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저지를 위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하자 ‘시사’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예능프로그램 PD들도 일손을 놓고 칼바람이 몰아치는 거리로 나섰다. 이 법이 통과되면 현실화될 조중동방송, 재벌방송은 과연 예능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줄까?

▲ 30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MBC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MBC노조와 블로거와의 만남’에서 박성제 언론노조MBC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곽상아
총파업 5일째인 30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MBC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MBC노조와 블로거와의 만남’에서 인기 예능프로그램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임정아 PD는 “우리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해도 너무하기 때문에 이렇게 나선 것”이라며 “(법이 통과되면) 표현의 다양성 면에서 굉장히 침해를 받을 것 같다. 제작진들이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는 이유는 ‘재미’인데 그렇게 되면 재미도 없을 것 같다. 자유로움이 피디들의 성향인데, 그런 것들과도 맞지 않고 많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임 PD는 “지금 MBC는 직급, 조합원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심정적으로 파업을 100% 지지하고 있다. 노조원들이 밖에 있지 않고 회사에서 돌아다니면 ‘너 왜 여기 있냐’는 말을 듣는다”며 “저희 부모님도 보수 성향인데, 오늘 촛불집회 때문에 철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힘내라고 하더라. 이번 파업에는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50, 60, 70대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 PD를 비롯해 ‘우결’ 제작진은 26일부터 제작을 거부하고 있는 터라 당장 다음주 일요일부터 방송이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임 PD는 “프로그램 찍으며 2~3일 밤새는 것은 특이할 것도 없기 때문에 추운 밤에 고생하는 것 정도는 별 게 아니다. 파업 복장은 우리한테 평상복”이라며 “우리는 가장 훈련이 잘 돼있다. 오히려 파업을 하고 나서 하루 6시간 수면시간을 보장받고 있다”고 말해 블로거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30여명의 블로거가 참석한 이날 만남에서 <북극의 눈물>을 제작했던 조준묵 PD 역시 한나라당 법안 통과시 일선 제작현장에서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PD는 “보통 다큐멘터리는 제작자의 자기 검열이 들어간다. ‘내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가지고 방송을 하는데, 이게 나를 설득할 수 있느냐’ 등등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런데 이제 사회적인 망으로 검열이 들어오면 촬영하고 편집할 때마다 ‘이게 어떻게 보일까’ ‘이것이 또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까’ ‘이짓을 꼭 해야 하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자기 생각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가장 비참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두려움을 표시했다.

조 PD는 “우리는 24, 25일 밤새고 26일 오전 6시 직전까지 편집하다가 팽개치고 나왔다. 우리는 사실 매우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며 “항간에서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라고 폄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짜 우리만을 위해서였다면 (파업을 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에 가까운 총파업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는 언론노조 MBC본부 박성제 본부장과 <PD수첩> 광우병 보도 편을 제작했던 이춘근 PD는 이날 자리에서 시민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앞으로도 지속적 지지를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이춘근 PD는 “진성호 의원, 조중동이 우리한테 연봉 1억이라고 했는데 그걸 보고 아내가 ‘지금까지 나한테 거짓말을 했느냐’고 물어보더라. 필요하다면 연봉통장을 복사해서 보여주겠다”며 “우리는 국민 여러분이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악법이 통과되고 나서 돌이키려고 할 때는 이미 늦는다. 국민 여러분이 많은 지지를 보내주고,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당부했다.

왼쪽 가슴에 ‘재벌방송 반대’ 리본을 단 박성제 본부장은 “우리의 파업이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고 있다. 감사하다. 프로그램을 아껴주는 시청자분들께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지만 ‘프로그램 몇개 못봐도 좋다’ ‘꼭 이번싸움에서 승리해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국민 여러분께서 공영방송을 지키고 언론 민주주의, 나아가 이땅의 민주주의를 지키라고 명령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후 새로운 홍보전을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느냐”는 한 블로거의 질문에, 박 본부장은 “있지만 비밀”이라며 “지금까지 나왔던 수준에서 국민들이 흥미있어 할 만한, 대국민 홍보전을 계속 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