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지역은 수많은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일상에선 결코 볼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들이 펼쳐지는 그곳은 많은 깨달음 혹은 절망을 경험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시진과 모연은 그곳에서 영원히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깨달아갔다. 주변에 넘치는 것이 돈이었던 치훈은 그곳에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성장통을 겪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원대한 이야기 속 성장이야기;
갈등과 이를 해소하는 명쾌한 방식, 익숙함으로 표현한 김은숙표 러브스토리

우르크에 지진이 난 지 3일째가 되고 있다. 아직 생존자 수색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홀로 딴 길을 걷는 현장 소장 진영수는 이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오직 사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죽음도 개의치 않는 진영수의 행동은 위급 상황을 불러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깨 부상을 입은 시진은 모연의 치료를 받은 후 본진으로 향했다. 그런 시진을 따라 간 모연은 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전화를 건 곳은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 둘 중 한 명의 생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연을 위로해준 채 숨져간 작업반장 고재을의 가족에게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족을 걱정했던 고인을 위해 남겨진 부인에게 그의 유언을 전하고 하염없이 우는 모연.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잠시 놔버렸던 의사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찾기 시작했다. 그저 돈 잘 버는 직업인으로서 의사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의사로 변하기 시작한 모연의 성장은 그렇게 많은 눈물들과 함께였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슬퍼하는 모연에게 너무나 아름다운 우르크의 밤하늘을 보여주는 시진.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더욱 서글퍼진 모연은 한탄한다. "땅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라는 말 속에 이 무심한 자연에 대한 한탄도 함께했다. 이질적인 현실처럼 이들의 사랑도 그렇게 만나고 헤어짐을 이어가며 진짜 사랑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생존자를 구한 현장에는 3명의 실종자가 더 있었다. 마지막 1인까지 구조해야 하는 군인들과 의료진은 다시 그 위험한 곳으로 들어섰다. 물론 이를 반대하며 오직 자신의 목적인 다이아몬드만을 원하는 진영수도 있지만 말이다.

마지막 생존자인 강민재를 처음 발견한 이는 이치훈이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재난 지역에서 일하며 스스로 의사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그는 그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여진으로 인해 흔들린 현장은 거대한 낙석들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손등을 크게 다친 치훈은 놀라 그곳을 빠져나와버렸다. 환자를 눈앞에 두고 혼자 살기 위해 도망친 의사 치훈은 그렇게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진으로 다시 갇힌 강민재에 다가간 것은 서대영이었다. 새로운 통로를 만들고 그곳에서 돌덩이 사이에 발이 낀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영과 의료 키트를 가지고 들어가 긴급 치료를 하는 시진. 곧 구할 것 같았던 마지막 생존자였지만 대영이 추가 장비를 가져가기 위해 나온 사이 다시 무너지고 만다.

다이아몬드가 급했던 진영수가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포크레인을 이용해 재해 지역을 건들다 일어난 사고였다. 이 사고로 인해 두 명의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었지만 극적으로 살아난 그들은 천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 살아났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시비를 거는 진영수에게 한 방 날리는 서대영의 모습은 속이 시원할 정도였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우여곡절은 그렇게 또 다른 가치들을 만들어가고 의도하지 않은 전개를 이끌기도 한다. 이치훈은 자신이 정말 의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환자를 두고 도망치는 의사가 과연 의사인가에 대한 의문은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그저 사회적 지위가 엄청난 돈을 버는 행위로 변질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의사 본연의 가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그런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모연과 치훈 등을 통해 진짜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치훈 어머니의 독촉에 의해 해성 병원 의사들은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전용기가 급파되어 모든 의료진이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모연은 남기로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시진에 대한 사랑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이곳에서 다시 경험하기 시작한 진짜 의사로서의 가치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이 시진을 두고 떠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모연에게 이제 시진은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 그와 떨어진다는 것이 점점 무의미해질 정도로 시진에 대한 모연의 사랑은 뜨겁고 강렬해지고 있었다. 무뚝뚝하기만 하던 대영이 명주와 시진 사이를 질투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롭게 말이다.

거대한 지진이 모두 지나가고 구조 활동도 끝난 상황, 조용한 그곳에는 모연이 선곡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무심한 듯 너무 아름다웠던 밤하늘처럼 그곳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고 모연의 육성이 담긴 녹음이 흘러나오면 분위기는 달라졌다.

차량 사고로 벼랑 끝에 매달렸던 모연이 유언처럼 남긴 내용이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모두에게 공개되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 고백을 받아들일 걸 잘못했다는 모연의 속마음이 만천하에 공개되어버렸다. 이렇게 그들의 사랑은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예고편에서도 나왔듯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지진이 끝나고 남겨진 이들은 다시 한 번 위기에 처하게 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아구스에 의해 납치되는 상황이 전개되니 말이다. 유시진과 아구스의 대결은 필연적이고 그런 점에서 <태양의 후예>는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7, 8회 재난 지역을 배경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가기는 했지만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조금은 늘어지는 상황에서 다시 9회부터 폭풍 전개를 예고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비슷한 상황들을 특정한 사물이나 상황으로 연결해 반복해서 보여주며 극대화시키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효과적이다.

모든 상황들에 대한 선택지를 요구하고 그런 딜레마 속에서 모두가 성장할 수밖에 없도록 요구하는 설정 역시 특별하지 않지만 흥미롭다. 이 과정을 통해 캐릭터들은 더욱 심화되고 그렇게 그들 모두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니 말이다.

송중기와 송혜교의 사랑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미묘한 경계에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툭툭 던지기만 한 채 수습하지 않던 그들이 모두에게 마음이 공개된 후 폭풍과 같은 사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가장 불안한 존재로 전락한 온유의 성장통은 결국 <태양의 후예>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후부터가 중요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인류애라는 가치에 온유의 두 어깨가 무겁게 다가오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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