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의 이번 임시국회 직권상정 불가 방침에 따라 파국으로 치달았던 여야가 대화에 나섰다.

5일 김형오 국회의장의 주재로 교섭단체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협상에는 김 의장을 비롯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문국현 선진창조모임 원내대표가 참가했다. 지난 2일 홍준표 원내대표가 문국현 원내대표의 참석을 문제 삼아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결렬시킨 지 사흘만이다.

▲ 5일 오후 김형오 국회의장 주최로 만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문국현 선진과창조모임 원내대표. ⓒ민중의소리
강행 처리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MB법안 처리를 이룰 수 없게 되자 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직권상정 카드가 소용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여야의 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 타결은 또 다른 문제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표 협상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주재자인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한 협상 참가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꺼내든 것과 대조적이다.

김 의장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하는 곳”이라며 “그동안 대화를 해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오늘 이 모임이 처음이자 마지막 모임이라는 각오로 대화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009년도에는 국회가 정상화되고 한걸음 전진하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며 “법에 따라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원내대표는 “그동안 ‘가합의안’을 중심으로 전권을 위임받아 조건 없이 일괄타협해가면서 나머지는 국민과 충분히 논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침묵했다.

우선은 홍 원내대표가 이번 임시국회 MB법안 처리 무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심기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협상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MB법안을 둘러싼 여야 쟁점은 이미 명확하게 드러났다. 지난 1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지만, 여야 모두에서 비토됐던 가합의안이 이번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도 논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합의안이란 여야가 합의 가능한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인 미디어관련법안, 한미FTA비준동의안 등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일괄 처리를 당론화했고, 민주당은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법안 처리시한을 못박아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5일 재개된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도 가합의안에 대한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여야 협상의 시한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다. 김형오 의장은 지난 4일 성명에서 “8일까지 지켜보겠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장기파행이 계속된다면 의장으로서 역사 앞에 외로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원내대표 협상에서 합의를 이뤄낸다고 하더라도 1월 임시국회가 재개될 가능성은 없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물론 한나라당 지도부는 1월 임시국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쟁점법안을 포함해 모든 법안을 2월 임시국회로 넘겨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에서 불거지고 있는 속도전 대신 장기전을 주문하는 목소리와 쟁점법안에 대한 2월 처리를 주장하는 목소리의 연장선이다. 누구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쟁점법안 2월 처리를 주장했다. 적어도 이번 임시국회가 아니더라도 2월에는 쟁점법안 처리를 마치겠다는 얘기다.

일단은 여야의 물리적 충돌은 휴전상태에 돌입했지만 뇌관은 1월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있어 정국 경색은 일관되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총파업투쟁으로 MB악법 저지에 나섰던 전국언론노동조합도 파업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여야의 타협이 언론노조가 수긍할 만한 내용이 아니라면 파업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 이후 총파업을 일단 거둬들일 수도 있지만 2월 임시국회에 맞춰 언제든 재돌입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