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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송송커플, 오글거리는 대사도 집어삼키는 비주얼[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2.26 08:32

<태양의 후예>는 예전 드라마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말이다. 그때도 송혜교였고 지금은 단지 조인성이 송중기로 바뀌었을 뿐이다. 배우니까 잘생기고 예쁘다고 하고 말기에는 부족한, 비주얼 커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그래도 그 겨울 때의 대사는 멜로임에도 불구하고 담백한 편이었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는 참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춤을 추고 있다. 웬만하면 채널을 돌리고 싶을 만큼.

그런데 그러지 못한다. 송혜교와 송중기 이 송송커플의 미모가 그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집어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 오글거림을 재치와 위트로 포장까지 해준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다. 송혜교가 송중기에게 “지금 날 놀리고 싶어서 죽겠는 얼굴이잖아요?”라고 하자 송중기가 “어디가요? 이건 그냥 잘생긴 얼굴이죠!”한다.

▶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본래 이런 대사는 잘생기지 않은 얼굴로 해야 웃길 수 있는 대사다. 반어법의 문장이 직설법으로 사용되는 잘못된 예라고 할 수 있고 게다가 잘생긴 배우가 한다면 오글거려 들어주지 못할 상황이 분명하다. 그런데 피식 웃게 된다. 숭중기가 잘나긴 참 잘난 배우인가 보다.

이런 식의 대화가 <태양의 후예> 1,2회에 줄기차게 등장한다.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다. 아마도 이들이 스쳐지나가는 동안에 잠깐 부딪힌 것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것을 아주 조금이라도 느끼고 저항할 때쯤이면 멈추게 될 것이고, 어쩌면 그때 가서는 지금의 이 말장난 같은 대사들이 그리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한편 <태양의 후예>는 1,2회에 무섭도록 빠른 전개를 보였다. 만났다가 곧바로 헤어졌다. 만났다는 말조차 어색할 정도로 휙 지나가버린 인연이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는 인연이 찾아왔다. 운명이라는 말을 해줘야 하겠지만 사실 송혜교가 가상의 나라인 우르크로 의료봉사를 떠나게 되는 계기는 작가에 의한 우연의 강제로밖에는 여겨지지 않는다.

1회에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군번줄을 떼어 내면서도 헬멧에는 큼지막하게 태극기를 달고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어쨌든 두 사람은 잠깐 만났다 헤어지고는 8개월이 지난 후에 생각지도 못한 이역만리에서 마주치게 됐다. 송중기는 미리 송혜교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마중 나와서는 송혜교를 아는 체 않고 무심하게 지나쳤다.

▶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가끔씩 생각나던 그런 사람을 그렇게 우연하게 만난다는 사실보다는 서걱서걱 까실한 송중기의 모습에 더 놀란 것 같았다. 강인한 척하지만 사실 송중기 자신이 송혜교와의 썸 타다 만 관계에 더 서운함이 큰 탓일 것이다. 까칠한 의사 강모연의 성격에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그렇게 한 대씩을 치고받으며 일단 재회의 분위기는 당분간 저기압을 유지할 것이다.

정확히는 그렇게 만난 3회부터가 본격적인 드라마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평화유지군이 있다는 것은 분쟁을 의미하는 것이고, 의료봉사단이 왔다는 것은 그 분쟁의 피해자를 송중기는 군인으로, 송혜교는 의사로서 접하면서 생기는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서로의 미모에 끌렸지만 외국, 그것도 분쟁지역이라는 위험과 고독이 가져다주는 극단의 지점에서 서로의 존재에 끌리게 된다는 전개를 짐작해볼 수 있다.

▶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어쨌든 지금까지 <태양의 후예> 1,2회는 두 배우의 얼굴만으로도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오글거림이 지나친 대사들이 조금은 과하지만 김은숙 작가의 필력 또한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는 의미다. <태양의 후예>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던 경쟁작 <돌아와요 아저씨>와의 시청률 싸움에서 크게 이긴 이유다.

1,2회에 보여준 대로라면 멜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연 휴먼 드라마를 어떻게 써 가느냐는 것이 남은 관건이라 할 것이다. 그것만 된다면 흥행과 더불어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명작의 조건을 갖출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이제 지상파에도 가슴에 남길 드라마 한 편쯤 나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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