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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회- 압도적인 존재감 이성민, 실패한 완생을 이야기하다[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6.03.19 13:25

인생의 정점에 오른 순간 절망과 마주해야 한다면 어떨까? 도망칠 수 있는 수준이나 회복 가능한 실패라면 감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영구적인 퇴화를 알리는 알츠하이머라면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찾아온 알츠하이머. 그는 그렇게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기억하기 위해 기억을 잃다;
정점에 선 순간 모든 것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그 안에 우리가 존재한다

국내 최고의 로펌에서 가장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변호사 박태석은 성공했다. 지방대를 나와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그가 국내 최고의 로펌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부터가 신기하다.

박태석은 그런 성공을 위해 무조건 달렸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그는 대한민국에서도 알아주는 변호사가 되었다. 물론 그를 비난하는 이들 역시 그만큼 늘었지만 그는 좋은 집에서 가족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태석이 일군 가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은선 판사는 그의 전 부인이다. 대학시절부터 만나 부부가 된 그들은 열심히 살았다. 정의로운 변호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기도 했던 태석이지만 언제나 진실은 힘의 논리에 묻히기만 했었다. 그러던 사이 아들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말았다. 그 절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들은 이혼을 선택했다.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기억>

최악의 상황에서 태석에게 손을 내민 이가 바로 최고의 로펌이라는 태선로펌의 이찬무 대표 변호사였다. 어머니가 일군 거대한 로펌의 주인인 그는 태석을 영입했고 최고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자리는 아들 승호의 몫이다. 로스쿨에 다니는 아들은 영특하고 겸손하며 검소한 생활을 한다. 어린 시절 잠시 방황했던 것을 제외하면 승호는 완벽한 후계자였다.

태선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열 일을 하는 박태석은 언제나 바빴다. 권력자가 원하는 바를 즉각적으로 파악하는 통찰력, 때와 장소에 따라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할 줄 아는 판단력, 조직에 순응하는 유연함까지 갖춘 그는 태선로펌 안에서는 삼류를 모두 갖춘 존재로 이야기되고 있다.

물론 이 삼류가 박태석의 성공비법이자 비난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대 출신의 사법연수원 중간 정도의 실력으로 대한민국 최고 로펌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하는 그에 대한 시기심이 만든 평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가 변호사로서 일을 잘한다는 사실이다.

한국그룹과 보건복지부장관까지 개입된 의료사고 건을 맡게 된 박태석. 한국그룹 신화식 회장이 그를 직접 지목했다는 이 사건. 이는 의료사고를 세상에 알려지지 않게 만들라는 요구다. 변호사는 철저하게 그 요구에 맞게 행동하면 된다는 것이 박태석의 원칙이었고, 그는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기억>

의사로서 명망 높은 김선우는 타협할 줄 모르는 인물이다. 잘못을 눈 감지 않고 제대로 세상에 밝히려는 김 박사의 행동을 막아야만 하는 김태석은 해서는 안 되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했다. 태석의 유일한 친구인 의사 재민에게 언뜻 들었던 김 박사의 병명은 중요한 카드가 되었다.

결혼을 얼마 남기지 않은 김 박사의 딸이 미국 유학 중 마약류와 관련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과 그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좀처럼 타협하려 하지 않을 것 같았던 김 박사도 포기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모든 것은 언제나처럼 행복하게 마무리된 듯했다.

성공 보수도 받고 더 큰일을 맡게 된 박태석은 그저 삶이 평온한 듯했다. 하지만 환자의 병명(알츠하이머)을 악용한 태석에게 분노한 친구 재민은 그와 포장마차에서 격한 싸움을 벌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었던 유일한 친구와의 다툼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자신이 두고 온 지갑이 어디에 있는지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고, 기본적인 가구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술에 취해 그가 찾아간 곳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아니라 과거 부인과 살던 집이었다. 그것도 죽은 아들의 생일 그 집을 찾은 태석은 자신의 행동이 그저 술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태석이 찾던 지갑 속에는 과거 가족사진이 담겨 있었다. 그 사진을 우연하게 본 영주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이혼한 남자인 태석과 결혼했던 영주. 많은 이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태선 로펌에서 잘나가는 변호사라는 이유로 환영받았던 이 남자. 그렇게 어려움 없이 살아왔지만 어느 날 그가 그토록 찾던 지갑에서 과거 가족사진을 발견한 영주는 불안했다.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기억>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 무뚝뚝하다. 그나마 딸이 위안이 되지만 언제나 바빠 아들 생일에도 함께하지 못하는 남편만 바라보는 삶이 행복할 수는 없다. 풍요로운 삶이 곧 행복과 직결될 수 없다는 사실은 태석의 가족만 봐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들은 고민이 많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술을 훔치기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완벽해 보이는 가정이 균열은 가기 시작했고, 승승장구하던 박태석 변호사는 TV 프로그램 녹화를 하러 가서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이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녹화마저 포기하고 친구인 의사와 통화하던 태석의 모든 것을 사로잡은 것은 김 박사의 죽음이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던 김 박사의 죽음은 남 일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마치 저주처럼 그 병이 자신에게도 찾아왔기 때문이다. 불행은 예고도 없이 의도하지도 않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렇게 인생 최고의 정점을 찍는 순간 박태석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첫 회 박태석이 알츠하이머를 진단받는 과정이 흥미롭게 이어졌다. 성공한 변호사가 어느 날 갑자기 알츠하이머를 앓기 시작하며 겪는 일들을 담은 <기억>은 그렇게 첫 시작을 알렸다. 성공을 위해서 가족을 포기하고 인간적인 면모까지 버려야 했던 박태석. 그는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절벽에 매달리게 되었다.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기억>

알츠하이머는 완치가 없는 불치병이다. 가장 좋았던 기억부터 잃어가는 이 지독한 병은 결국 소중한 것들을 찾으려는 발버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인 성공이 곧 아버지이자 남편의 역할이라 확신했던 박태석의 삶. 하지만 돌아보면 아무것도 얻은 것 없는 허무한 인생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느끼는 절망감은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삶이기도 하다.

<기억>의 첫 회는 철저하게 이성민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가 연기하는 박태석이라는 인물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변 인물들을 간과하지도 않았다. 전 부인과 현재 가족, 그리고 로펌 안에서 마주치는 인물들까지 지속적으로 언급될 인물들이 첫 회 모두 등장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점도 흥미롭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박태석이 집중하게 되는 과거의 사건. 그 사건을 통해 <기억>이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등장할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기본적인 구도 속에 미스터리한 사건을 연결시켜 흥미로운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내는 김지우 작가 특유의 이야기의 힘이 이번 <기억>에서도 예외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미생>을 통해 연기란 무엇인가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했던 이성민이 이제는 완생을 향해가는 그 정점에서 실패한 완생을 연기하고 나섰다. 왜 이성민이 뛰어난 배우인지는 그저 첫 회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양한 감정선을 무리 없이 연기하며 박태석이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완벽하게 알린 이성민이라는 배우로 인해 <기억>은 생명을 얻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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