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녹취록’ 파문으로 논란이 됐던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재임에 성공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에도 여당 추천 이사들이 찬성 표결해 직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녹취록 관련 논의는 진전된 바 없다. 오히려 여당 추천 이사들은 ‘필요하면 다시 논의한다’는 지난번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MBC에 공동상무제를 확대하는 방안 또한 그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는 25일 <MBC이사 선정 결의안>과 <MBC 관계사 임원 사전협의건> 안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그 결과, MBC녹취록을 통해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재임됐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미디어스

안광한 사장, 백종문 등 “경영기조 위해 재임할 것”…표결처리

이날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은 권재홍 부사장과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김장겸 보도본부장에 대한 재임을 반대했다. 권재홍 부사장은 MBC <뉴스데스크> ‘허리우드’ 논란의 당사자로 ‘반론보도’를 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각각 MBC녹취록과 보도 경쟁력과 공정성 논란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대해 MBC 안광한 사장은 “여러 가지 판단 기준이 있을 수 있지만 상법 상 임기가 남아 있다”며 “지난해 임원들끼리 합심해서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기조를 위해 재임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기자들과 만나 “권재홍 부사장과 백종문, 김장겸 본부장 재임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야권 이사 3인은 배제하자는 입장이었고 여권 이사 6인은 그대로 두자고 해서 거수로 6대 3으로 나왔다. 재임되는 것으로 의결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은 “허리우드 액션이나 녹취록, 보도 공정성 문제들이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밖으로 밀려난 기자·PD만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등의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철 이사는 “MBC녹취록과 관련해 여권 이사들 또한 백종문 본부장의 처신이 옳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번 이사회에서도 ‘술 마시고 헛소리’였던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종문 본부장은 사과 하나 하지 않지 않았느냐. 그래서 권재홍 부사장과 김장겸 본부장은 몰라도 백종문 본부장은 최소한의 양식으로 안 된다고 수정제안을 했지만 이 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방문진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지역MBC 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무이사제’를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안광한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지역MBC의 경영성적이 좋았고 안정적 인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지속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상무이사가 각 지역의 사장을 보필하고 △광역화 논의 촉진, △콘텐츠 공동제작, △UHD 등 장비 투자 효율성 등 공통적인 과제를 풀이 위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안광한 사장은 2017년 방통위 재허가를 앞두고 지역MBC 자율경영을 위해 이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상무이사제’ 확대건도 그대로 본사 의견대로 진행될 듯

공동상무제는 방통위의 MBC 재허가 ‘지역MBC 자율경영’ 조건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은 반대했다. 유기철 이사는 “지역에서도 반대하고 2억 5000만원(상무이사직을 유지하기 위한 급여와 숙소, 비서 등 지원 포함)의 경비도 들어간다”며 “말이 좋아 3사 공동상무이지 물과 기름처럼 일이 되지 않는다. 제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역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지역사에서 반대하고 실효적으로 성과도 거두지 않고, 지역사 자율경영을 해치는 일을 왜 굳이 하려고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관련기사 : MBC, 지역에 ‘공동상무제’…영향력 확대?)

유기철 이사는 “다만, 고영주 이사장이 사후에 반대 의견도 있어서 ‘재고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MBC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이는 방문진 공식 의견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MBC에서 가져온 대로 다 들어준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안광한 사장이 직접 출석한 만큼 ‘MBC녹취록’과 관련해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번 이사회에서 “필요하면 다시 논의한다”라고 결론이 난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여당 추천 이사들은 “(재논의 얘기는)못들었다”, “왜 다시 이야기를 꺼내느냐”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진상규명을 요청하자 고영주 이사장은 “안건으로 올리라”고만 이야기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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