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의 움직임이 바쁘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적지 않은 공천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에게 욕설을 한 내용이 공개된 점, 이재오 의원, 조해진 의원 등 친박계와 마찰을 빚었던 인사들이 대거 공천 탈락한 점 등의 상황은 친박 대 비박의 계파갈등 수위를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애초 ‘상향식 공천을 통한 선거 개혁’을 내걸었지만, 현실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의 논공행상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따가운 비판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겪는 ‘내홍’을 방송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총선보도감시연대는 “방송사들은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을 잃어버렸다”고 혹평했다. 비박계 의원들이 줄줄이 탈락하고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유승민 의원의 공천 발표가 보류되는 등 새누리당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다룬 곳은, 8개 방송사(KBS·MBC·SBS·YTN·TV조선·JTBC·채널A·MBN) 중 SBS와 JTBC 두 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3월 16일 SBS <8뉴스> 보도

SBS <8뉴스>는 16일 <‘친유승민’ 몰락…‘공천 학살’ 논란 확산>에서 “전체 컷오프 결과를 보더라도 친박계가 4명인 반면, 비박계는 12명에 달한다. 이렇게 차이가 크다 보니, '공천 학살'이다, '고무줄 잣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친박-비박 의원들의 탈락 규모를 수치로 확인했다. <8뉴스>는 “가장 두드러진 공천 논란은 별 기준 없이 경선기회조차 빼앗았다는 주장”, “다음 논란은 새누리당 우세지역의 3선 물갈이” 등 새누리당 공천에 대한 비판 지점이 고르게 나왔고, “이런 가운데 비박계 김무성 대표 측근들은 공교롭게 한 명도 탈락하지 않아서 김 대표와 친박계 간의 거래설이 돌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JTBC <뉴스룸>은 16일 공천에 탈락한 조해진 의원을 인터뷰해 현재 공천 갈등의 문제점을 짚는 목소리를 전했다. 조해진 의원은 “배신의 정치가 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유승민 원내대표 할 때 제가 수석 원내부대표를 했다는 거 말고는 아무런 근거도 댈 수 없는데 공당에서 특정 당직을 했다는 것이 공천의 낙천 기준이 될 수가 있겠는가?”라고 반발했다. 같은 날 JTBC는 “대구에서 공천 탈락한 친이계 김두우 예비 후보는 김 대표가 측근들을 살리기 위해 친박계에 전략적인 대구 진박 공천을 눈감았다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면 합의설’ 의심의 눈> 리포트에서 관련 내용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SBS와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에서는 이런 지적을 찾아볼 수 없다. 타사는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위원장의 주호영 의원 재의 관련 대립 △유승민 의원의 공천 결과 발표 여부 △이재오 의원 등 탈락 의원들의 연대 여부 등 가시적인 사실 전달에만 주력하면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이 같은 보도 행태를 보인 대표적인 방송사로 공영방송 KBS와 MBC를 꼽았다.

KBS <뉴스9>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여당의 공천을 <‘공천 제동 vs 반박’…김무성‧이한구 충돌> 리포트 단 1건으로 갈음했다. 내용도 김무성 의원과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대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김무성-이한구 대립 외에 1건을 더했지만 <뜨거운 감자 유승민 공천 또 보류> 리포트로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에만 관심을 보였다. MBC는 유승민 의원이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170일 파업 당시 노조를 지지했다고 주장하며 꾸준히 유승민 의원에 대한 흠집내기 보도를 해 온 바 있다. (▷ 관련기사 : 노조 파업 지지했던 유승민 향한, MBC의 꼼꼼한 ‘뒤끝’과 ‘복수’)

반면 TV조선과 채널A는 적극적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비호하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TV조선은 16일 <“찍히면…” ‘눈 밖 인사’ 탈락>에서 “대표적 비박계 인사인 5선의 이재오 의원은 유달리 박근혜 대통령과 악연이 깊다”, “공천을 받지 못한 임태희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장”, “진영 의원도 낙천자 명단에 올랐다. 2004년 박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초대 비서실장, 현 정부 복지부 장관까지 지냈지만 기초노령연금을 둘러싼 항명 파동으로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고 전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낙천자들이 탈락한 이유가 ‘대통령에 대한 배신’임을 일일이 설명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보도인 <“진박은 불패”…‘박심’ 공천?>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얼마나 잘 보이고 밉보였느냐가 공천의 기준이 됐다는 비아냥”을 언급해 비교적 비판적인 내용을 담았지만, 최희준 앵커는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총선을 웬만하면 이길 수 있는 구도로 보고, 집권 후반기 또는 그 이후까지 대비해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톤다운’ 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을 지원하는 총선 전략을 적극 옹호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3월 16일 채널A <종합뉴스> 보도

채널A는 16일 <원조 친박서 배신 아이콘으로>라는 보도에서 유승민 의원을 아예 ‘배신 아이콘’이라고 못박은 후, “유 의원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창조경제 정책을 공개 비판하며 친박계와 사이가 틀어졌다”며 두 사람이 소원해지게 된 과정을 전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저녁종합뉴스에서 특정 의원을 ‘대통령을 배신한 자’로 규정해 사실상의 낙천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모두 내팽개친 행태”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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