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선진한국을 위한 선택 : 잘사는 나라, 행복한 국민’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정부 규모 축소 △법인세와 상속세 등 세금인하 △교육자치 확대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 추진. 참여정부의 기조와는 많이 다르다. 정확히 말해 대척점에 서 있는 셈이다. 교육 분야도 눈길을 끈다.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후보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3불 정책’과 관련한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의 선거공약과 유사한 전경련 보고서 … 줄서기인가

▲ 한국경제 10월25일자 사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3불’(본고사 금지, 고교등급제 금지, 기여입학제 금지)정책 등 정부개입과 공교육 확대 대신 고교평준화 제도의 궁극적 폐지 △대학 모든 규제 철폐 △기여입학ㆍ학생선발 등과 관련한 대학자율 확대 △교육영리법인 허용 등을 요구했다.

전경련 보고서에 대한 오늘자(25일) 신문들의 평가는 대부분 우호적이다. 대다수 경제지들이 지금까지 보여온 논조, 즉 재계 특히 대기업과 전경련에 편향적이면서 보수우파의 입지를 강화해 온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론이다. 그중에서 한국경제가 가장 우호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는데 한경은 사설 <한경연이 제시한 차기정부 전략과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념에 치우친 정책결정과 리더십 부족은 수도권과 지방, 부자와 가난한 사람, 노동자와 경영자간 갈등을 증폭시켰고, 대북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핵폐기의 불확실성과 한ㆍ미 동맹의 불안이 여전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한경연이 제시한 핵심 정책과제들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리곤 이렇게 사설을 끝맺는다. “대선 후보들이 이번에 제시된 미래한국의 실천전략을 어느 때보다 주목해야 할 이유다.”

전경련이 대선 앞두고 ‘편향적 보고서’를 낸 배경은

▲ 한국일보 10월25일자 2면.
동의한다. “대선 후보들이 이번에 제시된 미래한국의 실천전략을 어느 때보다 주목해야 한다”는 한경의 주문이 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하는 배경과 이유가 다르다. 한경의 주장처럼 “한경연이 제시한 핵심 정책과제들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어서”가 아니라, 대선을 불과 두 달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이 같은 보고서를 발표한 배경이 무엇인지를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오늘자(25일)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번 전경련 보고서는 △한나라당 대선공약과 유사한 내용들이 많아, 대선을 앞두고 재계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이명박-정동영 후보간 경제관 충돌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재계의 입장표명은 범여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전경련이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상황과 변수’를 감안하고 발표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리하면 사실상 전경련이 특정 후보를 편들고 지원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번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정황’이 뚜렷한 셈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이 같은 배경이나 문제점을 짚지 않고 대선 후보들에게 이 보고서를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오늘자(25일)에서 이 내용을 보도한 다른 언론들도 한국일보를 제외하곤 긍정 평가 일색이다. 때문에 이 대목에서 되물어야 한다. ‘특정 후보 편향적’이면서 ‘정치색 가득한’ 이 보고서를 주목하라는 언론. 당신은 ‘특정 후보 편향’인가. 아니라면 왜 주목을 하라는 것이고 이 보고서를 ‘띄우는’ 것인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