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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투란도트’, 아직은 상당한 진화가 필요해[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6.02.29 11:56

지난달 7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서 DIMF 집행위원장인 배성혁 프로듀서는 “<투란도트>는 한국을 넘어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꾼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동관시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특별대상을 수상하는 등 중국에서 러브콜이 잇따르니 중국을 넘어서서 해외 각처로 이 뮤지컬을 수출하고 싶다는 자신감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중국에서 <투란도트>에 러브콜을 하는 것은 작품의 ‘소재’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 뮤지컬은 여타 오페라와는 달리 중국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되레 특정한 국가가 아니라 수중 왕국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뮤지컬 제목 자체에서 중국이라는 특수성이 드러난다. 투란도트는 ‘투란의 딸’이라는 의미. 투란은 중앙아시아의 지명이니 제목 자체만 봐도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뮤지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중국이 좋아하는 소재를 뮤지컬로 삼았으니 당연히 중국이 관심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뮤지컬 <투란도트> ⒸDIMF

그렇다면 <투란도트>는 중국 이외의 국가가 호기심을 가질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야 해외 진출에 청신호를 켤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 <투란도트>에 호기심을 가질 만한 킬링 콘텐츠가 있어야 하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아쉽게도 아직은 이 뮤지컬이 그 지점까지는 다다르지 못한 듯하다.

뮤지컬을 찾는 관객은 오페라를 접해보지 못하고 관람하기 쉽다. 오페라를 접한 관객이라면 각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 양태를 보이는가 하는 것에 대해 일정 부분 수긍할 수 있겠지만, 뮤지컬로 처음 푸치니의 작품을 찾는 관객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푸치니가 직조한 세계관을, 뮤지컬을 통해 처음 접하는 관객을 납득시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뮤지컬은 왜 투란도트가 지독한 남성 혐오증에 걸렸는가 하는 점을 서두에서 짚고 넘어간다. 오페라에서는 중후반부 들어서야 토란도트의 이성 혐오증의 이유가 드러나지만 DIMF가 제작한 동명의 뮤지컬은 투란도트의 어머니가 당한 고난 때문에 투란도트가 남성 혐오증에 걸려 있음을 보여주며, 뮤지컬로 푸치니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친절하게 다가선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뮤지컬의 몇몇 난맥을 짚어보겠다. 2막에서 얼음 같은 투란도트 공주에게 이성 혐오증을 박살내게 만드는 일등 공신은 칼라프의 하인인 류. 칼라프를 짝사랑하지만 주인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조차 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여자 하인이 목숨을 버려가며 투란도트에게 모티브를 주는 계기가 뮤지컬에서는 그리 와 닿지 않는다. 참고로 오페라에서는 류가 투란도트에게 모진 고문을 당한다. 어려움을 당하고서야 류는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주인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뮤지컬 <투란도트> ⒸDIMF

2막에서 칼라프는 류에게 깨달음을 얻고 자결을 결심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칼라프는 자신의 아버지 앞에서 자결을 결심한다. 자살하는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여준다는 건 패륜 중에도 아주 흉한 패륜에 속할 텐데, 극적 상황을 도출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 자결을 감행하려는 칼라프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1막에서 칼라프가 투란도트에게 목숨을 내걸고 수수께끼 구혼을 하고자 한다면 뮤지컬은 투란도트가 칼라프에게 얼마만큼 매력적인 인물인가를 관객에게 납득시켰어야 했지만, 뮤지컬은 이런 부분을 까맣게 잊고 이야기를 진행하기 바쁘다.

두 번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칼라프뿐만 아니라 칼라프의 아비지조차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투란도트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칼라프가 투란도트에게 호감을 잃지 않는 점 또한 이상하다. 좋아하는 여성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자신의 아버지조차 살해하겠다는 위협을 들으면 구혼은커녕 정이 싹 떨어져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그럼에도 칼라프는 오직 ‘투란도트 바라기’가 되어버린다. 이상에서 짚은 몇몇 개연성 결핍이나 평면적인 전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투란도트>는 중국 외 해외 진출보다는 오로지 ‘중국 수출용 뮤지컬’이 되기 쉬울 듯하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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