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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보도국장을 비롯해 총 111명의 기자가 참여한 ‘KBS기자협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이하 정상화 모임)은 지난 11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현재의 KBS기자협회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가지고 있으며, 공정방송이란 이름 아래 협회원 권익에는 무심하다며 ‘정상화’를 촉구했다. (▷ 관련기사 : 보도 참견 마라?… KBS기자협회 압박 ‘노골화’)

3일 후, KBS기자협회 집행부는 친목 도모와 권익 향상만큼이나 ‘방송 자유’와 ‘취재 및 제작의 자율성 수호’도 협회의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언제든 협회에 의견을 자유롭게 말해 달라는 글을 남겼다. 미디어스는 정상화 모임의 문제제기와 KBS기자협회의 반박을 정리해 보았다.

정상화 모임 : 기자협회 집행부는 입맛에 맞는 의제로 사내 논란의 프레임을 만들고 독점한다. 일방적으로 안건을 정해 기협 운영위 소집을 통보하고 운영위원들을 거수기로 활용한다.(…) 미리 결론을 내놓고 그 결론으로 도달하기 위한 하나마나한 토론이 이어진다.

KBS기자협회 : 운영위원들은 각 부서장들께서 부서 협의를 거쳐 직접 정했고, 회의가 시간에 쫓긴 적은 있으나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진행을 한 적은 없다. 모든 대의적 기구는 ‘민의를 꼼꼼하게 반영하는가’라는 대목에서 태생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협회 운영위 역시 그런 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대의적 기구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마치 기협만의 독특한 특성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정상화 모임 : KBS기자협회는 언론자유에 유독 관심이 많다. 기자들이 모인 단체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방법도 레토릭도 과격하고 정치적이고 편향적이다.

KBS기자협회 : 기자협회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 취재 및 제작의 자율성 수호를 제일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기자협회가 임의 단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언론인으로서, 공영방송 KBS의 기자로서, 방송의 독립과 취재 및 제작 자율성은 기자들에게 ‘정신적 생명’과도 같은 가치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 때 많은 기자들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결국 당시 보도에 개입했던 길환영 전 사장 퇴진 투쟁에 나섰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정방송이라는 시청자들의 격려와 KBS 기자들의 권익이, 정비례 관계임은 두 말 할 것 없이 명확하다.

정상화 모임 : 기자협회는 민주노총 산하 특정노조의 2중대라는 비판을 곱씹어 봐야 한다. 사실상 특정 정치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해 왔다.

KBS기자협회 : 뉴스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저널리즘의 대원칙에 입각해 봐야 하고, 기자협회는 그래왔다. 길환영 전 사장 사태에서 보듯, KBS는 사장 선임구조의 태생적 한계로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뉴스에 대한 감시와 비평은 반드시 필요하다. 협회는 국정을 책임지는 다수 여당에 대한 보도태도 비판뿐만 아니라, 딸 취업청탁과 아들 로스쿨 로비 의혹이 불거졌던 야당 의원들에 대한 보도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 편향’이나 ‘특정 정치세력 대변’이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정상화 모임 : 보도게시판에 매일 올라오는 모니터는 누가 작성하는 것인가? 베일에 가려있다. 개인이 작성한 모니터는 어떠한 절차를 거쳐 게시판에 올려지는가? 만약 익명의 개인 의견을 협회 명의로 올린다면 정당성과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가?

KBS기자협회 : 뉴스 모니터는 오래전 협회 때부터 해오던 활동이다. 매일 밤 기자 전체가 모여 뉴스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기에, 모니터단은 30명으로 구성했다. 팀장급부터 막내급 기자까지 있고, 보도국뿐 아니라 보도영상국, 스포츠국 기자도 포함돼 있다. 소속 노조도 다양하다. 전임 협회보다 확대 개편한 결과다. 다만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보장하기 위해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 있고, 모니터단에서 작성한 의견을 협회장이 최종적으로 확정해 게시해 왔다. 뉴스 리포트를 제작하거나 편집하는 이 또한 협회원이기에, 리포트 하나하나의 문제점보다는 뉴스 전반에 초점을 맞추고, 문제점에 대한 지적뿐 아니라 잘한 점은 잘한 대로 분명하게 평가해왔다. 모니터 게시 전은 물론, 게시한 이후에도 다른 의견이 접수되면 최대한 수용해 왔다. 모니터 목적은 KBS뉴스를 근거 없이 폄훼하고자 함이 아니라, 건전한 내부 비판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시각을 담은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정상화 모임 : 가장 큰 잘못은 정치판보다 더한 독단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편향적 시각을 갖는데 그치지 않고 정치 조직화됐다는 점이다. 일부 소수의 기협 간부들이 기자협회를 사유화해 전체 KBS 기자들이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집단으로 왜곡시켜 왔다.

KBS기자협회 : 기자협회는 원래부터 협회원의 것이다. 집행부 개인에게 말해도 좋고, 운영위원회에 참석해서 말해도 되고, 국부장단 회원이라면 보도위원회에서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이처럼 모든 통로가 열려있었음에도 어느날 갑자기 문제제기가 이뤄진 것은 분명 유감이다. 기협은 열려 있다. ‘정상화 모임’이 다분히 인상비평적 문제제기에서 그칠 게 아니라, 뉴스모니터와 협회 운영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문제 사례와 대안을 제시한다면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얼마든지 함께 토론하겠다.

정상화 모임 : 대다수 협회원들은 협회비를 내고 받은 혜택이 거의 없다. 내역이라도 있으면 공개하라. 그동안 기자들이 5~6년 된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어렵게 일하는 현실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지방 출장을 가면 밥값 내기도 버거운 출장비를 받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진 적이 있는가? 시간외 수당이 왜 이렇게 적은지 진짜 이유에 대해 협회원들에게 설명한 적은 있는가?

KBS기자협회 : 경조사비와 동호회비, 정년퇴임식 지원, 장학금 등이 꾸준히 집행되고 있다. 회비 집행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복지에 소홀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협회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경조사 지원금 대상이 확대됐다. 필요하다면, 노트북, 수당 정상화 TF를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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