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게 추적권과 조사권 등 더 큰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139시간째(29일 오후 2시 10분 기준)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스타트를 끊은 이후, 현재 국민의당 최원식 의원까지 모두 26명의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의 독소 조항, 이로 인한 위험성, 정부여당이 무리하게 테러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 등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말’했다. 미디어스는 12번째 주자였던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부터 오늘(29일) 오후 1시 20분께 발언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까지 14명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① 김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미 테러 대비태세 갖추기 위한 법 다수 존재 #4시간 18분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전 국정원장이 재판을 받았고 비밀정보기관의 독주를 견제할 장치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현재 우리의 현실이다. 국정원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이 제정되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100%가 아니라 1000% 높다. 게다가 직권상정은 현재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에만 한정하고 있다. (…) 정부가 북한의 테러위협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정원은 여론몰이의 전면에 나서면서도 정작 북한이 준비한다는 테러에 대해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다”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만 없을 뿐이지 우리나라에는 테러에 대한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각종 법령과 기구가 다수 존재한다.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통합방위법, 비상대비자원 관리법, 대테러특공대, 국가테러대책회의 등 많은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사이버안전을 위해서도 국가사이버안전규정, 미래부에서의 사이버안전센터 등이 존재한다. (…) 박근혜 정부가 진정 국민의 안전을 우려한다면 지금 힘써야 할 것은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테러방지법 제정이 아니라 기존의 법과 제도가 잘 작동되고 있는지 평가하고 정비하여 본래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

+)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항의해 발언 중단이 반복됨.

② 김용익 의원 (더불어민주당)

#휠체어 투혼 #2시간 1분

“정부여당의 테러방지법에 의하면 국정원장이 ‘너는 위험분자야’ 하고 찍으면 성 생활을 포함한 민감 정보와 위치 정보를 다 내놔야 한다. (…) 여러분들 이렇게 하고 싶으신가? 이걸 원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돌아가시는 분의 연명치료를 중단할지 결정하는) 연명의료법은 1997년 (논의가) 시작되고 2016년에 결정되고 공포됐으니 19년이 걸렸다. (…)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테러방지법을 두 세 달 만에 결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

“테러방지법은 사회적 논의 기반이 없다. 대통령이면 다야? 어쩌라고?”

+) 김용익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쇄에 맞서 단식 농성을 한 뒤 골절 후유증이 생겨 오래 서 있지 못하는 까닭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국회 사무처가 만들어 주었다는 헌법 소책자를 가져와 일부 내용을 읽기도 했다.

③ 배재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국가비상사태라면서요 #3시간 39분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긴급조치 9호 부활법” (긴급조치 9호 :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거나 개정·폐기하자고 주장하는 행동, 청원·선동 또는 이를 보도하는 행동을 금지함. 이를 위반할 시 영장 없이 체포 가능하다는 내용)

“대통령께서 취임 3주년이라며 대전 창조혁신센터에서 이렇게 손가락 하트를 날리시는 사진들이 언론에 보도됐다. 국가비상사태라면서요. 이런 사진이나 찍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께서는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 국가비상사태라면서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17조, 18조를 읽고 내려감)

④ 전순옥 의원 (더불어민주당)

#국가는 국민 위에 군림할 권한 없어 #3시간 32분

“국가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감시할 권한이 없다”

“테러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아래 질문에 대한 고민이 선행됐어야 한다. ‘헌법이나 특별 형법으로 방치할 수 없는 범죄 행위로서 테러는 무엇인가’, ‘과거와 다른 테러가 발생한 한국사회의 환경 요인은 무엇인가’, ‘국가보안법은 이러한 테러에 대응할 수 없는가’, ‘한국사회에 어느 정도의 테러 위험이 존재하는가’, ‘예전에 비해 위험성이 증가했는가’, ‘테러가 국가 안보에 어느 정도의 위험이 될 수 있는가’, ‘테러가 이례적이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기존의 국가조직 혹은 시안 기구만으로 이러한 테러를 감당하는 것이 어느 정도로, 무엇 때문에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인가’… 하지만 하나도 답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리는 것은, 절대 정치를 외면하시거나 포기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는 것이다. (…)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셔야 함께 이 정치가 바뀐다. 국민들의 삶이 바뀌는 그러한 정치가 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

⑤ 추미애 의원 (더불어민주당)

#판사 재직 경험 비춰 봐도 말 안 되는 법 #2시간 32분

“판사로 재직한 제 경험에 비춰 봐도 이 법(테러방지법)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

“공포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공포 속으로 빠져드는 대한민국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저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진심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⑥ 정청래 의원 (더불어민주당)

#말하고자 하는 욕망은 끝이 없고 발언시간도 끝이 없다 #11시간 39분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데 국정원은 왜 국민의 휴대폰을 뒤지려고 하느냐. 북한이 로켓을 쐈는데 국정원은 왜 국민의 계좌를 추적하려 하느냐”

“국정원장과 독대해서 정보를 얻으면 박 대통령은 행복한가. 의원 정보를 다 파악해 옴짝달싹 못하게 하면 유익한가. 박 대통령도 퇴임 이후에 예외가 아닐 것”

“테러방지법보다 국정원 권력 남용 방지 법안이 먼지다. 국정원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국정원이 필요하다. (…) 국정원에 의한, 국정원을 위한, 국정원의, 국정원 몰빵법이다. 없어도 되는 법”

“테러방지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신질주 본능을 보여준다. 대통령은 테러방지법을 통해 영구집권을 원하는 것 같다. 부전자전이다. 성공하지 못할 것”

+) 은수미 의원의 10시간 18분 기록을 깸. 대통령, 새누리당, 국민의당, 정의화 국회의장 등 두루두루 ‘일침’ 놓는 ‘모두까기’ 인형. 주말 필리버스터 참가 의원 중 화제성 단연 1위.

⑦ 진선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국가의 의심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9시간 16분

“국가의 의심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의심은 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서 하는 것이었다. 국가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의심한다. 우리 근현대사 속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결코 의심받지 않았다. (…) 의심 받는 사람은 늘 빈민이고, 여성이고, 탈북자이고, 가난한 나라 출신의 외국인이다. 의심은 늘 정권의 반대편에 선 사람과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심은 철저히 합리적이어야만 하고 정보 관리는 반드시 통제돼야 한다. 비합리적인 의심과 통제되지 않는 정보는 권력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칼이 된다. 의심은 합리적이고 평등해야 하며, 정보를 관리하는 행정부는 국민에게 통제돼야 한다”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유무형의 도움을 받으셨다면 최소한 국민에게 성의 있는 사과를 하셔야 한다. 근기 있게 결별하시기 바란다. 대통령은 책상을 열 번 치셨다고 했나. 저는 제 가슴을 열 번 치고 싶다”

+) “근대화는 주술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는 막스 베버의 명언을 인용하며 발언 시작, 진선미 의원 발언 당시 필리버스터 100시간 돌파

⑧ 최규성 의원 (더불어민주당)

#테러방지법=제2의 유신부활법 #2시간 53분

“지금의 국정원이 전신인 중앙정보부나 안기부보다 더 나아졌다고 보십니까? 그렇지 않다. (…) 국정원 권한을 확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또 있다. 국정원의 국회 통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가 발생해도 견제할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도 보았듯이, 댓글을 통해 대선에 개입한 직원을 검찰 수사에서도 체포하는 게 어렵다”

“테러방지법은 제2의 유신부활법”

⑨ 오제세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규성 의원과 함께 ‘최고령’ 의원 #2시간 6분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권력이 주인이 되고 국민이 종이 되면 안 된다. 국정원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테러방지법은 미국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처음 나온 것으로 지난 15년간 반대 때문에 통과되지 못하고 잠자던 법이다. 그런데 지금 국가비상사태를 운운하며 직권상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⑩ 박혜자 의원 (더불어민주당)

#정보기관의 정보독점 깨는 것이 세계적 추세 #2시간 37분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보당국이 얻은 중요한 교훈은 정보독점은 정보실패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9·11 이후 미국 정보체계 개편 핵심은 정보수집과 분석을 분리시키고, 정보주체와 집행주체를 분리하는 것, 각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확대한 것이었다. 정보 독점체계를 깨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바뀌었는데 우리나라는 비대할 뿐 아니라 어찌 보면 무능하기까지 한 국정원에 더 많은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고 한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가신뢰가 사라진 세상이 올 것이다. 어떤 세상이 올 것인지 보려면 유신시대를 돌아보면 된다”

⑪ 권은희 의원 (국민의당)

#새누리당 의원들 방해 심각 #2시간 59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국민에게 너무나 많은 피해를 주었던 국정원에게 더욱 막강한 권한을 주어 우리 국민에게 공포감을 주고 있다. 국정원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아주 높지만 국정원 권력 오남용은 그치지 않았다. NLL 회의록 유출,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 간첩 조작, 해킹 사건 등 드러나고 밝혀진 사건만으로도 이 정돈데 음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 과정을 설명하며) “수사를 계속 진행, 확대하는 데 있어서 반대하고 방해하는 분위기에 의해서 하나하나 헤쳐 나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 이렇게 정보기관이 국정원이 권한을 강화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실체를 밝히는 것과, 잘못된 부분을 통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저희들은 과거, 현재의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제한 토론 등을 하면서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사전에 그런 위험성을 충분히 제거해야 한다는 게 제 발언 취지다”

+) 새누리당 의원들의 고성과 항의로 발언이 몇 차례 중단됨.

⑫ 이학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찬성 의견 있으시면 여당 의원들이 나와서 말하라 #10시간 33분

“저는 결혼한 후 지금까지 항상 가족에게 아침에 손을 흔들며 집을 나섰다. 집에 안전하게 돌아와서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항상 있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무제한 사찰법을 만들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문> 낭독하며) “‘최악의 경우,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자유의 일부도 유보할 결의를 가져야 한다’는 이 조항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여러분은 자유의 일부를 유보할 결의를 갖고 계신가”

(새누리당 의원이 ‘테러방지법 찬성’ 의견은 왜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찬성 의견이 들어온 게 없다. 의원님에게 들어온 게 있다면 필리버스터 신청해서 하라”

+) 중간에 박정희 전 대통령 성대모사를 하기도. 시를 자주 읽어 ‘시 읽어주는 남자’라는 별명 생김. 대학 선배인 김남주 시인의 <진혼가> 낭독. ‘총구가 나의 머리숲을 헤치는 순간 / 나의 양심은 혀가 되었다 / 허공에서 헐떡거렸다 똥개가 되라면 / 기꺼이 똥개가 되어 당신의 / 꽁구멍이라도 싹싹 핥아 주겠노라 / 혓바닥을 내밀었다’(중략). 하인리히 하이네의 <슐레지엔의 직조공>, <당나귀 선거>라는 시도 읽음. 이학영 의원 발표를 듣고 박수를 친 시민에게 국회 직원이 경고를 주어 소란이 인 바 있음.

⑬ 홍종학 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치에 관심 가져주세요 #7시간 21분

“일하는 사람들이 오늘 잘릴까 내일 잘릴까 걱정하고 있는 것, 청년들이 ‘헬조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전월세가 폭등해 아이가 학교 다니는 중에 (집에서) 쫓겨나는 것… 이런 게 진짜 국가비상사태다”

“법률가 루이스 브렌다이스는 ‘햇볕은 가장 좋은 살충제이며 전등은 최고의 경찰관’이라고 했다. 불을 밝게 켜놓게 되면 도둑이 잘 다니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좀 더 투명한 사회가 되면 될수록 테러리스트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자리는 없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을 때 여러분들은 최악의 통치자를 만나, 가장 바보의 통치를 받게 된다고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이야기했다. (…) 이번 필리버스터가 계기가 되어서 한국의 민주정치가 한 번 더 크게 발전했으면 좋겠다”

+) 각종 경제 통계 등을 정리한 스케치북을 들고 나와 ‘홍종학의 스케치북’ 짤방 탄생.

⑭ 서영교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재규 최후진술로 발언 마무리 #6시간 59분

“우리 국민들은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국정원 독대법, 유신회귀법, 테러빙자법, 인권테러법, 국민스토킹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새누리당도 원래 원치 않던 법을, 대통령이 고집해 이 상황이 벌어진 것”

“미국의 대테러방지법, 애국자법에 총 555조의 예산이 쓰였고 온갖 감청, 정보사찰, 개인사찰이 이뤄졌는데 테로가 방지되지 않고 예산낭비와 침해만 있어서 작년에 폐기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국익을 위해 국정원에 들어왔는데 신림동, 건대 PC방에서 댓글을 쓰고 있다. 이러니 제대로 훈련이 안 되는 것이다. (…) 이럴 때 대통령이 ‘국정원은 뭐하고 있는 건가’라며 책상을 내리쳐야 하는 것”

+) 촬영 중인 카메라 기자들에게 수고한다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임,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최후진술로 발언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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