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열흘 간 메인뉴스에 북한의 위협 소식을 5번이나 톱 보도로 올렸다. 타사에 비해 단연 두드러지는 수치다. 내용도 북한의 과장된 주장이나 근거가 구체적이지 않은 ‘국정원발 소식’이 주를 이뤘다. 유독 KBS에서 자주 목격되는 ‘북풍 보도’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음에도, KBS는 일관되게 ‘호전적 보도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 관련 정당·의제 언론보도의 균형과 공정성을 모니터하는 총선보도감시연대(전국언론노동조합, 민변 언론위원회, 방송기자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총 26개 단체 참여)는 21일 주간 보고서를 내어 KBS의 ‘유난스러운’ 북풍 보도를 지적했다.

KBS 메인뉴스 <뉴스9>는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열흘 중 5번을 북한 소식을 톱으로 보도했다. 3월 7일 <“北, 올해 주요인사 스마트폰 해킹”>, 3월 8일 <[단독] 국방부 PC도 뚫렸다!>, 3월 11일 <김정은 “핵실험 계속” 노골적 위협…‘미사일 발사’ 공개>, 3월 15일 <北 김정은 “곧 핵탄두 폭발 실험…재진입기술 확보”>, 3월 17일 <국적 위장 북한 선박 ‘제지’ 없이 우리 영해 통과> 등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KBS <뉴스9> 3월 7일, 3월 8일, 3월 15일, 3월 11일 톱 뉴스. 모두 북한의 위협 소식이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KBS의 ‘북한 톱 보도’를 두고 “MBC 2회(3월 7~8일), SBS 1회(3월 7일), TV조선 1회(3월 7일), 채널A 1회(3월 11일), MBN 2회(3월 7일, 3월 10일), YTN 2회(3월 7일, 3월 11일)에 비해 독보적”이라며 “15일~17일 사흘간 타사는 단 한 번도 북한 관련 보도를 톱으로 배치하지 않고 주로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을 톱 보도로 다루는 동안, KBS만 2차례 북한 뉴스를 톱으로 냈다”고 지적했다.

보도량도 많았다. 3월 7일 하루에만 북한 관련 보도가 9건 나갔고 8일부터 10일까지는 3일 내내 매일 7건이 보도됐으며 15~17일 3일 간 17건이 ‘쏟아졌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타 방송사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북한 위협 보도 쏟아내기에 매달리는 KBS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15일 <뉴스9>는 <北 김정은 “곧 핵탄두 폭발 실험…재진입기술 확보”>에서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의 핵심 요소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면서 핵탄두 폭발실험 등을 단행하겠다는 북한의 주장을 전달했다. 17일에는 미국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제3국 기업과 미국의 거래를 끊는 대북제재 명령을 내린 가운데, UN 대북제재 대상이자 북한 소유로 추정되는 몽골 국적 선박이 우리 영해를 지나갔다는 <국적 위장 북한 선박 ‘제지’ 없이 우리 영해 통과> 리포트를 보도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보도량에서 KBS의 북 위협 관련 보도는 3일간 17건으로 하루 평균 6건에 이른다. 이는 같은 지상파 방송사인 SBS의 3배를 넘는 수치이고 1건을 보도한 JTBC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KBS의 최근 북한 보도의 문제점은 압도적 보도량 뿐만이 아니다. 북한의 위협을 한껏 과장한 뒤 객관적 검증이나 진위 파악을 위한 정보는 슬쩍 뒷전으로 미루는 식의 보도 행태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15일 톱 보도 <北 김정은 “곧 핵탄두 폭발 실험…재진입기술 확보”>를 예로 들었다. <뉴스9>는 이날 톱 보도 외에도 미국의 핵 폭발 실험 영상을 보여주고, 김정은이 무모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위협성’ 리포트를 이어 나갔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KBS의 북한 위협 보도들은 근거가 부족한 북한의 주장이나 국정원 첩보 등을 현실적 위협으로 과장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치밀한 검증 없이 전쟁 불안감을 자극하는 것은 ‘선동’에 불과하다”며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에 북한의 위협과 안보 불안을 부각하는 것은 의도적인 ‘북퐁 몰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KBS 보도국, 도리어 비판 주체 공격

총선보도감시연대가 꼽은 ‘나쁜 방송보도’에 단골로 이름을 올릴 만큼 KBS뉴스는 편향성과 내용의 부실함을 줄곧 지적받고 있다. 내부 단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가 총선보도감시단을 꾸리고, KBS기자협회가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자사 보도를 지적하고 있지만 보도국은 ‘무반응’으로 대응 중이다.

3월 17일 KBS <뉴스9> 보도

오히려 총선보도감시연대가 편향적인 단체라면서 비평 자체를 무시하려는 반응도 있었다. <뉴스9> 제작에 참여하는 한 부장은 ‘민주노총이 소속된 편향적인 단체의 보고서 내용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어떤 내용이 편향적인지 묻자 민주노총 간부가 쓴 글을 좋은 보도로 선정한 것을 근거로 들었을 뿐, 주로 모니터를 하는 ‘주체’를 문제 삼았다.

‘공정방송’을 제1의 가치로 삼고 자사 보도 감시 활동을 벌이는 KBS기자협회의 현재 방향이 틀렸다며 기자들의 권익 향상에 힘쓰라고 충고한 KBS기자협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이하 정상화 모임) 역시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정상화 모임은 ‘총선보도감시연대에 참여한 단체들은 정치적으로 아주 편향돼 있다’며 왜 이 모임에 KBS기자협회도 속해 있는지 해명할 것, 총선보도감시연대의 모니터 보고서를 사내에서 공유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정상화 모임은 또한 16일 한국기자협회보의 <새 리더십 100일…국민과 멀어지는 ‘국민의 방송’ KBS>(링크) 기사에 대해서도 ‘KBS뉴스에 대해 왜곡보도를 했는데 왜 KBS기자협회는 이에 대해 대응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성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한편, KBS 노사는 24일 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호전적인 북한 보도와 법안 처리 및 공천 관련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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