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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작가 시급 3880원, 수수료도 뗀다?[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방송작가는 아프다, 그것도 아주 많이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3.16 15:16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이 16일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와 면접조사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647명의 작가가 온라인조사에 응했는데 메인작가(6.6%), 서브작가(46.6%), 막내작가(46.8%)가 골고루 참여했다. 언론노조는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28111(방송작가), 28141(기자), 39913(모니터 요원)을 넓은 의미의 작가라고 설명했다.

고용실태부터 보자. 서면계약은 6.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두’로 노동조건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만 들었다는 응답자가 전체 68.6%에 달했다. 노동조건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시작한 작가도 24.6%로 나타났다. 서면계약의 경우에도 ‘방송영상프로그램 제작 스태프 표준계약서’에 규정돼 있는 항목은 거의 없다는 게 설문조사 결과다. 급여액(87.8%), 급여지급방식(61.0%), 계약기간(51.2%) 외에 저작권, 노동시간, 업무내용, 4대보험, 휴일 및 휴가 등과 관련한 내용은 계약서에 없다는 게 설문조사 결과다. 특히 크레디트 여부를 명기한 계약서를 받아본 작가는 한명도 없었다. 응답자의 88.5%는 표준계약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답했다(실효성이 없음 11.2%, 실효성이 있음 0.3%).

작가의 절대다수는 프리랜서인 탓에 고용도 불안하다. 작가들이 고용해지사유로 꼽은 것은 프로그램 개편/제작 중단/방송시간 축소/시청률 하락/제작비 축소가 46.3%에 달했다. 언론노조는 “방송작가들은 주로 방송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관행에 의해 고용이 해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최종 채용 결정권자가 메인작가(56.5%)나 담당 PD 및 기자(30.9%)이기 때문에 막내작가와 서브작가는 결정권자와의 관계에 의해 해고 당하기도 한다. ‘담당PD와의 불화와 메인작가 교체’ 그리고 ‘메인작가와의 불화’는 계약해지사유의 13.9%, 8.4%로 조사됐다.

   
(사진=미디어스)

프리랜서라서 고용이 불안하다면 반대급부로 급여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방송작가들의 월 평균 급여는 170만6070원으로 분석됐다. 150만원 미만이 49.9%에 이르고, 15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를 받는 작가는 16.4%로 조사됐다. 결국 작가 10명 중 7명 가까이가 200만원 이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3.8시간(메인 46.7시간, 서브 55.1시간, 막내 55.7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열정페이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막내작가 3880원, 서브작가 6801원, 메인작가 1만1106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작품을 하는 동안만 보장이 된다. 작가들의 최근 1년 간 총 수입은 평균 1558만2376원이다. 급여 체불 경험이 있다는 작가는 46.0%나 됐다.

방송작가의 절대다수가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기 때문에 사회보험 직장 가입률은 바닥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직장가입률은 각각 2.5%, 1.4%, 1.4%, 1.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 안팎의 직장 가입자는 외주제작사가 계약직으로 직접고용한 일부 작가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조사가 4대 보험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과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방송산업 인력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탓에 인권침해도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방송작가의 대다수가 20~30대 여성인데(조사결과에서는 20~30대가 99.2%, 성별로는 여성이 94.6%), 작가들의 41.1%는 (언어 성폭력 포함)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작가의 82.8%가 ‘인격무시 발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욕설’은 58.4%, ‘폭행’은 3.2%, ‘사적인 지시’는 76.9%, ‘계약 내용 외 업무 지시’는 68.2%로 나타났다.

문제는 방송작가의 노동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노동개혁을 명분으로 밀어붙이는 파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방송작가는 파견 대상이 된다. 고용기간은 짧아지고, 파견업체의 중간착취를 고려하면 근로조건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언론노조가 작가들에게 ‘파견허용 찬반 여부’를 묻자 응답자의 49.9%는 반대했다. ‘파견 허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응답자는 11.6%에 그쳤다.

(사진=미디어스)

작가의 노동자성에 대한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동안 작가의 이익은 협회가 대변해왔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참여한 작가의 85.2%는 소속된 협회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상파방송사 구성작가협의회와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는 각각 8.2%, 6.6%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와 노조법 상 근로자에 대한 판례가 변하고 있다. 적어도 노조법 상 근로자성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방송작가의 경우에 방송사의 사용자성은 어느 정도 명확하다. 조직화를 통해 교섭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신문에 원고를 보내고 고료를 받던 작가의 시대가 아니다. 지금 작가는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품을 만드는 노동자다. 작가는 콘텐츠 상품을 만드는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고, 기여를 인정받아야 한다. 작가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송작가와 독립PD는 ‘을’이라는 말로 섦명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 작가는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하고 그림자처럼 존재한 사람들이다. 미디어산업, 특히 방송에서 비정규직의 열악한 상황이 도드라진다. 작가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방송작가유니온을 만들고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언론도 각별하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송규학 한국독립PD협회 회장은 “독립PD협회도 방송작가유니온과 연대해 같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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