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수돗물 브랜드 '아리수'를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 설치된 '아리수' 음수대를 매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마시는 물'이라는 안내 문구가 시선을 잡아끌지만 매일 그 앞을 지나쳐도 아직까지 사람들이 물을 마시는 것을 보진 못했다.

아리수는 '크다'와 '물'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 합성어로 고구려 시대의 한강을 일컫는 옛말이라고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의 실태를 바로 알리고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2003년 11월 서울 수돗물의 명칭을 '아리수'라는 새 브랜드로 정하고 2004년부터 본격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펼쳐왔다.

요즘 TV에선 '아리수 홍보대사' 김지호씨가 등장하는 광고를 자주 보게 된다. '매일 먹어도 좋습니다'라는 카피가 기억에 남는데 막상 지하철 역에서 음수대를 발견하니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해버렸다. "저 음수대에서 정말 물을 먹을 수 있겠니?"

우리는 매일 물을 먹고 살지만 수돗물을 마시는 데는 인색해져 버렸다. 끓이는 음식을 할 때는 수돗물을 쓰지만 정수기를 설치한 집에서는 그마저도 정수기 물을 주로 쓸 것이다. 먹는 용도보다는 몸을 씻고 설겆이를 할 때 쓰는 경우가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우리 머리 속에 수돗물은 반드시 끓여서 먹거나 정수기에 걸러 먹어야 하는 물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봉이 김선달이 물을 판다고 할 때 코웃음 쳤던 우리는 어느새 다양한 브랜드로 상품화된 생수를 돈 주고 사 먹는 게 당연해져 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얼마 전 식약청이 밝힌 여름철 식중독 예방요령에도 물은 반드시 끓여먹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건강 관련 기사들을 봐도 주의사항이나 요령에는 물을 끓이라고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진대 공공장소의 식수대에서 나오는 '아리수'를 거리낌없이 마시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다음은 서울시 홈페이지와 언론보도에서 찾은 수돗물 '아리수'의 검사 결과다. 다 읽어봐도 수돗물을 선뜻 먹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뿌리를 뽑지 못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서울시와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할 밖에.

서울의 수돗물은 법정수질검사 55개항목 외에 서울시 자체적으로 66개 항목을 추가해 WHO(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총 121개 항목의 검사를 모두 통과한 안전하고 건강한 물이다.

서울시 수돗물평가위원회가 2007년 9월 실시한 수질검사 결과에 따르면 물의 맑고 흐림을 나타내는 탁도는0.07~0.11NTU(기준 0.5NTU 이하), 물의 산성 중성 알카리성을 표시하는 pH는 6.8~7.0(기준 5.8~8.5)이다. 염소 소독 부산물인 총트리할로메탄도 0.024~0.042㎎/ℓ(기준 0.1㎎/ℓ이하)로 검사됐다. 결론적으로 중금속이나 농약류는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위생적으로 안전한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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