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의 만루 홈런에 이어 이번에는 이대호가 거포 본능을 드러내는 큰 홈런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이너 계약을 하면서까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이대호의 자존심을 보여준 한 방이었다. 김현수는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두 거포들의 홈런은 올 시즌 한국 메이저리거들의 대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박병호와 이대호 거포 본능, 올 시즌 메이저리그 흔들 수 있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해야 한다. 국내 최고의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누구인가. 한국 프로야구 전무후무한 타격 8관왕 선수가 아니던가. 여기에 일본 프로야구마저도 평정한 최고의 타자라는 점에서 메이저리그 진출과 성공은 당연했다.

일본에서 오래도록 거액으로 유혹하는 상황에서도 이대호는 모험을 선택했다. 이대호가 거액을 받고 일본에 잔류했다면 어땠을까? 그는 여전히 강력한 파워를 앞세워 일본에 진출한 한국인 타자 최고의 기록을 갱신할 것이다. 이대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성공이 보장된 일본 리그가 아닌 이대호는 가시밭길인 메이저리그를 선택했다. 일본에서도 지명타자로 나섰던 이대호.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메이저리그에서 나이가 많은 이대호는 어쩌면 결격사유가 많은 선수였을지도 모른다. 비대한 몸집에 파워만 있는 선수에 대한 불신은 한일을 평정한 그에게 마이너 계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대호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단기 계약이 마이너 계약이라니, 최악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에서는 최고 금액으로 제안을 했고, 시즌 중이라도 상관없으니 돌아오라는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접으면 엄청난 금액과 인기가 보장된 상황에서 이대호는 과감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꿈을 좇아 미국으로 향했다. 일본 프로야구 MVP가 마이너 계약이라는 초라한 계약서를 받아들고도 그는 주눅 들지 않았다. 시범경기를 통해 치열한 주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도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법 홀쭉해진 몸에서 그가 얼마나 준비를 많이 하고 있었는지 드러났다. 그리고 그는 6일 시범경기 첫 안타를 만들더니, 8일 경기에서는 8회 불리한 불 카운트에서 다소 낮은 구속의 공을 완벽하게 받아쳐 거대한 홈런을 만들어냈다. 거포 본능은 그렇게 시애틀 감독에게 강력한 한 방을 선사했다.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이대호(34)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스프링캠프에서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호는 시범경기에서 다섯 타석에 나선 게 전부다. 그만큼 주전이 보장되지 않은 마이너 계약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부분이다. 김현수가 18타석에 들어섰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거의 4배나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이대호의 불안한 위상을 잘 보여주는 타석수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이대호는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고, 그에게 반신반의하던 많은 이들에게 강력한 홈런 한 방으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1루 수비에서도 능숙하게 병살 처리를 하는 등 아무런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으며 불안을 스스로 종식시켰다.

이대호는 홈런보다 9회 자신이 병살타를 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모습에서 강한 도전 의식을 엿보게 했다. 두 번의 타석 중 한 번이 홈런이었다면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해낸 것이지만 이대호로서는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박병호는 시즌 전체를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부여받았다. 반면 이대호는 당장 시범 경기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25인 로스트에 드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점에서 이대호의 좋은 수비와 강력한 홈런 한 방은 메이저 입성의 청신호로 다가왔다.

힘들게 야구를 했고 그렇게 프로 선수가 되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이대호.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가 된 후 그는 일본 프로야구에 도전했고, 그 성실함과 엄청난 힘으로 일본 프로야구에서마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칠 줄 모르는 이대호의 도전 정신은 편안한 야구 인생 후반부를 내던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다는 메이저리그에서 한일 프로야구를 평정한 이대호의 반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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