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보도를 일삼겠습니다”
“결코 공정하지 않겠습니다”

언론매체가 편파보도를 하겠다니…. <WORKERS>(이하 워커스) ‘비난받는 언론이 되겠습니다’ 창간인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사회에서의 공정함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셈이다.

워커스는 “재벌이 하는 일이면 무엇 하나 틀리지 않은 게 없고, 대통령의 농담까지 기삿거리가 되는 사회”라며 “재벌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나라가 살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내가 살 수 있다는 저급한 성장 이데올로기로 치장된 기사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매도하고 파업 때문에 회사가 망할 것처럼 떠드는 관료와 자본가의 목소리만 넘쳐나고 있다. 45도 기술어진 길을 오를 때는 뒤꿈치를 들어 줘야 걸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현재 필요한 건 그 반대편을 향한 ‘편파보도’라는 얘기다.

워커스는 ‘민중언론’을 내세운 참세상 콘텐츠와 디자인그룹 그리고 사진그룹이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하는 시사주간지다. 이들은 워커스에는 성역(재벌과 권력이 아닌 성소수자와 장애인·이주민·청년·노동자)이 있고 색안경(초록과 파란색만 있는 사회에 빨간 필터)을 통해 세상을 본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궁금해졌다. 많은 인쇄매체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활자를 접고 있는 때가 아닌가. 인터넷신문 운영만으로도 어렵다고들 하지 않던가. 그런데, 재정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참세상은 왜 굳이 그 험한 일을 시작한 것일까. 이 바닥의 알만한 사람들은 누구 하나 “잘 될 거야”라고 말하는 이가 없다.

워커스가 세상에 첫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6일. 줄곧 궁금해 하다, 창간호가 나왔다는 소식에 곧바로 달려갔지만 워커스 4호 기획회의를 열고 있어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17일, 홍석만 워커스 편집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다시 참세상을 찾았다. ‘이게 될까?’라는 의문을 푸는 게 가장 시급했다. 홍석만 편집장 또한 “주변으로부터 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라며 웃어보였다. 인터뷰는 그런 상황에서 시작됐다.

"왜 인쇄냐?…남들이 안 하기 때문"

미디어스 권순택 기자(이하 미디어스) : 워커스 소개부터 해달라. 인쇄매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단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참세상이 주간지를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아무도 모르게 번 많은 돈이 숨겨져 있었던 건가?

워커스 홍석만 편집장(이하 홍석만) : 일단, 참세상의 창간과 역사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언론 ‘참세상’은 96년, 97년 총파업 통신단으로 시작됐다. 당시 민주언론상 특별상을 받는 등 좋은 평가가 뒤따랐다. 국내의 총파업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 알리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 진보넷이다. 참세상은 진보넷의 미디어파트로 있었다. 참세상 방송국도 있었고 음악중심이긴 했지만 국내 거의 최초로 팟캐스트도 했다. 이후 동영상도 제작했다. 인터넷신문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참세상은 진보넷에서 분리해 독립했다. 이후에는 텍스트 중심의 정통 인터넷 언론으로서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본 것 같다. 대안언론 성격으로서는 오마이뉴스보다도 먼저다.

미디어스 : 팟캐스트와 방송국이 기억에 남는다. 참세상에서 남들보다 먼저 시작한 것들이 많긴 하다.

홍석만 : 그 당시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아직 자본이 많이 잠식해 있지 않은 공간이었다. 초기 인터넷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도 가능했던 것 같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여서 비정규직 등 노동문제나 인권문제에 주류언론들이 관심이 없었다는 정치적 측면도 작용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 문제의 시초는 그 때 다 나왔는데 기성언론에는 문제의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참세상이 그 역할을 했다. 다른 매체들이 안 쓰다보니 사건이 벌어진 지 2~3일이 지나고 써도 단독이었다. 그래서 참세상에서 ‘단독’이라는 걸 붙이지 않는다. 쓰면 단독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기사에 ‘단독’을 붙이면 어색하지 않나. (웃음) 그 당시 기자회견에 취재하러 가면 다른 매체 기자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기자회견 사회자가 “참세상 동지들 오셨습니다”라면서 발언하라고 했다. (웃음) 참세상을 외부자로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언론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미디어스 :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한 적도 있나?

홍석만 : 언론사로서 부끄러운 얘기일 수도 있는데…. 여튼, 인터넷 언론으로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는 거다. 그리고 지금은 15~20년이 지난 시점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 자체가 많이 자본화된 측면이 크다. 이미 레드오션이라고들 하지 않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논란이 됐는데,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도 과잉돼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도 있다. 정치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바뀌면서 야당지들도 비정규직과 해고자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굳이 참세상이 기사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쓴다. 참세상이 주류언론이 되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니까. 그러다보니 '보다' 급진적인 이야기를 하는 언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여러 가지 민생문제나 노동자, 소수자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런 문제들은 주류언론에서도 하기 시작했으니 우리는 이제 한 발 더 나아간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에 미친 것으로 보면 된다.

한국은 보수적이다. 진보라는 세력도 유럽과 남미의 중도 우파 정당보다 못한 관점을 가진 경우가 많다. 정치적으로 조금 더 급진적인 상상을 제공해주고 정책지형들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가 그렇\다. (흙수저론 등)세대론 이야기도 나오지만 청년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언론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언론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스 : 그렇다고 주간지를 선택할 필요는 없지 않나.

홍석만 : 일간지를 할 수 있으면 했을 거다. 하지만 능력이 안되는 거고, 호흡이 중요한데 사건을 분석하고 풀어가려면 적어도 주간지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월간은 대중들과 호흡하기에는 텀이 너무 길다.

미디어스 : 인쇄매체가 아니라, 다른 형태로 구현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가격이 5000원이다. 그러면 한 달에 2만원인데, 저렴한 편은 아니지 않나.

홍석만 : 왜 인쇄매체냐, 남들이 안 하기 때문이다. 처음 인터넷언론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물었다. “왜 그걸 하느냐”고. 우리의 답은 “세상이 변할 것”이라는 거였다. 남들 안 할 때 처음 시작했던 게 참세상이다. ‘다 망한다’고 했을 때 시작했던 게 팟캐스트다. “왜 인쇄매체냐”라는 질문은 수용자 관점에서 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산업·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게 잘 팔릴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당연히 인쇄매체는 사양추세이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니까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용자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참세상은 최초로 상업 광고를 받을 생각 없이 시작했다. 광고로 운영을 유지해야겠다는 계획은 없다. 그런 측면만 보면 말도 안 되는 결정이다. 언론사 또한 기업이기 때문에 자본과 이윤 측면을 놓고 보면 규모가 안 맞을 수 있다. 기성 언론도 광고를 판매해 회수될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소비자들이 존재해야하고 그 시장이 형성되고 그걸 바탕으로 유통시킨다고 보겠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판단을 하는 것이다. 처음 생각을 ‘워커스를 상업적 방식을 유통하지 않겠다’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보면 말이다.

미디어스 : 얘길 듣고 보니 더 어려울 것 같다.(웃음)

홍석만 : 다른 것에 주목한 부분도 있다. 아무리 종이매체가 사양산업이라고 하더라도 되는 건 된다라는 점이다. 독립잡지들의 성공사례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젖은잡지’와 ‘악스트’다. 젖은잡지는 섹슈얼리티를 여성적 시각에서 풀어낸 것으로 어떤 희귀성이 있다. 1000부만 찍는다. 그 잡지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중고시장 매물을 통해 몇 십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사실 여성적 섹슈얼리티라는 독특한 주제와 시각을 담고 있으니까 고정된 독자층과 인기가 있는 것이다. 악스트는 문화예술 잡지다. 계간지로 나오는데 가격이 3900원이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나오기만 하면 만권 이상 나간다는 얘기가 있다. 악스트는 최근 사회적 논쟁에도 휘말렸다. 악스트에서 이름만 공개된 SF관련 작가와 인터뷰를 했는데, 순수문학 쪽에서 악스트가 다룬 장르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반대편에서는 작가 인터뷰를 하면서 작품 등을 소개를 해주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모두 대안적 유통을 통해서 성공한 독립잡지들이라 볼 수 있다. 워커스 또한 상업적 유통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보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디어스 : 워커스와 기존 잡지들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대안적 유통방식은 어떤 것이 있나?

홍석만 : 참세상은 언론사니까 관점과 취재력이 있다. 여기에 사진그룹과 디자인그룹, 이 3그룹이 같이 모여 만든 일종의 콜라보라고 볼 수 있다. 워커스 창간호를 보면, 사진이 상당부분 들어가 있다. 기존 언론매체에서 사진이라고 하는 것은 기사를 보완하는 자료처럼 사용돼 왔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사진기사에서 글은 사진을 설명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워커스에서는 사진가들과 기사들이 서로 종속되지 않은 형태가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사진은 독자적 영역으로 글과 매치된다. 글 또한 독립적 형태로 구성됐다. 또 한 가지. 디자인 그룹에는 4팀이나 결합하고 있다. 주간지에서 편집하려면 상당한 디자인 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워커스에서는 한 팀이 돌아가면 제작을 한다. 물론, 각 디자인 팀별로 디자인에 대한 독자성이 발휘된다. 그래서 워커스는 큰 틀은 유지되지만 그 안에서 디자인은 매 회 다르게 구현될 것이다. 디자인 팀 또한 사회운동 지형에서 디자인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게 있지 않겠나. ‘디자인이 낯설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일종의 모험이라면 모험이다.

다른 지역 언론사들도 마찬가지 고민들을 하고 있다. 울산저널의 경우, 이미 주간지로 전환했다. 지역언론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안정화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다. 뉴스민도 주간지 발행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워커스 창간호 반응은?…"나이드신 분들과 젊은 분들 모두 낯설다라고"

미디어스 : 워커스를 이미 보신 분들도 있을 텐데, 반응이 어떤가.

홍석만 : 연령이 좀 있으신 분들에게는 폰트와 여백 등이 낯설게 배치돼 있다. 여기엔 디자인팀의 의도가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명조체의 폰트와 여백이 없이 빽빽한 지면에 익숙하다. 그들에게 워커스는 낯설다. 반면,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서 보면 익숙한 글 읽기가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 디자인팀에 의하면, 나름 최신 트렌드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거꾸로 내용이 낯설다. 기존 독자층에서만 보면 글이 너무 가볍지만, 또 젊은 층에서는 글이 너무 많다고들 한다. 한 줄 한 줄 내용이 너무 어려워 길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이런 간극을 어떻게 좁히면서 실험을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미디어스 : 다른 매체들은 일정한 ‘틀’을 통해 신문을 만든다. 기사가 나오면 그 틀에 배치하는 그런 형태인데 워커스는 매번 디자인이 다르다고 하니 신기하다. 그러나 기존 매체들에서 ‘틀’을 만드는 건 통일성 때문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의 매체로 인식시키는 방식인데….

홍석만 : 워커스에서도 공통적인 것들이 있다. 그걸 전제로 나머지 것들이 서로 간의 자율성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다. 디자인의 문제에 있어서 서로 합의를 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협의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특정 한 그룹이 전권을 휘두르는 형태는 아니다. 디자인팀이 기사에 대해 평가는 하지만 글을 ‘이거 내려’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디자인과 사진에 있어서 평가할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빼라 마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각자의 권한을 가지고 워커스를 완성해 나가는 거다.

미디어스 : 진보적인 관점이라면 한겨레21도 있고 시사인도 있고 주간경향도 있는데 워커스를 봐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민주노총 기관지’ 등과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도 궁금하다.

홍석만 : 젊은 층들이 읽을 수 있는 시사잡지는 사실 한국에 별로 없다. 패션 등 기호와 취지에 관련된 것들은 많지만 거꾸로 자기 자신에 대한 문제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고 호감을 갖고 읽을 수 있는 그런 형태의 잡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워커스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준비 기간만 2년 정도 걸렸다. 한겨레21, 시사인이 있고 단체 기관지들도 있다. ‘변혁정치’나 사회진보연대에서 발행하고 있는 ‘오늘보다’, 노동당 기관지도 있고. 워커스는 그 중간 어디쯤 자리 잡고 나오는 것이다. 어정쩡하게 있으면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된다. 그래서 2~3차례의 샘플을 만들면서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라. 결국, 어느 한 쪽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다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이상 힘들다고 봤고 사진그룹과 디자인그룹을 만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미디어스 : 워커스의 타깃 독자층은 누구인가. 참세상 기존 독자층과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홍석만 : 참세상 주독자들은 87년 체제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하고 현재는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정규직으로 안착된 분들이다. 그걸 넓히려면 어법도 바꾸고 접근방식, 시각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참세상의 필요성을 인정해주시고 유지해주신 분들께 대단히 고마운데, 거기에 머물지 않으려면 결국, 비정규직 그리고 청년 노동자들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창간호에서도 젊은 청년, 노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기존 어법을 다 버리지도 못했고, 새로운 어법을 만들지도 못했다. 아직까지는 나한테 잘 안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불편함이 있다. 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이제 편안한 옷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극복해나갈 차례다.

미디어스 : 워커스를 소개하면서 이제는 기성언론에서도 비정규직 등 노동,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로 인해 참세상의 역할이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 반대의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기성 언론들이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쓰지만 그 내용은 왜곡되는 형식이다. 노동보다는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홍석만 : 마찬가지 고민이다. 얘기는 다루는데 바뀌는 건 없다. 비정규직 문제나 최근 정부가 하려는 노동법 개악도 얘기는 되고 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고, 바꿀 힘을 모으는 데에는 기성언론 뿐 아니라, 저희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기존 이야기들을 계속 풀어낼 수만은 없다.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지형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된 것이다. 기존 인터넷언론이 가지는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이걸 보완하고 넘어갈 수 있는 형태는 더 많은 독자와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화법들과 호흡에서 나온다. 그런 시도가 워커스다. 물론, 인터넷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온라인 실험들을 더 잘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체가 안정이 될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기존 독자들에게 주는 거 하나도 없는 데 일종의 재능기부 하듯 10년 넘게 후원해주시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 분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건데, ‘여기로 와서 보세요’(참세상 링크 등)라고 하는 건 온라인 매체들의 한계다. 오마이뉴스가 기존 독자층에 머무는 게 아니라 오마이북스나 TV특강 등으로 수입을 별도로 만들어내고 있다. 프레시안도 협동조합 형태로 바뀌었다. 참세상에 워커스 창간은 그런 의미다.

미디어스 : 창간호만 보고 난 느낌은 ‘청년’, ‘노동’ 그렇게 인식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윤지연 기자가 쓴 <“정치는 네 것이 아니냐”> 기사를 재밌게 읽었다. 밥상머리 계급에서 자녀 그리고 여성이 겪는 문제가 적나라하게 잘 드러났다. 워커스의 지향을 반영한 것인가?

"애드버스터가 발행하는 잡지가 월스트리트 점령 이끌었듯, 행동하는 잡지가 될 것"

홍석만 : 주독자층을 그렇게 보고 있다. 결국, 잘 할 수 있는 걸 잘 하자이지 않겠나. 참세상이 제일 잘하는 건 노동쪽이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이다. 청년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고민이 든다. 한쪽에서는 ‘20대 개새끼론’(이십대들의 정치 관심도가 너무 낮은 탓에 민주화가 후퇴하고 있다)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면서 또 ‘달관세대’(사토리세대)라고 한다. 젊은 청년들도 고민이 많을 거다. 문제는 이게 모두 외부자의 결핍·과잉된 시각이라는 점이다. 워커스는 청년들과 무엇을,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생각이다. ‘젊은 저항’을 표방한다. 예를 들면, 월스트리트 점령은 애드버스터(Adbusters)라는 단체가 내는 잡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행동하는 잡지가 되겠다.

미디어스 : 스스로 워커스 창간호에 만족하는지 궁금하다.

홍석만 : 평가를 해달라.

미디어스 : 1면 표제는 ‘비난 받는 언론이 되겠습니다’인데 1면의 사진과 내용이 맞는지 의문이다. 창간호라 많이 신경 썼을 텐데, 따로 노는 느낌이다. ‘워커스’이기 때문에 1면에 용접공 사진이 들어간 걸로 보이기도 하는데, 노동을 너무 1차원적으로만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언론으로서 창간호에 삼성은 다뤄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홍석만 : 1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표제’ 부분밖에 없다. 사진과 디자인은 앞서 이야기했듯 해당 그룹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는 못 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표제와 사진은 매치되어야 한다’는 것도 어쩌면 고정관념일 수 있다. 사진그룹에 물어봐야하지만 남들이 뭐라고 하듯 꿋꿋하게 용접하는 노동자는 워커스 그룹들이 꿋꿋하게 뭔가를 창조해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물론, 직접 답변을 들은 게 아니라 의도를 미뤄 짐작해봤다. (용접공 사진은) 새롭게 뭐낙 만들고, 창조하는 그런 의미로 넣은 게 아닌가 싶다. 삼성 관련 기획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미디어스 : 마지막 질문이다. 워커스를 봐야할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어떤 답을 해줄 수 있나.

홍석만 : 대안 언론이 가야할 길이라는 거다.

미디어스 : 뉴스타파 등 다른 대안언론들에 대한 평가들 한다면?

홍석만 : 뉴스타파는 KBS 등 대형 언론사에서 몸담고 있던 기자 출신 기성 언론인들이 주축이 됐다. 그에 따른 장점들이 십분 백분 발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취재력이나 줄 사회와 접목해서 그 속에서 뉴스를 캐치해내는 것이 뛰어나다. 워커스는 그런 건 약하다. 그렇지만 거꾸로 강한 부분들이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노동의 문제나 소수자 문제, 청년 등 당사자 문제에 주목하는 등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서로 각자의 특성과 장점을 잘 살려 나가면 좋지 않겠나. 대안언론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느냐도 워커스의 장기적인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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