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비서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했던 자료를 공개하라는 소송에서 법원이 청와대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국가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11행정부는 23일 오후 1시 50분, 녹색당이 청와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소송 1심 판결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녹색당이 소송 당시 청구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생산하거나 접수한 정보 목록 △특수활동비, 국외여비 등 청와대가 사용하는 예산집행 관련 정보 △2013년 2월 이후 청와대 정보목록 3가지를 공개하라고 밝혔으나, 소송의 핵심이었던 ‘참사 당일 대통령 비서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면보고했던 자료’에 대해서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자 MBC <뉴스데스크>

청와대는 그동안 정보공개 청구 요청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점, 국정운영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점,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의 비공개 사유(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을 경우, 진행 중인 재판 또는 수사 등에 관한 사항일 경우,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정보일 경우,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이유로 거부해 왔다. 재판부는 청와대의 주장을 받아들여, 참사 당일 대통령 비서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면보고했던 자료를 공개할 시, ‘국정 운영에 지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23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당연히 공개돼야 하고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는 총리실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까지 공개가 된 바 있다”며 “청와대는 기록물을 비공개로 열람하자는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을 정도로 매우 소극적이었다. 마땅히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판결했어야 하는데 사법부가 소극적으로 판단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청와대를 정보공개 의무가 있는 대상기관으로 인정하고 △청와대 예산집행내역과 정보목록을 공개대상이라고 판단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녹색당은 “대통령도 성역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청와대는 국민에게 보고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공개대상으로 판단된 정보에 대해 청와대는 공개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녹색당은 ‘대통령 보고 내용 비공개 결정’에 불응해 조만간 항소에 돌입할 계획이다.

녹색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 후인 지난 2014년 8월,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청와대가 이를 거부하자 그 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이번 소송은 지난해 9월 선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는 정보공개법 제20조 제2항에 따른 비공개열람·심사(재판부만 비공개적으로 자료를 열람하는 것)를 하기 위해 선고를 미뤘다. 이때 청와대는 재판부의 요청에 불응했고, 심사에 응할 수 없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법원의 명령에도 답변을 회피해 선고가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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