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사신으로 떠났던 이방원이 금의환향했다.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이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불안한 정국, 명 사신으로 가는 것은 죽음을 담보한 일이었다. 그곳에서 살아 돌아오는 수준이 아니라 명을 든든한 뒷배로 만든 이방원의 복귀는 정도전을 힘겹게 할 뿐이었다.
이방원과 무명의 복귀;
군권마저 장악한 삼봉과 무기 숨긴 이방원, 비담 운명론 대치 끝 내지른 독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성계마저도 자신의 아들인 이방원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못했다. 명 사신으로 이방원을 선택한 것은 정치적인 함수가 작용한 탓이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 죽거나 아니면 오랜 시간 볼모로 잡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확신한 선택이었다.
요동에서 명 주체와 만나 우정을 쌓고 막힌 명나라 길을 뚫어낸 이방원은 대단하다. 명 황제의 총애까지 받은 그는 조선 건국 후 가장 믿을만한 존재로 각인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삼봉에게는 이것이 문제였다. 그가 강력한 국가인 명의 총애를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이 계획한 나라는 멀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병권을 통합하기 위한 시도는 많은 이들의 저항에 부딪친다. 사병들을 거느리고 있는 권력자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하나의 군대를 만들어 통솔하는 것만이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이유가 된다는 삼봉은 이에 명령에 따르지 않는 이들을 잡아 문초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게 왕족이라고 해도 말이다.
삼봉이 사병 혁파를 한 주된 이유는 요동 정벌을 하기 위함이었다. 조선 건국 초부터 정도전은 사병들을 모아 정규군을 만들고 그들을 훈련시켜 요동을 정벌하고자 하는 뜻을 품었다. 이성계로서는 고려 시절 요동 정벌의 명을 받고 떠났다. 하지만 회군하여 최영 장군을 제거하고 새로운 국가의 왕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에 만약이란 존재할 수 없지만 삼봉이 준비한 것처럼 요동 정벌에 나섰다면 과연 조선은 더욱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호전적이었던 주원장. 그리고 이방원과 같은 처지였던 주체. 명의 3대 왕이 된 영락제는 피의 군주라는 말처럼 평생을 영토 확장에 바쳤다. 그의 최후 역시 몽골 원정에서 돌아오다 과로로 쓰러져 숨질 정도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가설은 불가능하지만 요동 정벌에 성공했다면 과연 영락제는 다시 요동을 빼앗기 위한 전쟁을 하지 않았을까. 이는 곧 전쟁의 소용돌이가 요동을 정점으로 뇌관을 품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로운 국가가 건국되고 정비를 해가는 상황에서 외부 확장은 그만큼 불안요소가 더해지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이성계보다 더 정치적이었던 신덕왕후가 있었듯, 이방원의 곁에는 후에 원경왕후가 되는 민다경이 있었다. 정도전의 사병혁파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상황에 그녀는 몰래 무기를 감춰두었고, 그것이 왕자의 난을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민다경이 숨긴 무기가 곧 이방원이 조선의 세 번째 왕이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사병혁파 과정에서 이방원과 왕족의 최측근들이 문초를 당했고, 명에서 돌아온 직후에는 함께 명으로 향했던 하륜과 무휼 등이 표적이 되었다. 명에서 이방원을 세자로 불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노한 신덕왕후의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린 방석 의안대군이 걱정이었던 신덕왕후는 이 기회에 이방원을 제거하고 싶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이방원이 명과의 교류까지 터놓은 상황에서 그를 잡지 못하면 어린 아들 방석의 안위도 확신할 수 없다는 어미의 마음은 오히려 독이 되어버렸다. 신덕왕후처럼 정도전 역시 기회라 생각했다. 좀처럼 제거하기 힘든 이방원을 이 기회가 아니면 내치기 어려울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우려처럼 상황은 전개되었다. 최측근들이 고문을 당하고 자신이 세자 자리를 노리는 존재로 각인된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정공법이었다. 가장 약한 고리인 어린 의안대군을 찾아가 석고대죄를 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어린 방석은 형인 방원의 석고대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왕이나 삼봉이 아닌 세자를 찾아 석고대죄를 한 이방원은 악어의 눈물도 서슴지 않았다. 이방원의 이 선택으로 논란은 사라졌지만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방원의 야심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덩어리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그들은 확인했기 때문이다.
신라시대 비담에 빗대어 이방원을 공격하던 정도전에게 그는 한 마디 한다. 자신은 비담과는 다르다고, 그는 실패했지만 자신은 성공한다는 말로 삼봉과의 대결을 명확하게 했다. 사사로운 욕망으로 모든 것을 망치려 한다는 비난에도 이방원의 칼끝은 점점 삼봉을 향하기 시작했다.
바둑판에서 돌을 내려놓았지만 독수는 준비되어 있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있던 이방원은 무명과 함께 정도전을 내칠 계략을 준비했다. 명 사신들이 도착해 명나라를 우롱한 정도전과 그 수하들을 명으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이는 정도전 등 개혁을 이끄는 이들을 죽이겠다는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수는 강했고, 삼봉이 준비한 수는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이었다. 동북면으로 들어가 군대 훈련에 매진하고 요동 정벌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는 이 상황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하다. 이방원과 정도전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달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 중간에서 만난 그들은 상대를 무너트려야만 하는 외나무다리 위에 서게 되었다.
정도전이 꿈꾸던 나라와 이방원이 소원하는 나라가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은 삼봉은 '재상총재제'를 통해 왕을 길러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고, 이방원은 자신이 그 나라를 만들고 싶었다. 삼봉은 이를 사사로운 욕망이라고 칭했고, 이방원은 자신의 꿈이라 이야기했다.
삼봉의 말처럼 이방원의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왕이 될 세자들에게 철저하게 공부를 하게 했고, 친인척이 권력에 참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많은 것들을 바꾸며 부강한 국가를 꿈꾸었던 이방원은 세종대왕을 만들어냈다. 누구보다 학문을 좋아했던 이도는 12살에 충녕대군이 되었고, 두 형들을 제치고 왕이 되었다.
세자로 책봉되는 과정에서 어린 충녕대군이 욕심을 드러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누구나 왕의 아들로 태어났으면 세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발언이 그의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왕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형 이제가 왕세자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차지한 충녕대군 이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방원이 어린 세자 앞에서 흘린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 되었다. 마지막을 향해가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모든 기록을 정리하는 분이는 중요한 존재감으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다. 정도전이 죽어도 여전히 남겨질 밀본. 민본이란 가치가 곧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분이가 어떤 역할을 해줄지가 더욱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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