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2월 24일 수요일, 밤 10시가 기다려지면서도 곤혹스러운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SBS와 KBS가 동시에 새 드라마를 선보이는 날이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어느 쪽을 먼저 볼지가 큰 고민이 될 지경이었다. 우선 KBS는 제대로 날을 벼르고 나왔다. 송혜교, 송중기 투톱에 작가마저 스타인 김은숙이다. 두 송씨 배우의 등장은 그야말로 비주얼쇼크다. 때로는 대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아니 달콤했다.

두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절로 멜로의 본능을 자극하는데, 거기에 재난과 휴먼의 메시지까지 함께 담고 있다. 금수저냐 흙수저냐를 따지는 현 사회 분위기에서 이런 실존적 고민을 담는다는 것이 관념의 유희처럼 비칠 우려도 없지 않지만, 제대로만 한다면 배우의 비주얼을 뛰어넘는 명작 드라마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직은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고 단지 송혜교와 송중기의 캐릭터와 인연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것도 비주얼 커플답게 단숨에 연애 코앞까지 달려가는 따른 속도를 보였다. 그 의미는 이 연애는 잠시 보류라는 것이다. 이들이 우연을 가장해 만난 장소는 아주 험악한 곳이 될 것이며 거기서 멜로와 휴먼의 이중창을 열어간다는 것이다. 휴먼과 멜로 두 마리 토끼를 쫓을 <태양의 후예>. 과연 송송남매의 휴먼멜로는 수목을 태양의 날들로 만들 수 있을까?

▶SBS 새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반면 SBS는 일단 코미디에, 짠내 나는 40대 가장의 돌연사로 현실감과 공감을 집중 공략했다. 김인권이 열연한 김영수 과장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사는 흙수저들을 모두 포획하는 정서였다. 동시에 전직조폭보스 김수로의 순정파 에피소드가 동행했다. 김인권은 자살 같은 사고사, 김수로는 사고 같은 타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이들이 천국행 열차를 타고 하늘을 날다 이승에 대한 미련 때문에 탈출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그 두 사람이 다시 이승으로 떨어져서 전생에 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어떤 보상적(?) 측면의 인생을 다시 살게 된다는 것에 이 드라마의 묘미이자 함정이 숨어있다. 우선 잘고 보잘 것 없는 외모의 김인권은 키 크고 미남인데다가 회장의 아들이란다. 흙수저를 물고 죽었다가 금수저를 물고 환생한 것이다.

김인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김수로다. 한 여자에게 평생 순정을 바친 김수로는 그만 절세미녀로 환생한 것이다. 대단히 일차원적이고 통속적인 보상인데 그 점이 잘 먹힌다면 중독성이 어마어마할 수 있다. 김인권과 김수로의 임시 환생 캐릭터로 정지훈과 오연서가 나오게 되는데 성별이 바뀐 김수로, 오연서의 2인 1역 캐릭터가 아주 대단한 오락성을 지니고 있어 일단 기대가 된다.

그렇게 김수로, 오연서 커플이 웃기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김인권, 정지훈 커플은 시청자들의 지친 삶의 상처를 쿡쿡 찌르는 페이소스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웃픈 드라마를 예상 할 수 있다. 과연 2인 1색, 4인 2색의 <돌아와요 아저씨>는 <태양의 후예>의 벽을 넘어 수목을 아저씨데이로 만들 수 있을까?

▶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SBS 새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포스터

모처럼만에 만만치 않은 드라마 대전에 무엇을 먼저 볼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고민이 되지만 사실은 그만큼 즐거운 고통이다. 그것은 반대로 경쟁작들에게는 고도의 긴장을 주는 상황이기도 하다. 요즘은 중국 판매 이유로 해서 사전제작이 유행이 되고 있는데 일단 <태양의 후예>는 백퍼센트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져 전편에 걸친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곳에서 치명적인 옥에 티가 발견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신분을 없애기 위해서 군번을 떼면서 헬멧에는 버젓이 태극기가 붙어 있는 모습은 긴장을 깨는 모순적 장면이었다.

어쨌든 방송 후 포털반응은 두 드라마가 서로 비슷한 관심을 받았다. 그렇지만 <태양의 후예>가 아무래도 좀 더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아마도 초반의 분위기는 송혜교, 송중기 두 배우와 김은숙 작가의 명성 때문에라도 <태양의 후예>가 가져갈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돌아와요 아저씨>가 치고 올라갈 기회와 가능성은 충분하다. 1회에 <태양의 후예>가 보인 옥에 티가 반복된다면 말이다. 아무튼 보기 힘든 수목 드라마대전으로 당분간 즐거울 일만 남은 것은 또한 분명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