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국민 그룹 ‘아바’를 모르는 젊은 관객이라 할지라도 당시 아바의 히트곡을 유튜브에서 들으면 절로 어깨가 들썩이게 될 것이다. 이는 아바가 활동하던 70년대를 지나 지금까지, 40여년이라는 세월을 관통하는 음악적 저력이 아바의 노래 안에 담겨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맘마미아!>는 두 가지 면에 있어서 기존 뮤지컬과는 거꾸로 가는 점이 있다는 걸 관찰할 수 있는 뮤지컬이다. 하나는 곡이 먼저 만들어진 상태에서 이야기가 나중에 만들어지는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 뮤지컬 <맘마미아!> Ⓒ신시컴퍼니

백이면 백, 대개의 뮤지컬은 이야기가 먼저 만들어진 다음에야 극 중 이야기의 패턴에 알맞은 노래가 짜여진다. 대중에게 익숙한 넘버 <지킬앤하이드>의 그 유명한 넘버 ‘지금 이 순간’도 이야기보다 먼저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맘마미아!>는 다르다. 아바의 노래 전에 뮤지컬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게 아니라 아바의 히트곡이 있은 다음에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가 짜여졌다.

이런 점은 창작뮤지컬 <그날들>에서 김광석의 노래가 먼저 있은 다음 뮤지컬의 구성이 2010년 이후에 만들어진 것과 똑같다. 이야기의 구조가 넘버보다 후행(後行)한다는 점에 있어 <맘마미아!>와 <그날들>은 같은 궤적을 걷는다고 볼 수 있다.

▲ 뮤지컬 <맘마미아!> Ⓒ신시컴퍼니

다른 하나는 배우에게 있어 생물학적인 나이가 붙지 않으면 제아무리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도 오디션에서 불합격할 확률이 많은 뮤지컬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현재 뮤지컬 배우들은 젊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무대 시스템 가운데 살고 있다. 한 예로 <오페라의 유령>에서 뮤즈로 활약한 한 여주인공은 나이 40을 넘어 TV 드라마에서 사이코패스 연기로 대중에게 크게 어필해서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제아무리 가창력이 있다 한들 여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기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브라운관에 진출한 사례에 속한다.

우리나라 뮤지컬계에서 신영숙은 ‘한 노래’ 하는 뮤지컬 배우에 속한다. 성악을 전공했기에 노래에 대한 기본기가 탄탄하다. 그런데 바로 이전 <맘마미아!>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는 아이러니한 경력의 소유자다. 나이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디션에서 탈락했기에 그렇다.

▲ 뮤지컬 <맘마미아!> Ⓒ신시컴퍼니

다른 뮤지컬이 나이가 젊은 배우를 선호할 때 반대로 <맘마미아!>는 연륜이 붙어야 비로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넘버를 탁월하게 소화할 수 있는 음악적인 스킬만 중요한 게 아니라 미혼으로 아이를 홀로 키워온 캐릭터와 배우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연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타 공연이 젊음을 예찬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맘마미아!>는 연륜을 경외하는 뮤지컬로 볼 수 있다. 아바의 흥겨운 노래 뒷면에 연륜에 대한 미덕이 숨겨진 뮤지컬이 <맘마미아!>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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