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본분이 가수로서 좋은 음악을 국민에게 선사가 아니라 섹시하고 예쁨인가”
“바퀴벌레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 게 아이돌의 본분인가”
“KBS야말로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것 아닌가”
“언제 어디서든 걸그룹은 비쥬얼 유지하는 것이 본분이냐”

KBS <본분금메달>에 대한 방통심의위 심의위원들의 성토다. 걸그룹에 대한 ‘성상품화’ 및 ‘성역할 고착화’, ‘가학성’ 논란을 빚은 KBS <본분금메달>이 관련해 방통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날 프로그램 연출한 최승희 PD는 “시청자의 오해”라고 반박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심의위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KBS, “바퀴벌레·체중공개 등은 예능에서 자주 쓰는 장치…성상품화 지적은 오해”

방송통신심의위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9일 KBS <본분금메달>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지난 달 10일 방영된 KBS <본분금메달>은 “대한민국 아이돌의 본분은 무엇일까요?”라는 물음과 함께 ‘비주얼 유지 테스트’, ‘정직성 테스트’ ‘분노 조절 테스트’, ‘상식 테스트’를 진행했다. 가수인 아이돌의 본분을 ‘정직성’, ‘비주얼’, ‘분노조절’, ‘상식’ 등에서 찾는 데에서부터 잘못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이 과정에서 바퀴벌레를 보고도 놀라지 않거나, 몸무게를 속이지 않았는지, 영하날씨에도 얇은 옷을 입고 율동을 제대로 하는지 등 몰래카메라식을 통해 테스트를 하는 것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관련기사 : KBS <본분 금메달>, 그냥 ‘아이돌 괴롭히기’였다)

2월 10일 방송된 KBS <본분 금메달>

하지만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KBS 제작진은 KBS <본분금메달>의 무엇이 잘못됐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KBS 최승희 PD는 <본분금메달>과 관련해 “파일럿 프로그램은 특성상 기획에 대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며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KBS 최승희 PD는 “민원인이 지적한 바퀴벌레와 영하 날씨, 체중공개 등은 자사 <1박2일>와 MBC <진짜사나이> 등을 비롯해 과거에도 예능에서 많이 사용돼 왔던 장치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 역시 양성평등을 원하는 여성이기도 하고 프로그램 스텝 11명 중 9명이 여성이었다”며 “성 역할을 고정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다. 섭외가 안 돼 남성 아이돌이 제외됐지만 그들에게도 적용하려 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해명했다. 또, “방송에서 단 한 차례도 ‘여성은 예뻐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KBS 이병기 부장은 KBS <본분금메달>의 ‘성상품화’ 비판에 대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여성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번 테스트겸 재밌게 풀어볼 장치가 어딨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너무 무겁게 받아들여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심의위원들로부터 “왜 여기에 나오시라고 했는지 이유를 잘못 이해하신 것 같다”는 지적이 쏟아진 까닭이다.

심의위원들, “KBS야말로 본분 잊었나…아이돌 본분은 좋은 음악 선사하는 것”

함귀용 심의위원은 “정말 어디까지 갈 것이냐”며 “가수의 본분이 뭔가. 좋은 음악을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음악을 국민들에게 선사하는 게 본분인 이들에게 ‘뇌쇄적’ 등의 자막을 넣지 않았느냐. 그것이 여성 아이돌의 본분이냐”고 반문한 뒤, “여성아이돌은 예뻐야 한다는 그런 의미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KBS <본분금메달>에서는 “요염한 섹시미”, “어떤 음악에도 멈출 수 없는 섹시댄스”, “뇌쇄적인 눈빛”,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섹시” 등의 자막이 노출됐다.

하남신 심의위원은 KBS <본분금메달>에 대해 “공영방송 KBS답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실망스럽다”며 “바퀴벌레 보고 놀라지 않는 게 아이돌의 본분인가. 그런 것들을 보면 놀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작진들은 ‘송구스럽다’고 이야기하지만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최승희 PD의 ‘시청자들의 오해’라는 발언을 문제로 지적했다. MBC <진짜사나이>와 비교한 것에 대해서도 하남신 심의위원은 “프로그램 성격이 다르다”면서 “해당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군사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본분금메달>은 아이돌 본분이라는 미명아래 걸그룹들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한 가학성 프로그램 아니냐”고 쓴 소리를 던졌다.

하남신 심의위원은 “KBS는 걸그룹들에 영하 몇 십도에서도 맨살 드러내며 웃고 춤을 추도록 강요했다. 그런 연출한 것에 대해 마땅히 반성하고 잘못의 심각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KBS야말로 (공영방송) KBS 본분을 망각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장낙인 상임위원 또한 “언제 어디서든 걸그룹이 비쥬얼을 유지하는 것이 본분이냐”며 “KBS에 강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묵 소위원장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입봉한지 얼마 안 된 PD가 시청률에 대해 강박을 많이 받아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아이돌을 데리고 가장 쉽게 시청률을 올리려고 했던 것 같다”고 두둔했다. 또, “KBS가 내부 규정을 바꿔 심의를 받으면 가중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돼 있다. 이를 감안해 심의해야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KBS <본본금메달>은 법정제재 주의 3인(장낙인·함귀용·하남신)과 권고 2인(김성묵·윤훈열)로 제재수위가 갈렸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수위는 9인이 심의위원들이 참석하는 전체회의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하지만 다수가 ‘주의’ 입장을 밝힌 만큼 법정제재는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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