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대 악법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26일부터 방송들의 제작거부와 신문의 지면파업 등을 시작으로 총파업 궐기대회, 27일 MBC 아나운서들의 대국민 홍보전, 28일 사회 원로·각계 인사들의 언론노조 파업 지지선언, ‘독재부활-MB악법 저지 긴급국민행동’의 결의대회 등이 지난 주말 내리 이어졌다.

언론노조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각 언론사들은 미디어법안과 파업관련 소식을 집중보도하는 가운데, KBS와 SBS, MBC 등 지상파 방송3사의 메인뉴스는 갈수록 방송사별 ‘소유·지배 구조’의 특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연내 처리를 벼르고 있는 신문법·방송법과 내년 초 입법을 목표로 하는 공영방송법이 현실화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방송뉴스의 변질을 ‘미리보기’로 보여주고 있다.

◇ KBS=‘관제사장’으로 불리는 정권친화적인 이병순 사장의 강력한 단속 탓인지, 혹은 현행 KBS노조 집행부가 관심이 없는 탓인지, KBS <뉴스9>의 28일자 보도는 여전히 ‘옆집 불구경’식 보도로 간단히 단신 처리했다.

▲ 28일 KBS는 <뉴스9>에서 언론노조 총파업 관련한 시민사회의 ‘지지선언’ 소식과, KBS를 제외한 타 방송사 파업상황을 앵커 단신으로 처리했다.
이날 KBS <뉴스9>는 ‘각계 인사 신문방송법 개정안 반대’를 리포트가 아닌 앵커 단신으로 내보냈다. 사회 원로와 각계 인사 대표들의 언론노조 파업 기자회견의 내용을 전하면서, 사흘째 언론노조 총파업 모습에 대해 “MBC의 경우 뉴스 프로그램의 일부 진행자가 교체됐고 SBS는 일부 뉴스 진행자들이 검은 옷을 입고 방송에 참여했다”며 파업 형태를 간략히 전달했다. 해당기사에 KBS 내부의 파업 움직임 등의 내용은 생략됐다.

이어 <뉴스9>는 ‘국회의장, 언론 노조에 공개 사과 촉구’ 보도를 통해 “김 의장 측은 지난 26일 언론노조의 여의도 집회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른바 ‘언론5적’ 가운데 한 명으로 표현되고 휴대전화 번호가 일방적으로 공개된 데 대해 이는 우리나라 입법수장을 폄하하고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공개사과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적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기사 역시 앵커 단신으로 처리했다.

정부가 출자한 특수법인인 공영방송 KBS는 전파수신료·광고료와 함께 정부보조금 등을 지원받고 있는데, 국회에서 20년도 넘게 수신료 인상을 놓고 목조르기를 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임기중인 사장이 불법 논란 속에 해임되면서, 그동안 내부 구성원들의 투쟁과 시민사회의 지원 속에 지켜왔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 특히, 한나라당이 내년 초 입법을 추진 중인 공영방송법에 의해 예산권마저 국회로 넘어가고 광고수입 비중이 20%로 제한되면 사실상 ‘국영방송’이 돼 착하게 정권의 입노릇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28일 SBS <8뉴스>의 박진호·박선영 앵커 모습. 이날 <8뉴스>는 언론노조 총파업관련 보도를 내보내지 않았다.
◇ SBS=민영방송사인 SBS의 경우 일부 뉴스진행자들이 블랙투쟁을 이어가는 등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조합원들이 열성을 보이자, 언론노조 총파업 첫날인 지난 26일 <8뉴스>에서 앵커 단신으로 ‘블법 파업’을 거론하며 ‘가담자는 사규에 따라 조치될 것’이라는 등 ‘민영방송의 책무’를 강조한 회사쪽의 공식입장을 내보낸 바 있다.

총파업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회사 쪽의 ‘협박’ 효과 때문일까. 주말 <8뉴스>의 박진호·박선영 앵커(조합원) 등은 각각 검은 옷과 회색 정장을 입고 ‘블랙투쟁’을 이어갔지만, 27일에 이어 28일에도 파업지지 선언 등 ‘언론노조 총파업’ 관련 보도가 아예 사라졌다. 단지 여야의 법안처리 대치상황과 관련된 국회 내부의 중계차를 연결해 상황을 전할 뿐이었다.

조중동방송, 재벌방송이 현실화한다면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을까. SBS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 MBC=반면 언론노조 총파업 이후 MBC의 보도는 한나라당의 법안이 처리되면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 매우 소중하고도 위태로운 가치를 보여준다.

▲ 28일치 MBC <뉴스데스크>는 언론노조 파업과 한나라당의 방송법안 관련, 집중보도로 자세히 다뤘다.
MBC는 28일 <뉴스데스크>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 법안과 언론노조 파업에 대해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27일 진행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1명 대상 전화여론조사를 전격 공개해 “대기업과 대형신문사들이 지상파방송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찬반의견을 물었다”면서 “재벌과 권력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61.1%, 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25.3%로 반대가 찬성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고 전달했다.

MBC는 이외에도 ‘한나라당 “신문방송법, 일부 위헌”…민주당 ”거짓 주장”’, ‘각계 원로 시국선언, “방송법 철회하라”’, ‘방송법 개정, 공익성 후퇴 우려’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과 함께, 국회 안팎의 한나라당 입법처리 반대 집회 등 여론을 상세히 소개했다.

MBC는 방송의 공영성·독립성 확보를 위해 지난 여야 합의로 만든 공영기관이자 특별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분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옛 독립기구인 방송위원회)가 선임하는 방문진 이사진이 MBC 경영진을 선임하는 구조라, 재원을 광고료로 충당하지만 법적으로는 공영방송의 구조로 돼있다.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의 법안이 통과되면, 이제 대기업과 외국자본, 거대 신문자본이 지상파 방송을 소유하게 된다”며 파업에 들어갔다. 언론노조 총파업의 이유인 ‘공영방송 사수’는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에서 고스란히 나타나는 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