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MBC 7기 공채 개그맨 출신인 노정렬씨가 총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들 앞에 섰다. 방송에서 말할 수 없는 시대 현실을 콕콕 집어 풍자하는 노정렬씨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수백여명의 MBC노조원들은 즐거워했다.

10년 넘게 시사 풍자 개그를 고집하며, 현재 CBS라디오 정통 시사풍자쇼 <뉴스야 놀자>를 진행하고 있는 노정렬씨는 “저를 섭외하고, 연출해야 할 분들 앞에서 미력하게나마 개그를 선보여야 하는 현실이 착잡하다”며 MBC를 방문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언론노조 총파업에 대해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난하는 조중동 보도에 대해 “오히려 그동안 조중동이 밥그릇에 빌붙어 살지 않았느냐”며 “‘밥그릇 싸움’이 가장 순수하고 좋은 싸움이다. 입에 들어가는 밥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언론인들을 향해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12월29일 개그맨 노정렬씨가 MBC노조 결의대회에서 시사 풍자 개그를 하고 있다. ⓒ송선영
다음은 노정렬씨와의 일문일답이다.

MBC에는 왜 방문하게 됐나.

저는 방송인이자 개그하는 사람으로 정치 풍자쪽 개그를 하고 있다. 지금 7개 언론 관련법을 비롯해 수많은 법들에 대해 여당과 야당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자, PD, 아나운서, 엔지니어 분들이 본업을 잠깐 뒤로 미루고 바닥에 앉았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법이) 개선이 되면 좋은데 개악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시사개그 몇 토막 하려고 왔다.

고향인 MBC에 왔는데, MBC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1996년 MBC 7기 공채 개그맨이다. 좋은 자리에서 사회를 보면 기분이 좋겠지만, 저를 섭외하고 연출해야 할 분들 앞에서 미력하게나마 제 개그를 보인 것이 착잡하다. 신문과 방송이 현대 대중사회에 주는 영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현업에 계신 분들이 나선 것 같다. 이 분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좋은 방송과 라디오, 언론을 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모습(언론인들이 나선 모습)이 나타난 건 (현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려고 하는 언론 관련법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 개그맨 노정렬씨 ⓒ송선영

지금 대기업 소유 방송이 없다고 하지만 예능 부분(케이블 등)으로 보면 얼마든지 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이나 정부의 정책을 비판을 할 수 있는 보도 부분인데, 굳이 ‘조중동이나 대기업에 허용해야 하나’ 라는 점이다. 국민 가운데 60% 이상이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현재도 충분하다’는 여론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잘못 판단하는 것 중 하나가, ‘총선 때 압도적으로 표 찍어주고 제1당을 만들어줬으니까 지켜봐라’하는 단순논리이다. 물론 다수결 원칙도 존중되어야 하고 총선 때 투표로 심판받은 민의도 중요하지만, 지금 국민 가운데 60%이상이 반대하고 있기에 여론에 따라가는 것도 맞다. 그만큼 중차대한 것이 언론 관련법이다. 다수결이라는 것도 원칙과 상식, 양심에 합당했을 때 다수결이 되는 거지 ‘뽑아놨으니까 어떤 일을 해도 무조건 지켜봐라’고 하는 것은 실체 민주주의에 있어 잘못된 거라 생각한다.
조중동이 지난 대선 때 확실히 내놓고 손을 들어줬다고 해서 이번에 챙겨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정경(정치·경제)유착과 권언(권력·언론)유착의 폐해가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굳이 산업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지금 국민들은 방송이 잘못되면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굳이 대기업이나 신문사에게 줄 필요가 있겠냐’는 측면에서 이번 한나라당 언론 관련법을 개악이라고 보는 거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왜 언론 관련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려고 하는 것 같나.

한나라당이 왜 추진하려고 하는지는 국민들 누구나 다 아는 거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언론을 통제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올바른 것이 아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통제위원장’이라 불릴 정도이고, 유인촌 문화부 장관, 신재민 문화부 차관을 비롯해 언론 특보를 했던 구본홍 YTN사장까지. 언론은 형식적으로나마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녀야 하는데, 지금은 형식마저 지니지 않을 정도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기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정부로 ‘딴지걸지 말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라’는 70~80년대 군대 스타일이다. 존경스럽다.

이명박 정부, 어떻게 보는가.

정권 입장에서는 불편한 언론을 솎아내고 싶기도 하겠지만 역대 정권, 지구 역사를 보면 일시적으로 성공한다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언론은 민심의 반영이기 때문에 잘하면 잘한다고 결론이 날 것이고, 못하면 못한다고 결론이 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내용을 뜯어보면 전체 국민 중 1/4만 뽑은 것으로 국민 10명 중에 2명 반 정도만 찍어준 것이다. 나머지 3/4의 민심이 어디 있는지를 분명히 생각을 해야 한다. 겸허하게 국민들을 받아들여야지 ‘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고, 제1당인데 너희들이 왜 막아’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실체적 민주주의에 적합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 특징 중에 하나가 자기 사람, 자기 라인을 확실하게 챙겨주는 거다. 초대 내각 고소영·강부자부터 시작해서 유인촌을 비롯해 한승수, 강만수, 어청수 ‘수트리오’까지 이렇게 1년 넘게 가는 정부는 거의 없다. 자기 사람 일자리 확실히 채워주는 뚝심있는 사람이고, 믿음있는 사람이다. 또 일관성 있는 정부로 앞으로 뭘 할지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보인다. 이렇게 예측 가능한 정부도 없는 것 같다.

조중동이 언론노조 총파업과 관련해 연일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언론이 늘 진실을 말하지는 않지만 악의적으로 왜곡보도를 하지 않는 한 네티즌 국민 대중 전문가들에 의해 진실은 걸러진다. 일각에서 ‘정부는 잘 하려고 하는데 언론노조와 MBC가 왜 파업을 하냐’ ‘밥그릇 싸움 아니냐’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로서 공공성을 반드시 지녀야 하기에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게 제일 원칙이다. 그래야지만 올바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조중동은 ‘밥그릇 싸움’이라는 궁색한 논리, 비판 할 수 있는 논리가 그것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게 ‘밥그릇 싸움’이 가장 순수하고 좋은 싸움이다. 입에 들어가는 밥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나. 모든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공무원 다 자기 밥그릇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밥보다 중요한 게 있나? 밥이 곧 법이다.

언론이 왜 중요하다고 보는가.

▲ 개그맨 노정렬씨 ⓒ송선영

언론은 지금 뿐만 아니라 늘 중요했던 것 같다. 언론은 주어진 현상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보도해야 하는데, 권력 입맛대로 왜곡된 대표적인 예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문제 같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때 ‘반정부 민주 언론’인 것처럼 했던 조중동은 노무현 정부 때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해 어떤 해명이나 과학적 근거도 없이 위험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미국이 과학과 의학이 앞선 나라로,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과 배반이다. 조중동이 누구 편이라는 건 다 알고 있지만, 최소한의 예의와 양심도 없이 ‘뻔뻔한’ 것 같다. 차라리 대놓고 얘기를 하든가.

스스로를 개그맨이자 언론인이라고 표현했다. 언론인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사개그를 하다보니까 주어진 이슈와 관련해 진보, 보수 입장과 논점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제시하고 정리하기 때문이다. 기자나 PD, 아나운서처럼 정통 언론인은 아니지만 시사 풍자개그 자체가 이슈를 선정해 풀어가기 때문에 언론인 인 것 같다.

개그맨으로서 시사 풍자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저는 시사 풍자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데,누구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판 자체가 벌어지지 않으니까 아쉽다. 정부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돌려서 풍자하는 맛이 있어야 국민도 살고 정치도 사는 건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내가 예수님도 아닌데 십자가를 맨 것 같은 느낌이다.

총파업에 참여하는 언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조중동은 이번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비롯한 MBC노조의 총파업에 참여하는 언론인들에 대해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지만 되레 조중동이 그동안 밥그릇에 빌붙어 살지 않았나 싶다. 밥에 대한 욕심이 과하지 않은 이상, 자기 밥그릇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언론인들,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미디어스>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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