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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송송커플에 구원커플까지, 센스 만렙 명대사 대방출[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3.25 13:50

지금까지 멜로는 남녀 배우들 얼굴이 그 완성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멜로의 필요조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번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 그 생각을 조금은 수정해야 했다. 멜로의 완성은 그들의 나누는 대화 즉 대사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멜로에 거부반응이 있는 사람들조차 <태양의 후예>에 중독되는 이유 또한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원래 예쁜 송혜교 그리고 군대에서 돌아와 예쁜 얼굴에 믿음직한 남자를 묻혀온 송중기. 이 둘만으로도 멜로는 어떻게든 만들어질 수 있었다. 예상대로 멜로는 잘 됐다. 아니 <해품달> 이후 주중 드라마로 시청률 30% 뚫어내는 미친 인기를 가져왔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렇게 <태양의 후예>가 믿을 수 없는 신드롬을 일으키는 배경에는 기존 멜로와 다른 두 가지 요소가 발견된다. 하나는 멜로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삼각관계가 <태양의 후예>에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참 간결하고 깔끔하다. 둘째는 매회 시청자들의 뇌를 즐겁게 해주는 센스 만점의 명대사들이 또 다음 회, 아니 다음 명대사를 기대케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태양의 후예> 송송커플은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다. 당연히 대사들도 무겁지 않고 가뿐하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비현실적인 현상이다. 군인과 의사. 뭔가 딱딱하고 전문용어만 오갈 것만 같은 커플들이 개그맨도 못할 고단수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다. 그런 대사의 맛. 그것이 <태양의 후예>를 최고의 멜로의 자리에 앉힌 일등공신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태양의 후예>에 단점이 없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 추호의 빈틈도 없던 <태양의 후예>였지만 10회에 보인 액션신은 지금까지 쌓아온 점수 다 깎아먹는 허술함을 보였다. 호사가에게는 이런 빈틈은 놓칠 수 없는 기회지만 왠지 싸울 힘이 생기지 않는다. 그저 소심하게 액션은 좀 더 액션답게 해주기를 바라게 될 뿐이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어쨌든 <태양의 후예>에는 연애를 하고 있거나 혹은 기대하는 이들이 단어장처럼 외워야 할 호감반응 백퍼센트의 명대사들이 즐비한데, 허술한 액션신에 대한 보상이었던지 10회는 특히 명대사들의 열전이라 할 정도로 많았다.

우선 지푸라기가 뭍은 줄도 모르고 달콤함에 빠졌던 송송커플의 다음날 아침의 일이다. 유시진이 평소와 달리 머리를 묶지 않은 강모연의 머리를 묶어주려고 하자. 강모연은 괜히 좋으면서 “내가 해도 되는데”라고 한다. 이에 유시진은 “원래 연애라는 게 내가 해도 되는 걸 굳이 상대방이 하는 겁니다”라고 한다. 잠시의 오글거림이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연애의 십계명에 새겨도 좋을 명대사였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그 다음은 가끔은 만담커플이 되는 송송커플에 진구, 김지원 커플까지 총동원된 합동 개그신에서 대방출된 센스 넘치는 대사들이다. 그들 앞으로 배달된 여승무원의 사진에 모연과 명주는 발끈한다. 그러자 특전사 용사들은 그들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가 되고 만다. 얼마나 무서운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장면들이다.

“그거 웃은 거 아닙니다. 웃은 거처럼 보이는데 웃기게 생긴 겁니다” 유시진.

“그리고 사실 저는 그냥 그 전우애로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겁니다” 또 유시진. “전우애는 뉘집 앤지...” 강모연다운 시니컬한 반응.

유시진 “그냥 잠들기에는 좀 아쉬운 밤이지 않나? 라면 먹고 갈래요?” 강모연 “뭐지? 이 성의 없는 19금 대시는?” 그들은 진짜 라면만 먹었다.

이 대사들은 굳이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다. 어쨌든 대사만으로도 충분히 웃기고 재미있다.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겠지만 강모연이 전우애가 “뉘집 앤지” 할 때는 정말 웃겼고, 멜로대사 이상의 등급을 줄 수 있는 센스만점의 대사였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그러나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 드라마다. 이렇듯 깨가 쏟아지던 커플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다가왔다. 정말 죽도록 내버려두고 싶은 민폐의 근원 발전소장을 수술하던 중 뭔가 튀어 강모연과 윤명주의 얼굴에 묻었고, 그것은 에볼라보다 심각한 바이러스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양성반응을 보이는 것은 윤명주 혼자뿐. 이제 <태양의 후예>들의 새로운 과제는 윤명주 구하기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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