조원들보다 조금 덩치가 큰 사람이 올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얼굴이 땀범벅이 된 박성제 본부장, “힘들지 않냐”고 묻자 “좋다. 평소 남산에 자전거를 타고 자주 온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남대문시장 근처에 있던 한 젊은 기자는 “이번 파업 국면에서 기자들이 거리에서 선전물을 돌리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기자는 나에게 “(MBC 파업을) 취재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되물은 뒤 “저희도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대문시장에서 유난히 선전물을 꼼꼼하게 읽던 한 상인은 노조원이 건네준 선전물에 적힌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상인 역시 방송을 통해 총파업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방송이 공정성을 잃어버리면 일단 물질 만능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잘못하고 있는 사람이 잘못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방송될 수 있기에 언론과 방송은 진짜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혹자들은 MBC 노조의 투쟁, 나아가 언론노조의 투쟁을 자기만을 위한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로 나선 노조원들뿐만 아니라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상인도 ‘언론의 공정성’을 이야기했다. “언론은 공정해야 한다”는 상인의 한 마디는 언론인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임과 동시에 언론인들이 왜 펜과 마이크를 놓으면서까지 거리로 나왔는지를 쉬우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