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 위원장을 지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5일 ‘KBS노조 조합원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공개 편지에서 “요즘 KBS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라며 “지금이 바로 KBS노조 여러분이 나설 때”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기자 출신인 권 의원은 “KBS 방송을 두고 쏟아지는 비판의 질과 양 모두 예사롭지 않다. 90년대 투쟁 이후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탑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며 “그건 KBS의 비극을 넘어서는 국민적 비극이 될 것이다. 저는 KBS노조를 믿는다. 지금이 바로 KBS노조 여러분이 나설 때”라고 밝혔다.

▲ 1996년 국회‘노동법 날치기 통과’이후 벌인 총파업 당시, 외국 지지자들과 함께 행진하는 권영길 의원
권 의원은 “90년 투쟁 당시 언론노련 위원장이었으며, 사무․전문직노조의 결집체인 전국업종노동조합회의(업종회의) 의장을 맡고 있던 나는 37일간의 방송제작 거부를 비롯한 KBS의 공정방송 쟁취 투쟁 전 과정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정권(권력)의 방송’에서 ‘국민의 방송’으로 태어나겠다는 90년 투쟁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는,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이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당시 투쟁은 관제사장을 곧바로 축출하진 못했지만 결국 물러나게 했으며, 국민들이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든 성과를 거두었다. KBS노조가 투쟁의 구심체가 되지 않았다면, 90년 공정방송 쟁취투쟁의 불꽃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KBS’는 KBS 성원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뤄진 것이다. 민주방송-공정방송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갈망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90년대 투쟁 이전에는 KBS 다닌다는 것이 부끄럽고, 주위의 눈이 무서워 이웃집에도 KBS에 다닌다는 말을 못했다는 사원들이 많았다”며 “현장의 중심부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도는 KBS 사건기자들을 보면서 가슴 아파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노동법 첫머리에 노조의 목적은 노동자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것으로 돼 있다. 경제적 지위향상(임금인상)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한 활동 모두가 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한 노조활동이라는 것이 노동법의 기본 정신”이라며 “다시 권력과 정권을 대변하는 방송으로 전락한다면, ‘땡전방송’과 같은 ‘땡이방송’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면 여러분들의 사회적 지위가 어떻게 되겠나. 오늘날, KBS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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