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PD 3명이 동시에 사표를 던져 ‘지상파의 인력유출’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KBS가 해당 PD들이 이적하는 특정 종편을 비판하는 보도국 TF를 구성해 논란이 되고 있다.

KBS 간판 PD였던 함영훈, 전창근, 김진원 PD가 사표를 내고 종편 JTBC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9일 전해졌다. 이에 KBS가 보도국 TF를 구성해 대응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는 10일 성명을 내어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새 노조는 “드라마 PD 3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냈다. 3명은 함께 같은 종편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라며 “문제는 회사가 내놓은 대책이다. 갑작스럽게 보도국에 기자들 대여섯 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팀이 구성됐다. TF의 타겟은 ‘우리 PD들을 빼간’ JTBC와 사주인 홍석현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새 노조는 “너무 창피하다. 이게 대한민국 최고 공영방송이 취할 방법인가? 이게 사측 당신들이 말하는 KBS 저널리즘인가”라며 “만일 이 TF가 실제로 보도까지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공영 방송의 사유화’, ‘보복 취재’ 등 온갖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PD들이 돌아오지도 않는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싸움을 왜 자초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JTBC가 윽박지른다고 말 듣는 어린아이처럼 보이는가? 매일 저녁 인터넷 포털에 동시에 올라오는 ‘KBS 뉴스9’와 ‘JTBC 뉴스룸’에 대한 의견들을 좀 살펴봐라. 그게 현실이고 시청자들의 평가”라며 “더구나 ‘보복적 성격의 뒷조사’ 목적의 취재 지시는 기자 본연의 업무라고 할 수 없으며 방송법과 방송편성규약이 금지하고 있는 ‘양심과 신념’에 반하는 취재 및 제작 지시이며, 노동자에 대한 정신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새 노조는 “구성원 이탈과 위기 상황은 우리 KBS만의 문제가 아닌 MBC와 SBS 등 지상파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혹시 시청률이 좋지 않다며, 광고 수입이 적다며 손가락질하지 않았는가? 아니 그것도 모자라 동료들의 창의력을 무시하고 권한마저 빼앗으려 하지는 않았는지 사측은 물론 KBS 구성원 모두 자성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새 노조는 “심지어 사표를 낸 PD들 상대로 회사가 소송을 하겠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 정도면 사측에게 제 정신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제발 냉정해지길 바란다”면서 “당장 보도국 TF를 해체하라. 그리고 떠나는 사람들에 집착하지 말고, 남아있는 우리 동료들을 생각하라. 인력 유출이 걱정된다면 TF는 보도국에 만들 것이 아니라 드라마국에, TV본부에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함영훈, 전창근, 김진원 PD가 KBS에 사표를 낸 사실이 지난 9일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함영훈 PD는 연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기획한 인물이고, 전창근 PD는 <직장의 신>, <가족끼리 왜 이래> 등을, 김진원 PD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참 좋은 시절> 등을 연출한 PD다.

새 노조는 10일 ‘보도국 TF 해체 촉구’ 성명을 내면서 “그제(8일)와 어제(9일) 그리고 오늘(10일), 전화는 물론이고 직접 본관 6층과 보도국을 오가며 ‘이번 TF 구성이 이치에도 맞지 않고 실익도 없는, 어리석은 행위’임을 알리고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부사장을 비롯한 사측 간부들은 이런 의사를 직접 전달하려는 조합 집행부를 문전박대로 일관했다. 결국 조합은 ‘공론화’를 통해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KBS 측은 “어떤 사안이든 보도국의 취재와 관련된 일은 회사 기밀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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