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에 착수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전동의권 행사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SK-CJ 건을 앞두고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허가, 재허가, 변경허가에 대한 사전동의 기본계획을 바꾼 것이다. 핵심은 약식심사나 사무처 검토로만 처리하던 변경허가에도 ‘본심사’를 도입하는 것인데, 고삼석 상임위원이 맡던 업무를 ‘외부전문가’에게 맡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방통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다.

방통위 22일 전체회의에서 SK-CJ 건에 적용되는 변경허가 심사의 경우에도 ‘본심사’를 도입하고,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은 방송통신위원장이 상임위원과 협의해 상임위원 또는 외부단체가 추천한 전문가 중에서 결정하는 ‘유료방송 (재)허가 등 사전동의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변경허가의 경우 본 심사위 심사를 거치지 않고 처리해왔으나 중요사안에 대해서는 절차를 강화해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전문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이유를 들었다. 이밖에도 방통위는 본 심사위 위원 수를 7인에서 9인으로 늘렸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방통위는 미래부가 심사결과를 방통위에 전달하면서 ‘사전동의’를 요청하면 사전동의를 위한 본심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상임위원이나 외부전문가가 심사위원장을 맡을 수 있고, 복수의 상임위원이 심사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이 될 수 있는 외부전문가는 방통위원장이 상임위원과 협의해 결정한 단체가 추천을 하고, 이를 다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그러나 방통위 내부에서는 심사위원장을 ‘외부전문가’에게까지 개방한 것을 두고 ‘인수합병에 대한 답을 정해놓고 외부전문가에게 미션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상임위원은 이날 논의 과정에서 SK-CJ 건에 대해 본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공성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기 때문에 방통위 상임위원이 직접 심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성준 위원장, 이기주 김석진 상임위원은 ‘기본계획을 폭넓게 만든 다음 SK-CJ 본심사위원회 구성 때 논의하자’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방통위는 2시간의 격론을 거친 끝에 ‘결론을 전제하지 않고 SK-CJ 본심사 기본계획을 논의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3기 방통위에서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허가, 재허가 심사를 맡아온 고삼석 상임위원이 심사위원장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업계에는 ‘SK-CJ 인수합병에 정부가 결론을 냈다.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만이 걸림돌이다’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고삼석 위원은 최성준 위원장에게 “(심사 과정에서 방통위 내 소수파의 의견을) 배제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전제(사전 결론)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SK가 계획했던 대로, 총선을 앞두고 인수합병 심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는 ‘제대로 된 심사를 위해서는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22일 입장자료를 내고 “최근 공개된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2015년도)’ 보고서를 통해 SK텔레콤이 국내 이동전화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된 만큼, 공정위가 이번 평가와 3월 말 공개 예정인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를 합병 심사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평가에서는 SK텔레콤의 이동전화시장 매출 점유율이 50%를 상회(50.3%)했으며, 가입자수 점유율(49.4%)도 OECD 각국 1위 통신사업자 평균치(42.2%)보다도 높았다”며 “또 1위와 2위 사업자 간 영업이익 격차는 2013년 약 1조8천억원에서 2014년 약 2조2천억원으로 더 확대됐다. 또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시장 점유율은 51.1%로 이동시장 점유율 49.4%를 상회해 이동전화 시장 지배력의 전이가 일어나고 있음도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QPS 급증했는데 ‘SKT 영향력’은 판단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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