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경찰, 검찰이 민주노총과 사회운동단체들을 취재한 기자들을 전방위로 사찰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나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기자가 ‘법인 명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 자신의 통신자료(주민번호/집주소 등)를 수사기관이 들여다봤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개인정보 관련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법인폰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동통신사가 실이용자에게 ‘수사기관 자료제공 여부’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이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통신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카카오의 경우, 수사기관의 요청에도 통신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법은 법원과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사업자들은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동통신사들은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대해 열람 및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근거로 이용자들은 수사기관이 자신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인폰 실사용자들은 자신의 전화가 사찰 당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미디어스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CJ헬로비전 등에 ‘법인폰 이용자들이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SK텔레콤을 제외한 사업자들은 “법인폰의 경우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의 경우에도 대리점에 사업자등록증과 사업자 인감, 증빙서류를 제출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관련기사: 미디어스 2016년 3월 11일자 <법인폰은 ‘사찰’ 당해도 확인 못한다>

이런 까닭에 법인폰은 법인 명의로 가입했으나 실제 사용은 개인이 하지만, 법인폰 실사용자들이 자신이 사찰 대상이 됐는지 확인할 방법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수사기관이 국회의원과 민주노총 간부뿐 아니라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이 되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산하 지‧본부를 통해 ‘사찰 현황’ 취합에 나섰지만, 법인폰을 사용하는 기자들은 사실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인폰은 이동전화서비스 중 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가입자 중) 개인과 법인의 비율은 95 대 5 정도”라고 전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통신서비스 가입자 현황을 보면, 2016년 1월 기준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는 5909만277명인데 이중 법인 명의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295만여명 정도다. 언론노조는 법인폰 또한 실이용자가 개인이기 때문에 법인폰 이용자도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조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정보 보호에 ‘구멍’이 있으나,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지난 9일 방통위에 ‘법인폰 이용자들이 본인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각 통신사들을 통해 조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으나,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개인정보보호윤리과는 22일 “개인정보는 ‘생존하는 개인에 관한 정보’이기에 개인정보의 주체는 자연인이어야 하며, 법인의 정보는 정보통신망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의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명의가 ‘법인’으로 돼 있고, 이통사가 수사기관에 건넨 자료가 공개된 법인 정보이기 때문에 법인이든 실이용자든 수사기관의 ‘사찰’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는 24일 미디어스에 “정보통신망법은 살아있는 개인에 대한 내용이다. 법인폰에 대해서는 규율할 내용과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법인폰 실이용자는 이통사가 자신의 번호에 대해 통신자료를 요청하고 이통사가 제공했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느냐, 방통위에는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법인폰은 통신자료 요청·제공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망법상 규율할 수 있는 부분이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통신자료와 관련한 또 다른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의 통신정책국 통신정책기획과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업무는 방통위 소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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