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박성제) 노조원 500여명의 손에 들려 있던 풍선이 노조원들의 “안 돼”라는 외침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 노조원들은 “조중동방송 안돼” “재벌방송 안돼”라고 적힌 풍선을 날리면서 크게 환호했다.

지난 5일 오후 3시30분 서울 남산 팔각정에서, 한나라당이 강행하려고 하는 언론 관련법에 반대하는 MBC노조의 풍선 날리기 행사가 진행됐다. 풍선 끝에는 노조원들이 적은 소원 혹은 한나라당의 이른바 ‘언론 악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선전물이 매달려있었다.

▲ MBC노조원들이 남산 팔각정을 향해 오르고 있다. ⓒ송선영
노조원들은 가방에 풍선을 매는가 하면 풍선이 혹여 중간에 날아갈까 조심스레 손에 쥔 채 남산 팔각정을 향해 올랐다. 길지 않은 남산의 등산로가 버거웠는지 노조원들은 땀으로 얼굴이 범벅이 된 채 숨을 헉헉대긴 했으나, 표정만큼은 모두 밝았다.

익숙한 얼굴, <PD수첩> 제작진이 웃으면서 팔각정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힘들지 않냐”고 묻자 “힘들지 않다. 상쾌하고 좋다”며 환하게 답했다. 멀리서 다른 노조원들보다 조금 덩치가 큰 사람이 올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얼굴이 땀범벅이 된 박성제 본부장, “힘들지 않냐”고 묻자 “좋다. 평소 남산에 자전거를 타고 자주 온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 MBC노조원들이 풍선을 날리기에 앞서 “조중동 방송 안돼”를 외치고 있다. ⓒ송선영
이날 행사에는 공무원 노조 관계자를 비롯해 경찰청 노조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경찰청 노조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려는 언론 관련 법안에 대해 “쇠고기보다 더 한 악법”이라며 “경찰과 언론 모두 국민을 위한 것으로, 언론 또한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 MBC노조원들이 풍선을 날리고 있다. ⓒ송선영
노조원들은 풍선을 날린 뒤 ‘언론 악법’ 문제점을 지적한 선전물을 각자 들고 서울 명동과 남대문시장 곳곳에서 홍보 활동을 이어갔다. 지나가던 시민 중 일부는 흔쾌히 선전물을 받기도 했으며, 먼저 ‘이게 뭐냐’고 묻는 열성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은 “MBC에서 나왔습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건네는 선전물을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기도 했다.

남대문시장 근처에 있던 한 젊은 기자는 “이번 파업 국면에서 기자들이 거리에서 선전물을 돌리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기자는 나에게 “(MBC 파업을) 취재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되물은 뒤 “저희도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MBC노조원들이 날린 풍선. ⓒ송선영

▲ 풍선 날리기 행사에 참석한 MBC 아나운서들의 모습. ⓒ송선영
이들의 짧은 홍보 시간이 지난 뒤, 명동과 남대문시장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한나라당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합니다”라고 적힌 선전물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유난히 선전물을 꼼꼼하게 읽던 한 상인은 노조원이 건네준 선전물에 적힌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상인 역시 방송을 통해 총파업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방송이 공정성을 잃어버리면 일단 물질 만능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잘못하고 있는 사람이 잘못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방송될 수 있기에 언론과 방송은 진짜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혹자들은 MBC 노조의 투쟁, 나아가 언론노조의 투쟁을 자기만을 위한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로 나선 노조원들뿐만 아니라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상인도 ‘언론의 공정성’을 이야기했다. “언론은 공정해야 한다”는 상인의 한 마디는 언론인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임과 동시에 언론인들이 왜 펜과 마이크를 놓으면서까지 거리로 나왔는지를 쉬우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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