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시장의 지배적사업자인 SKT의 이동전화 결합상품이 여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나, 이의 판단을 위해서는 관련 시계열자료의 충분한 축적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김도환, 이하 KISDI)이 18일 공개한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중 결합상품과 관련한 ‘정책적 시사점’에 실린 내용이다. KISDI는 “유선전화시장의 지배적사업자인 KT의 유선전화 결합상품은 관련시장의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여타 시장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이동전화 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전이에 대해서는 분석을 보류했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SK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업자들의 반대 논리가 바로 ‘SK의 이동전화시장 지배력이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전이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국책연구기관인 KISDI가 내린 결론은 SK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사진=미디어스)

KISDI가 분석한 자료는 대부분 2014년 말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그래서 현재 진행 중인 인수합병에 대한 판단 여부를 내리기에는 시의성이 부족하다. 다만 KISDI 보고서는 △‘초고속인터넷+집전화’, ‘인터넷전화+유선전화’로 구성된 DPS(double play service) 결합상품 가입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IPTV’로 구성된 TPS(triple play service)와 이동전화를 포함한 QPS(quadruple play service) 결합상품 가입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경향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DPS 계약 건수는 2011년 369만에서 2014년 220만으로 급감한 반면 TPS와 QPS는 513만에서 672만으로 늘었다. 이동전화가 결합한 결합상품만 따로 보면 239만에서 344만으로 늘었다. 2014년 기준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 중 각 이동통신사의 비중은 SK 51.1%, KT 35.1%, 유플러스 13.7%다. 이를 두고 KT에서는 “지배력 전이가 확인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구조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KT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본질은 ‘SK가 갑자기 CJ헬로비전 가입자 415만명(2016년 1월 기준)을 1조원 가량을 들여 산 이유’에 있다. 좀더 최근의 통계를 확인해보자. 2015년 6월 기준 전체 유료방송가입가구 2835만명 중 이동전화 결합상품 가입자는 496만명인데 이는 유료방송시장에서 17.5%밖에는 안 된다. 이동통신사에게 82.5%의 시장이 남아 있는 셈이다.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이동전화 결합상품 점유율. 2015년 6월 기준. 201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중. (자료=SK텔레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사물인터넷의 리모컨 역할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고 결제를 하는 시대, 이통사의 최대 목표는 이용자를 이동통신 결합상품으로 묶는 것이다. SK는 인수합병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CJ의 케이블방송 가입자에게 이동통신을 영업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SK는 415만명의 이동통신 결합상품 가입자를 우선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K는 이를 ‘방송통신 융합’과 ‘규모의 경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통신 결합상품이 증가할 것은 빤하다.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유료방송에까지 전이되고 있는 추세 또한 분명하다. 소비자 개인의 수준에서 보면, 이동통신 결합상품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가입자는 약정기간과 약정할인 탓에 특정 사업자에 갇히게 된다. 방송이든 통신이든 결합의 수준이 깊어질수록 가입자는 빠져나오기 힘들어진다.

심각한 문제는 KISDI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력 전이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려는 시기에 먼저 SK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SK는 415만 CJ헬로비전 가입자를 SK텔레콤에 가입시키기 일보 직전이다. 남은 것은 방송통신위원회가 SK에 어떤 조건을 붙이느냐다. 공공성, 지역성, 노동권에 관련해 논의할 곳은 이제 방통위 한곳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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